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로는 안돼"…부유층자녀 조기 영어교육 열풍

고등학교는 영국 이튼
대학교는 미국 하버드

수백만원 교육비 불사

"고등학교는 영국의 이튼으로, 대학은 미국의 하버드로 보내야죠." 30일 오후 서울 대치동에 있는 영아전문 I영어 학원에서 만난 유모(여ㆍ35) 씨의 꿈은 야무지다. 5세짜리 어린 딸이 수업을 끝나길 기다리던 유씨는 "서울대라는 명함이 더 이상 아이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유씨는 더불어 "외국어 교육은 어릴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영어뿐 아니라 수학 등 다른 과목 들도 영어로 배울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유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부모들을 위해 이 학원은 취학 전 5~7세 아동들에게 미국의 유치원 과정이라며 영어와 더불어 미술, 사회 등을 모두 영어로 가르치고 있었다. 이 학원 방운국 실장은 "최근에는 영어 한 과목뿐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영어로 가르치는 `이중언어 교육`이 대세"라며 "30개월된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부터도 상담이 들어올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학원비는 수업료 교재비 간식비 차량운행비 등을 합쳐 대학등록금의 배가 넘지만 학부모들은 선진교육을 위해 지갑을 여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조기교육과 영국ㆍ미국으로의 유학을 선호하게 된 것은 세계화 시대 `신귀족-파워엘리트`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국내 학맥의 영향력은 젊은층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국내 유수의 대학조차 세계 대학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의 교육현실이다. 국내에서 아무리 뛰어봐야 `우물안 개구리`라는 것이다.

이윤선(여ㆍ37) 씨는 "중ㆍ고교는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대학은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보낼 생각"이라며 "이 목표를 위해 쓰는 비용은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잘라 말했다.

고가의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직업군은 의사, 변호사, 벤처기업의 임원 등 연소득 2억원 이상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물론 거주지는 강남구나 서초구, 분당의 정자동과 같은 부촌이지만 목동이나 수원 등에 사는 부유층 자녀도 학원에 다니기 위해 상담을 받는다.

한 학부모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서울대나 유명 사립대가 논술을 강화하든, 특목고 시험이 어떻든 관심 없다"며 "자고나면 변하는 교육정책에 신경쓰느니 돈이 좀더 들어가더라도 세계 최고의 명품 교육을 시키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도 진학하기 전에 대학 등록금보다 더 많은 돈을 퍼부어 사교육을 받는 현상은 왜곡된 교육현실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다. 방 실장은 "이미 붕괴된 한국의 공교육시스템에 부유층 부모들은 더 이상 기대지 않는다"며 "하루 빨리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려는 것이 이 지역 부모들의 목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