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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구레드는 현관문에 등을 기대 스티스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를 보아 오늘 밤도 경비대에게 곤욕을 주기 위해서 나갈 것이 분명했다. 구레드는 그것을 말리고 싶었다. 모처럼 되찾은 그녀의 생기가 복수와 분노 쪽으로 향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힘을 올바른 곳에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예상대로 계단에서 스티스니아가 걸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왕정 연금술사 제복에 검은 키높이 부츠, 그리고 하얀 장갑은 예전의 위엄을 되찾고 있었다. 거기까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허리에 찬 배틀소드만큼은 너무나 위험해 보였다.

“오늘 밤도 나갈 거야?”

구레드의 질문에 스티스니아는 걸어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족 경비대원들에게 상처를 입힐 거고?”

“그건 그들이 하기 나름이지.”

“그 배틀소드는 놓고 가는 게 어때? 위험하잖아.”

“싫다고 한다면?”

“힘으로라도 그 검을 빼앗아주지.”

잠시 고민을 하듯 스티스니아는 허리에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검을 뽑아 구레드에게 넘겨주었다. 그가 예상한 것보다 순한 반응이었다.

“자, 이제 그 문에서 비키시지?”

“정말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나는 단순히 야간 산책을 하러 갈 뿐이야. 그거에 대해서 당신이 어떻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구레드가 등을 기댄 채로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당신이 내게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어. 물론 당신이라면 힘으로 나를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럴 거야? 당신이 그럴 수 있을까?”

구레드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그녀가 재촉했다.

“자, 선택해. 내가 밖으로 나가는 걸 막고 싶으면 힘으로 막아보시든가 잠자코 나를 내보내주든가.”



1. 스티스니아를 힘으로 막는다.

2. 스티스니아를 내보낸다.



->2. 스티스니아를 내보낸다.

구레드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발만 슬쩍 움직여 스티스니아에게 문을 비켜주었다. 무기는 없으니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또 계속해서 마음에 걸려왔다. 스티스니아가 말했던 스티스니아를 지배하려는 구레드라는 말. 그녀를 강제하고 동원할 때마다 구레드의 마음에서 그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는 구나. 그녀를 강제적으로 지배하려고 할 때마다 구레드는 서서히 그녀에게서 자유로운 영혼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 영혼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육신은 아니었다. 여성의 몸을 원해서, 그리고 그 중에서 스티스니아가 가장 쉬웠기 때문에 그녀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그녀가 짧게 말했다.

“쫓아오지 마. 도망가진 않을 테니까.”

그녀의 그 말에 구레드는 기뻐했다. 도망가지 않는다고 그녀로부터 확답을 얻어 냈다. 그 뜻이 무엇이건 그녀가 구레드를 둥지로서 삼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오늘만 지나고 내일부터는 이제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기뻐했다.

구레드는 그날 밤 편안 잠을 들 수 있었다. 그녀의 말을 존중하여 뒤를 쫓진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구레드는 스티스니아의 시신이 던바튼 광장에 매달려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