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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에 가면 미래가 보인다

ㅁㅁ(222.106) 2009.09.22 12:40:26
조회 102 추천 0 댓글 2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토목공사!\'라고 하면 시대에 뒤처진 미련한 짓을 지칭하게 되었다. 특히 대규모 삽질을 촉발한 계기가 정치적 의도와 얽혀 있을 때 그 무딘 어감의 단어는 신비하게도 예리한 칼날로 변한다. 그런데, 이런 토목공사라면 비판의식에 충만한 지식인사회도 마다할 리 없을 것이다. 송도국제신도시. 59년 전 맥아더 함대가 상륙했던 해안마을을 지척에 둔 광활한 간척지에 수백 대의 한국산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이번에는 거꾸로 바다로 밀고 나가는 대역사를 펼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이 찰랑대던 연안에 \'자유경제지역\'이라는 경쾌한 이름의 신생아가 탄생했다.

필자의 기억에 그곳은 서울과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었다. 채소밭이 끝없었던 오류동과 복숭아나무가 지천에 널린 소사를 지나 야트막한 야산을 몇 개 넘어가면 울창한 송림과 함께 금빛 모래가 반겨주던 곳. 느릿한 시외버스로 오전 나절이 걸리던 그 야산이 이제는 30분 찻길로 근접해 있고, 그곳에서 해안 쪽으로 눈을 돌리면 서울 도심을 떼어온 듯 초현대식 고층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이 금융이든 제조업이든 \'아시아의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는 외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자주 들어온 말이었지만, 세종시처럼 정치적 논란에 빠지지 않고, 정부와 국민의 집중적 후원을 받지도 않은 채 언제 이런 대규모 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던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송도에서 미래의 출구를 보았다. 아니, 저 뻘밭에 세운 송도가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산맥에 갇혀 있는 한국을 끌고 바다로, 세계 무대로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세계화 시대의 무대가 바다이고, 미지의 동경을 담고 있는 곳이 바다다. 우리는 전국을 지칭할 때 방방곡곡(坊坊曲曲)이라 했던 반면, 일본은 진진포포(津津浦浦)라 했다. 일본은 울타리 안에 들끓던 에너지를 일찍이 바다로 분출시켰던 것이다.

우리 안에서 들끓는 문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한국사회를 냄비 속에 넣어 끓이고 있는 것은 \'형평성 문제\'다. 국제학교를 세우려면 선발기준을 허가받아야 하고, 국제병원을 개원하려면 건강보험 규칙을 통과해야 한다. 엄격하기 짝이 없는 한국적 기업수칙과 조세제도를 손에 들고 외국자본과 세계기업을 유치하려는 나라가 한국이다. 국제비즈니스맨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인프라는 초라한데 여전히 국제적 허브를 꿈꾸는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와의 접속이 생명줄임을 인정해도 한국 특유의 관행과 사고방식에의 향수는 지독하다. 송도는 세계로 나가는 진(津)이자, 월드스탠더드를 끌어들이는 포(浦)다. 학교, 병원, 기업, 연구소, 호텔, 주택, 각종 상점과 레스토랑이 한국적 규제로부터 벗어나 자유경쟁 속에 번성한다면, 송도는 자유경제와 시장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란 듯이 뿜어낼 것이다. 그것은 자유경제의 \'실험지대\'가 아니다. 정치적 논란과 형평성 문제에 미적거리는 한국사회에 충격을 가하는 \'혁신의 눈\'이다.

싱가포르가 그렇다. 동서양을 연결하는 문자 그대로 허브이자, 아시아대륙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진입항이다. 인재·기업·물류를 유인하기 위해 싱가포르는 세계기준을 일찍이 수용했다. 첨단지식과 최신정보가 모여들자, 세계적 기업들이 그곳에 지부를 두고 최고의 인재들을 파견했다. 외국기업과 자국기업의 구분을 아예 없앴고, 학교도 다국적 인종이 공존하는 국제학교로 변했다. 능력 있는 장관들은 마치 대기업 CEO처럼 100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다(한국 장관의 연봉은 1억원 남짓하다). 청소년의 40%만 선발해 대학진학을 허락했고, 모자라는 고급두뇌는 외국에서 조달했다. 인구 350만 도시에서 세계 30위 대학이 태어났고, 세계의 거점병원들이 상륙했으며, 세계의 무역선들이 그곳에 기항했다. 역사상 세계의 거점도시는 모두 항구였듯이, \'자유경제\'와 \'바다\'의 결합이 우리의 출구다.

돌이켜 보면, 민주화 20년 동안 우리가 주저없이 동의할 수 있는 점은 내부개혁의 속도가 너무 느리고 너무 소란스럽다는 사실이다. 의료·교육분야는 모든 국민이 전문가 자격증을 받을 정도가 되었음에도 꿈쩍 않고 있으며, 규제완화를 20년 동안 외쳤어도 기업환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바닥을 헤맨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충격을 제조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역발상에 기대해봄 직도 하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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