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급들이 아니라면 다들 익히 들었을 법한 서울대생들의 얘기가 있다.


"왜 서울대에 가려고 하냐구요? 최고의 교수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받기 위해서죠"


외국물 먹은 애들도 거의 없고 외국실정에도 무지하던 시절, 이 말은 서울대에 왜 가려고 하느냐는 의례적인 질문에 대한 당연한 대답목록중 하나를 차지하는 너무나 당연한 듯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세월은 바뀌고 외국물 먹고 외국학교에서 교육받은 애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오자 더이상 위와 같은 답변은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서울대고 나발이고 국내학자들 수준이 어떠한지는 보수신문들이 발벗고 나서 아무리 틀어막고 조작을 해봐도 날이 갈수록 속사정이 다 까발려지는 대명천지가 되어버린지라 더이상 현실을 임의로 왜곡하면서 농단하기 힘들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더이상 서울대 출신들은 과거와 같이 당당하게 \'최고의 교육을 최고의 교수님들에게서 받기위해\' 서울대에 당연히, 반드시, 기필코 가야한다는 허무맹랑한 말을 앞세우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자 들고나온 그 다음의 논리가 바로 이거였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살거면 하버드도 필요없다. 서울대가 최고지~ 하버드는 뭐하러 가나. 돈만 아깝게.

과거에 서울대출신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탐구하고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진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도 되는 양 포장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대한민국에서 진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우수집단으로서 상스럽게 돈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불경스럽고 더러운 하류배처럼 치부했었다.


자신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가장 뛰어난 집단이자 진리를 탐구할 만한 자격을 갖춘 유일한 집단이라도 되는 양 턱을 치켜세우고는 자신들 이외의 나머지 집단 모두를 순수하지 못한 저능집단인 것처럼 평가하길 즐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런 생각이나 주장은 웃기지도 않는 돈키호테 식의 아전인수일 뿐임을 폭로해버린 것은 다름아닌 글로벌화하는 이 세상 자체였을 뿐이다.

이제 서울대생들은 더이상 과거에 자신들이 입에 달고살았던 그 말, \'최고의 교육을 최고의 교수님들에게 받기위해 서울대에 간다\'는 그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고 하는게 보다 정확하겠지.


진리탐구와 그 절대적인 가치를 힘주어 말하는 대신 그들은 이제 과거 자신들이 상스럽고 저급하게 취급했던 \'투입 대 산출\'이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일차적으로 말하고 싶어하고 사람들이 거기에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여주기를 희망한다.


여기에서 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의 타당성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요즘 서울대생들의 글이나 반응속에서 \'내 구역에서는 우리가 제일 힘세고 쪽수도 많으니까 까불지 마라\'라는 말이라도 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와같은 그들의 주장이 사실은 지방 똘마니 양아치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 정도는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그들에게서 과거와 같은 진리탐구에의 의지같은 건 보기 힘들다. (비록 허세에 가득차 있었던 것이었을 뿐일지라도)

그들에게 남은 것은 그저 이 급변하는 세상속에서 어떻게든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고 싶다는 계산과 욕망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