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거할 때 였다 

여자친구는 나보다 한살 많았고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지잡대에 흔한 자취생 이었고

강의가 끝나면 알바로 생활비를 마련하던 나름 개념녀였다

그에 비해 나는 대학에 가는 것은 돈낭비이며

차라리 돈을 벌어 사업을 해야지 하고 알바천국을 전전하던 앰창인생게이였지

여튼 동거할 때도 생활비는 물론 데이트비용도 전부 여자친구가 부담했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기죽을까봐 잔소리 한번 안한 천사같은 여자였지

나도 꼴에 남자새끼라고 맨날 얻어 처먹기만 하니까 자격지심 같은게 생기더라

마침 곧 빼빼로 데이라 뭔가 엄청난 이벤트를 생각하고 지갑을 열었는데 시발 한푼도 없음 미친개씨발

경제관념 종범이었던 나는 지갑속의 참혹한 관경에 깊은 한숨을 쉬며 갈때까지 간 놈들만 한다는 택배상하차를 하기로 결심했지

오랜만에 하는 노동에 지쳤던지 2일하고 몸져 누웠다 체력 ㅍㅌㅊ?

14만원 2일하고 14만원 나름 괜찮았다 평생직업으로 삼을까 생각도 했었다 진지하게...

몸살걸려가며 벌어들인 14만원으로 이쁜상자에 빼빼로 10개와 귀족들만 먹는다는 페레로 로쉐를 꽉꽉 담아서

자취방에서 그녀를 기다렸지 상자를 건내주며"빼빼로 데이 잖아 그래서 빼빼로 10개를 준비했어..."라고 존나 로멘틱하게 이야기 했지

살면서 화이트데이때 국밥먹고 나오면서 누룽지맛 사탕 한주먹 집어다 준게 다였던 나는 나의 이런 로멘틱한 모습에 존나 놀랐다 

속으로 오시발ㅋㅋㅋ내게 이런 면이?! 하면서 내 자신에게 뿌듯해했지

여튼 여자친구가 "고마워...근데 빼뺴로 데이면 11개잖아 왜 10개야?ㅎㅎ"

여자친구의 말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 말없이 바지를 벗었다

그 날밤 우린 여느 때보다 뜨거웠고 여자친구는 감동의 봊물을 흘렸지

영원할 것만 같던 우리의 사랑은 내 지랄맞은 술버릇으로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친구들에게 쌍욕을 하면서 식어버려고

그 뒤 한번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들리는 소문으론 다른남자와 동거하며 잘 살고 있다더라 

가끔 그때 전해줬던 누드 빼빼로를 곱씹으며 그녀와의 화기애애 했던 그때를 떠올리곤 한다 

아련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