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군대를 안 가보신 분들이나 군대를 다녀오셨음에도 현대전은 기술전이라며 지금의 한국군대의 규모가 불필요하게 크다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개인차가 있겠고 저도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닌 관계로 깊게까지 파고 들진 못합니다만 어느정도 글을 써보겠습니다.

물론 기사에 F-22가 F-15와 100:1로 모의 시뮬레이션을 해서 이겼다, 해군은 이지스 시스템과 구축함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해군과 공군의 전술효용에 있어서 전략적인 면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들의 전투지가 그보다 사람이 싸울 수 없는 지형에서 싸우는 만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세한 기술의 차이가 현저한 전력의 차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전 때도 그랬고 한반도의 전쟁 양상 시뮬레이션을 보면 많은 부분이 "지상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포병의 엄호를 필두로 원거리의 적을 제압한 후 공병들의 진지구성, 보병의 진격은 예나 지금이나 손에 든 장비가 바뀌었을 뿐 전략의 핵심은 그대로입니다. 여기에서 누군가가 공중전을 장악하면 보병이고 뭐고 다 필요없지 않느냐, 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만큼 보병들도 공대지 타격을 회피하려 위장막을 치며 진지변환을 시도때도 없이 합니다. 그로 인해 일반 전투기의 시야에 잡히지 않아 정보를 얻기 위해 정찰기를 띄우고 무인 항공기를 띄우는 겁니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공중을 제압하는 것이 국면에 유리한 면을 끌고 갈 수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지상군을 지나가는 개미행렬 밟아 죽이듯이 쉽게 타격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보병의 교란작전 없이 아무 정보도 없이 돌아보는 만큼 아군의 정찰기나 적 대공화기에 노출될 위험이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평양이나 개성, 남포 등 적 핵심도시의 시가전이 발발한다면 탱크의 포탄조차 쓰는 것을 극히 자제해야 하는 마당에 전투기나 해군의 미사일은 그저 멍하니 실시간 지도를 바라보며 보병이 도시를 점령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 것도 현대전의 아이러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가면 8월달 UFG라는 훈련에 참가할 것입니다. 계속 여름마다 북한이 딴지를 거는 이 훈련은 남한군(+미국군)과 북한군의 전쟁발발을 가상화한 모의 훈련입니다. 2년동안 훈련에 참가하면서 느꼈던 바는 내가 사회에서 생각 했던것 처럼 북한군의 전력이 "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겨례 신문이라 의심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겠지만 한겨례 기사의 자료 하나를 떼왔습니다.


앞서말한 기술력과 자본의 투자로 해군력과 공군력의 많은 부분을 매꾸었습니다. 하지만 (과장해서) 100만 보병이 있는 북한 보병에 그 절반을 살짝 넘는 52만의 병력이 솔직히 공격이나 방어시 얼마만큼의 숫적 열세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의 지형 특성상, 군사문화 특성상 많은 인력을 안고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 곳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넘어가면서 쓸데없는 소리를 잠시 하겠습니다. "경제" 물론 중요합니다.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국방"도 경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아셔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야 하니까요. 언제나 한 국가가 주권을 잃게 된다는 것은 그 나라가 그만큼 얕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핵심은 그만큼 그나라의 국방력이 약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나라도 그런 시절을 겪지 않았습니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글을 썼습니다. 주말이 벌써 다 가고 있군요 ㅠ,.ㅠ 오늘도 좋은 하루들 되셔요.


p.s : 2년을 버린다.. 라는데에 많은 사람들의 논쟁이 오고 갑니다만 (정말 상투적인 말이지만)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2년을 국가에 봉사함으로써 우리의 부모님 형제 자매 친구들이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