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마갤문학] 재탕

타로비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10.02 14:00:02
조회 25 추천 1 댓글 2


마갤문학 단편. 멋진 여자가 돼라.

항상 꿈을 꾸고 있을때면 떠오르는 것은 본 적 없는 사내의 뒷모습이다.
그등은 마치 성벽처럼 느껴졌다.
어떠한 어둠도 막을 성벽.
나를 지켜주는 그 등이 말한다.


-멋진 여자가 돼라.

1년 동안, 그 소리를 주문처럼 들으며 자라왔다.


호르의 우측, 언제 자랐는지도 모를 커다란 아몬드 나무 아래로 민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빨랫줄에 걸린 빨래들이며, 미처 자르지
못 한 가로등 밑의 야생초가 한적하게 바람에 흩날린다. 부드러운 봄바람의 향기에 취해 반호르의 시민들도 다들 중앙 광장을 돌아
다니거나 비가 와서 못한 쇼핑을 하려는 둥 분주하다.
그런 큰 나무의 밑 벤치에 한 소녀가 차분하게 앉아있다.
흑단같이 고운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졸린 듯 하게 반개한 두 눈에는 황금빛의 선기가 가득하다. 아마 눈동자만으로 사람을 홀릴 수 있다면 소녀의 눈동자에 홀리는 사람의 수가 한자리 수는 거뜬히 넘을 것이다.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오지 않는 구나.”

엇이 오지 않는지는 소녀도 모른다. 그저 소녀가 철이 들었을 때 쯤엔 항상 아몬드나무 아래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네 시간 까지, 소녀가 기다리는 존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혹은 인간인지 아닌지 하다못해 생명체인지 조차 모른다. 그저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뭔가가 나타나겠지 하는 싱거운 마음가짐 이었으나 그런것 치곤 이런 생활이 1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
이다.
소녀는 습관처럼 품속에 팬던트를 꺼냈다. 팬던트 안에는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멋진 여자가 돼라.
자신이 왜 팬던트를 가지고 있는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눈치 챘을 테지만 소녀는 기억 상실증 이었다.
자기의 이름조차 모르는 소녀는 오후만 되면 이렇게 누군가(혹은 무언가)를 기다렸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련해 보일지 모르지만 소녀는 활기차고 아름다웠다.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반호르의 주민들마저 소녀에게 호의적이며 소녀의 활기찬 아름다움을 존경한다.

녀는 벤치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팔라라가 라인알트 언덕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마을에 결계가 쳐져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마물의 시간인 밤은 위험했다. 소녀는 가지고 온 책을 챙기며 총총걸음으로 마을로 돌아갔다.




음도 그다음날도 소녀는 항상 아몬드 나무 아래서 무언가를 기다렸다. 반호르의 주민이 나와서 그녀를 말리기도 했으나 소녀는 요지부동
이었다. 무엇을 기다리냐고 물어봐도 소녀는 활짝 웃으며 자신도 모르니, 그때가 되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여담이지만 그 모습은 매우 경건한 성녀와도 같았다고 반호르의 주민은 말했다.

팔라라가 15번째 기울은 밤, 가져왔던 책은 벌써 다 읽어 버리고 다음엔 무슨 책을 살지 생각하고 있을 무렵,
그 순간 언덕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쿵쾅쿵쾅쿵쾅쿵쾅
거대한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소녀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목에 위치해 있던 나무하나가 뿌리째 날아갔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존재는 높이가 10m가 훨씬 넘었다. 산처럼 둥근 몸체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와 그 밑에 흘러 내리는 누런 타액.
라인알트 에만 서식하고 있는 거대한 괴마. 트롤이었다.
소녀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이 괴마는 자신이 기다리던 존재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새빨간 적신호가 마구 울렸으나, 어째선지 다리가 굳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짙은 이끼와 같은 녹색의 피부와 사람의 몸통만 한 거대한 팔근육이 수축하며 뿜어내는 주먹이 그대로 나무를 꺾어버렸다.
형상은 사람일진데, 그 모습은 야수라기 보단 거친 돌을 깎아 만든 사이비 식인종교의 우상에 가까웠다.
괴마는 꺾여버린 나무를 집어 들었다.
트롤은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손에 맞는 것을 즉석에서 잡아 난폭하게 휘두를 뿐이다. 뿌리채 뽑힌 나무가 바람을 가를 때 마다 소녀의 몸이 거친 풍랑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흔들렸다.
반호르의 주민들이 그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다들 뛰쳐나왔으나 도저히 소녀에게 다가갈 방도가 없었다.  일단 거대한 신체에서 오는 위압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트롤의 충혈 된 붉은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렀다. 눈앞의 먹잇감보다 훨씬 많은 먹잇감이었다.
괴마가 몸을 움직이려고 할 때 소녀가 그 앞을 막아섰다.
“안되!”
그야말로 본능이라고 해도 좋을 움직임이었다. 그것은 남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소녀의 따뜻한 성격의 반증이라고 해도 좋았다. 허나 괴마에게는 그저 먹잇감이 자신의 눈앞에 와 준 것 에 불과했다.
나무를 휘둘렀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빠름이었다.

나무가 잘려져 나갔다. 순간 벌어진 기현상에 소녀도 트롤도 영문을 모른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붉은 검신이 질주한다.
푸른 칼날이 대기를 찢는다.
양손에 검을 든 남자였다. 황금빛 투구에 호박색의 눈동자. 어둠조차도 살라 버릴듯한 황금빛 로브.

소녀는 남자의 등을 보았다.
그 등은 마치 성벽처럼 느껴졌다.
어떠한 어둠도 막을 성벽.
나를 지켜주는 그 등이 말한다.


