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3년생, ‘리니지’라는 게임의 전성기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아직도 앱마켓 최상위권에서 군림하고 있는 리니지의 위엄은 익히 알고 있으나, 게임 특유의 분위기나 인 게임 내 문화를 피부로 체감하긴 어렵다.
직업이 직업인 만큼 아직까지도 리니지를 경험해보지 못한 건 아쉽다고 생각해, 이번에 새로 나온 ‘저니 오브 모나크’를 플레이하며 간접적으로나마 그 매력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저니 오브 모나크
-베르가 뭔데요? 라인은 또 뭐지?
오늘(5일) 따끈따끈하게 엔씨소프트의 ‘저니 오브 모나크(이하 모나크)’가 출시됐다. 모나크는 리니지 IP에서 파생된 새로운 방치형 RPG로, 풀 3D 그래픽과 디오라마뷰(축소 모형 형태)가 특징인 게임이다.
필자의 경우 리니지에 대한 사전 배경이 없으니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게임의 코어를 담고 있는 트레일러부터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르게 무지를 통감하게 됐다.
베르가 뭐지?
트레일러에서 모나크는 ‘베르’ 없이 여유롭게 사냥하고, ‘라인’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기존 리니지 IP의 MMORPG와 차별화를 두었다는 뉘앙스는 느껴졌으나, 시작부터 모르는 개념이 나오니 기가 좀 죽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라인은 사냥터 점유 구조를 의미하고, 베르는 ‘귀환주문서’, 즉 빠르게 귀환하는(도망치는) 컨트롤을 뜻했다. 모나크에는 그것이 ‘없으니’ 통제 없고 여유로운 사냥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개념을 이해하니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알아보길 잘했다.
-몬스터 경쟁이 없으니, 영웅 선택도 다르게!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 모나크에서는 ‘영웅’을 한 명 선택할 수 있다. 기사, 다크엘프, 요정, 마법사 등 다양한 캐릭터가 있으나, 게임이 막 론칭된 만큼 어떤 영웅을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보통 필자의 경우 오픈 초반 사람이 몰릴 때를 대비해 몬스터를 먼저 타격하기 좋은 원거리 영웅을 선택하는 편이지만, 방치형의 경우 모두 각자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되니 몬스터 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 같진 않아 안정성을 강조한 ‘기사’를 스타팅으로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영웅인 ‘페일러’가 마법형(원거리)라는 소문을 듣고 조합도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영웅 선택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금방 ‘오크 부락’ 지역을 만나게 된다. 레벨업이나 배치를 신경쓰지 않고 초반 영웅들로만 구성한 경우에는 처음으로 막히는 지역이 되리라 본다. 필자도 생각보다 이른 고비에 당황한 기억이 있다. 급하게 기사(방어형 영웅)의 레벨을 10, 페일러의 레벨을 5 정도로 맞춰주니 적어도 보스의 공격 한 방에 죽지는 않았다. 이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보니 ‘리더 설정’도 클리어의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특정 영웅을 ‘리더’로 설정할 경우 해당 캐릭터에 맞춰 인 게임 화면이 고정된다. 따로 설정을 건드리지 않으면 ‘페일러’가 리더로 되어있는데, 이 경우 캐릭터를 화면 중앙에 맞추기 위해서 ‘페일러’가 자꾸만 앞쪽(보스의 공격범위)으로 들어갔다.
페일러가 리더인 경우 앞으로 나온다
당연히 근거리 방어형 캐릭터보다 몸이 약한 ‘페일러’는 빠르게 쓰러지고, 이것이 딜의 부족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리더를 근거리 캐릭터로 변경하니 많은 이용자가 막혔던 ‘오크 부락’을 손쉽게 뛰어넘고, 별도의 레벨업을 진행하지 않고도 3~5구역을 순식간에 돌파할 수 있었다. 이런 세밀한 설정도 클리어 여부에 영향을 준다는 게 상당히 독특했다.
-TRPG 느낌이 나는데? ‘주사위’로 굴러가는 게임
영웅을 소환 및 배치하고, ‘가이드’ 퀘스트를 따라 성장해 더 높은 스테이지로 올라가는 기본 골조는 다른 방치형과 큰 차이는 없지만 모나크는 게임만의 매력을 더하는 ‘주사위’ 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주사위’는 모나크의 핵심 시스템으로, 장비와 코스튬을 획득하거나 특수 이벤트를 진행하는 도구다. 주사위의 레벨 성장에 따라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하고, 더욱 다양한 종류의 코스튬을 얻을 수 있다. 주사위를 사용하면 아이템이 소모되는 모션과 함께 군주가 착용할 수 있는 장비와 코스튬이 소환되는 식이다.
탈것은 좀 잘 보인다 / 캐릭터 성별 변경은 장비 란에서
사실 코스튬의 경우 화면에 여러 명의 영웅이 소환되어 있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긴 어렵지만, 예외적으로 ‘탈 것’ 코스튬은 눈에 띄어 이것만 변경해줘도 유의미한 변화를 체감하기 좋았다. 참고로 탈 것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다보면 ‘코카트리스’, ‘갈색마’가 기본 제공되니 장착해 보길 바란다.
낚시
주사위를 사용하면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특별 이벤트인 ‘낚시’와 ‘오만의 탑’도 신선했다. 낚시의 경우 타이밍을 맞춰 화면을 터치해 물고기를 낚아 보상을 받는 콘텐츠로, 더 적은 터치 횟수로 낚시에 성공할 경우 보상이 커진다.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우측 상단 금색 물음표 표시를 눌러 도움말을 살펴보자. (이걸 미리 알았다면 초반에 물고기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오만의 탑
이어 ‘오만의 탑’의 경우 TRPG의 느낌이 짙은 주사위 게임이다. 2개의 주사위를 굴려 층별 조건값을 넘으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고, 최종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얻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천사가 각 층에 있는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GM(게임 마스터)처럼 읊어주는데, 이런 디테일한 설정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마음같아선 하루종일 이것만 즐기고 싶었다. 랜덤한 확률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던전 돌면 영지로, 영지 자원 수확하면 주사위 굴리기..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온다!
영지
지금은 150스테이지에서 막히는 바람에 잠시 하위 스테이지에서 파밍을 이어가고 있지만,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도 즐길거리가 많아 몇 시간째 휴대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 영웅 경험치, 아데나, 커츠 등 각종 재화를 얻는 ‘던전’을 돌다 보면, ‘영지’에서 수확물이 나오는 등 끊임없는 사이클이 돌며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영지’란 1차 생산시설인 농장과 광산에서 자원을 생산하고, 2차 생산시설인 세공, 여관, 잡화점, 연금술 등에서 장비와 물품을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다. 특정 레벨을 달성하면 열리는 ‘피의 서약’에 소모되는 자원도 이쪽에서 생산된다. 좀 더 성장하면 영지 내 ‘병영’ 시설이 추가로 열리며, 다른 이용자와의 전투를 관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천천히 플레이하다보면 개방될 것으로 보인다.
-판단하긴 이르지만... 적어도 ‘주사위 굴리는 재미’는 있다
아직 출시 초기인 만큼 게임을 판단하긴 이르지만, ‘저니 오브 모나크’는 특유의 ‘주사위’ 시스템을 통해 랜덤성의 묘미와 특유의 ‘손맛’을 선사하고 있다.
득템!
또한 경쟁하며 사냥터를 차지할 필요도 없고, 별도의 시스템을 제외하곤 PK도 없으니 스테이지를 조금 느리게 민다고 심리적인 압박감이 생기지도 않는다. 리니지 IP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MMORPG의 경쟁 요소가 부담스러운 이용자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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