외국인 최고경영자 1년, 공급망관리서 두드러진 성과..글로벌 인재 경영 \'탄력\'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글로벌 인재 경영\'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영입하는 \'인사 실험\'을 단행한 공급망관리(SCM) 부문에서 1년만에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당초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남 부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부쳤다.

LG전자는 물류 비율(매출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개선돼 올해 1분기 동안에만 전년 대비 약 90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14일 밝혔다. 올해 전체로는 40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일수도 평균 40일로 전년 동기 대비 10일 이상 줄었다. SCM의 주요 관리지표로 공급망의 낭비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인 판매예측정확도는 전년 동기 대비 40%,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제품을 제공하는 적시배송률도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각각 향상됐다고 밝혔다.

SCM은 부품조달에서 생산계획, 납품, 재고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관리 솔루션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시장의 수요에 대비해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SCM 조직 및 IT 시스템 구축, 최고경영진의 현장경영 등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LG전자의 SCM 선진화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CSCO(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인 디디에 쉐네보(Didier Chenneveau) 부사장이다.

쉐네보 부사장은 다국적기업인 휴렛패커드(HP)에서 SCM 분야에서만 20년간 근무한 베테랑이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연중 3분의 1을 해외 현지에서 업무를 챙기는 등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쉐네보 부사장은 "LG전자는 지속적인 SCM 최적화를 통해 2011년까지 SCM 글로벌 톱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물류비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개방형 경쟁입찰제 도입을 통해 이미 LG전자는 물류비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SCM의 성과로 남 부회장의 \'글로벌 인재 경영\'도 탄력을 받게 됐다. LG전자의 경우 쉐네보 부사장 외에 더모트 보튼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 토마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 부사장, 제임스 셰드 최고 Go-To-Market 책임자(CGTMO) 등 3명의 외국인 최고경영진이 더 있다.

남 부회장을 제외한 6명의 최고 경영진 가운데 4명이 외국인이다. 남 부회장이 \'글로벌 인재 경영\'을 내걸고 지난 2007년 말부터 \'최고의 인재\'로 영입한 사람들이다.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레지날드 불 최고인사책임자(CHO)의 후임도 외국인으로 물색하고 있어 외국인 최고경영진은 다시 5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인사, 구매, 마케팅 등 주요 최고경영자 자리에 외국인을 앉히는 남 부회장의 \'혁명적인 인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한국적인 정서나 특유의 기업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고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우려였다. \'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국내 임원들의 반감 등 만만치 않은 난관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3월 불 부사장이 퇴임하면서 글로벌 인사 정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남 부회장은 최근 보란 듯이 인사 담당 외국인 임원을 추가로 선임했다. CHO(최고인사책임자) 산하의 전략운영팀장과 인재육성팀장에 미국과 영국의 다국적기업 출신인 안토니오 고메스 상무와 로렌스 스미스 상무를 각각 임명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들이 선임되더라도 당장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