남자는 소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멋진 여자가 되었구나. 아미에라.”
소녀는 눈물이 났다. 공포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음에 안도감과 기다림에 대한 보답의 눈물이었다.
“네....”
남자는 앞으로 나아갔다. 괴마는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투기에 뒷걸음질 쳤다. 괴마와 같은 마수는 본능에 충실하다. 그만큼 자신보다 강한 상대나 위험한 존재에 대해 빠르게 감지 할 수 있다.
“네놈 때문에 또다시 아마에라와 떨어져 있을 뻔 했다. 그 책임은 져줘야겠지?”
그 순간 남자는 질풍이 되고, 용사가 되었다.

소녀는 눈을 감았다.
짙은 안도감과 안심, 그 두 감정은 어느새 소녀에게 지독한 수면을 안겨주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기다려 줄 수 있겠지?
또다시 남자의 등이 보였다. 남자는 자신을 향해 바라보았다. 빛이 너무 진해 보이지 않았으나 어쩐지 턱살이 출렁였다.
왠지 이미 늦은 것 같았다.

너무아까워서 두번또올림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 했으면 국가대표로 올림픽 출전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8/05 - -
AD 막힐 것 없는 쾌속 성장! 지금, TL을 시작할 시간 운영자 24/08/04 - -
AD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 그랜드 오픈 이벤트 운영자 24/08/01 - -
192144 오늘 또 패치야? 빠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4 0
192142 저 첩잔데요 [9] 바지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04 0
192140 닼나갑 팅업네 [4] 은색늑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65 0
192139 희비가 엇갈림 [1] 쌍떡잎.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46 0
192137 ㅈㅅ하지만 저 돈많다능? [1] ㅂㅂㅈ(123.228) 12.11.08 20 0
192135 닥나갑 = 의장 [1] 가벼운상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87 0
192132 저거 제2의인격 왜자꾸튀어나옴 [2] ㅂㅂㅈ(113.216) 12.11.08 42 0
192131 이름변경 사면 얼마만에 바뀜? 永江衣玖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8 0
192129 어라... 세이렌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7 0
192128 야 컴싸가 안나오는데 어카냐? 빠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6 0
192127 닥나갑옷 외형 다크로드랑 비슷한걸로 나올거같은데 ㄱㄱ(110.70) 12.11.08 24 0
192126 여기가 마갤이냐 수갤이냐 스셔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8 0
192125 아씨발 수험장에 시계 안가져옴 ㅋㅋ [1] 빠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81 0
192124 닼나갑옷 ;; ELQUIN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37 0
192123 닼나세트 잘 보긔 중갑이어도 갑옷없이 풀옵이면 적용됨 [2] + 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50 0
192120 아침부터 서울로 원정떠나야해서 역에 왔는데 빠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0 0
192119 아침운동 끝나고 상큼하게 러블리먹어줘야되는데 ELQUIN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7 0
192117 수능 잘봐라 빠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2 0
192115 어제 급식에 계란풀은 국나왔는데 [1] 홍차맛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37 0
192114 뭐시발 닥나갑이나온다구요? [1] ㅂㅂㅈ(113.216) 12.11.08 38 0
192113 정주영회장도 중졸인데 대학굳이 갈필요있나? 냠냠이 (211.109) 12.11.08 26 0
192112 수능 사공공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1 0
192110 닥나셋 많이 안풀릴거같다... [1] ㄱㄱ(110.70) 12.11.08 31 0
192109 글이안써짐 ㅂㅂㅈ(113.216) 12.11.08 9 0
192106 고3 수능이 힘드나? 대학4 취업준비가힘드나? [3] 으네리(211.109) 12.11.08 46 0
192105 그랜드마스터 잡캐도있음? [3] 레알10숑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46 0
192101 672 패치사항 + 상세추가 [4] + 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534 0
192099 으 심심하DA 로네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3 0
192097 버스 존나 쾌적함ㅋ 야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8 0
192096 수능보는 놈들 다 망해버려라! 이히히힠 뱀잠자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6 0
192093 아이디 뿌림 [2] 레알10숑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44 0
192092 츤데레새끼들 존나짜증난다 ㅂㅂㅈ(211.234) 12.11.08 25 0
192087 수능이뭐냐 ㅂㅂㅈ(211.234) 12.11.08 13 0
192085 수능장에 그렇게 폰 가져가지말라고해도 [3] 쿄우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65 0
192084 걍 포기하고 일년 더해라 레알10숑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8 0
192083 수능이라고 아침부터 깝치지마 병신들아 [2] 나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46 0
192082 나 초4짜리 애한테 수능잘보라고 초콜렛뱓음 [3] ㅂㄴㄱ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54 0
192079 고쓰리님들 수능100점맞으셈^^ [2] 옵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34 0
192078 애들아! 수능 잘봐!! 우와아아앙!! [21] 숫자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112 0
192076 수능보러가는중 [3] ㅂㄴㄱ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8 0
192073 수능망쳐 얘들아 ^^ [1] spearman(124.153) 12.11.08 36 0
192072 다녀오겠습니다 [1] 때려보니담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30 0
192070 집옆이 고등학교라 그런지 벌써부터 난리입니다 [3] 오로블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35 0
192069 다시 자야겠다 영원히 눈뜨지 않았으면 spearman(124.153) 12.11.08 15 0
192067 망전 벨라 리시타랑 다른게 뭐임? [1] spearman(124.153) 12.11.08 21 0
192066 존나 오늘아침에 일어나는데 느낌이 오묘했음 때려보니담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47 0
192064 헤헤 나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23 0
192060 비나오지시발.... 라인스릿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30 0
192059 지금 현장구매줄섰는데 졸많음 ㅌㄱㅍ(211.246) 12.11.08 24 0
192057 결전의 날이 밝았다.... [2] 때려보니담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11.08 5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