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이나 PC 게임을 즐기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밀접하게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간단히 즐기는 싱글 게임도 있지만, 최근 인기를 얻는 게임들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채팅이나 음성을 통한 소통이 필수 불가결한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인원이 팀을 짜서 즐기는 협력 게임의 경우 소통이 꼭 필요한데, 이렇게 밀접하게 소통을 해야 하다 보니 부작용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인신공격이나 성적 혐오감이 포함된 발언까지 나와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생기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게임 내에서 피해를 입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게임을 포함한 다수의 사이버 분쟁을 다루고 있는 이승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강)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이승우 변호사 / 법률사무소 현강 제공
게임 내 성희롱을 포함한 성범죄의 유형은?
이승우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의 대다수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적용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신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승우 변호사는 "온라인 게임은 그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라며 "온라인 게임의 성희롱은 주로 1대1 대화나 쪽지, 혹은 단체 채팅방에서 이런 음란한 욕설이나 패드립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이런 사건이 피해자들과 피의자들이 함께 게임을 하다가 언쟁을 벌이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아군이든 상대편이든 게임이나 실력에 관한 이야기로 언쟁을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욕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부모님 욕을 수반하는 패드립이나, 성적인 욕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방적인 양상이라는 것.
이 변호사는 "게임과 관련한 인터넷 사이트(디시인사이드, 루리웹 등)의 게시물과 댓글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띤다."라고 덧붙였다.
게임 내 성희롱의 검거율은 어떻게 될까?
이승우 변호사는 앞서 언급한 사례들 대부분 게임 내에서 패드립이나 성적인 비하 발언 등이 주가 되고, 단순 모욕적인 표현이라면 형법상 모욕죄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특정성 등이 인정되기 어려워 대부분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로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부분은 게임 내 성범죄를 당했다고 해도 피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가입이 간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게임 가입 시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가입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 등의 게임 카테고리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디시인사이드는 회원 가입 시 실명 인증을 받지 않고 비회원으로도 글을 게시할 수 있어 피의자 특정이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승우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명백하다면 피해자와 경찰이 서로 협력하여 영장을 청구해 피의자를 특정하고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게임사에는 게임 이용자의 정보들이 대부분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 판단에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대화라 판단되면 게임사에 협력을 요구할 수 있으며, 피의자를 찾아내어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변호사는 "지난 2월에 경찰에서 사이버수사국 내 사이버범죄수사과 내 사이버성폭력수사계를 편성했다. 이처럼 전문 수사계가 편성되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이러한 수사에 더욱더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내 성희롱을 당했을 때 대처 요령은
이승우 변호사는 게임상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희롱을 당했다면 일단 상대방을 더 자극하지 않은 채 조용히 대화를 캡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게임 상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도 캡처 등 증거자료를 제대로 남기지 않아 추후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라며 "특히 게임사에서 채팅 내역을 추후에 제공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만약에 게임상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본인이 직접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증거가 존재한다면 가까운 경찰서에 직접 신고를 하거나, 인터넷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을 이용하여 진정이나 고소를 진행하면 된다. 다만 이승우 변호사는 보통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서 고소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귀띔했다.
2019년 발생한 통매음 건수는 1437건이지만, 2021년에는 발생 건수가 5071건으로 집계돼 무려 3.5배나 상승한 만큼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자체가 최근 고소나 신고가 남발되는 경향이 있어 수사관서에서도 검토 후 반려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상에서 합의금을 노리고 일부러 상대방을 자극하여 패드립 등을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소를 일삼는 '헌터'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심사관 입장에서도 이를 신중하게 혐의를 판단하게 된 것도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승우 변호사는 설명했다.
따라서 어느 정도 혐의가 명백하고 증거 또한 확실하다면 변호인을 통해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해야 합의나 처벌, 민사소송에 이르는 과정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게임 내 성희롱, 고소당하면 전과 기록 '성범죄'로 남아
그렇다면 게임 내 성희롱으로 검거된 가해자는 어떻게 될까.
게임상에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지속적이고 수위 높은 패드립이나 성적인 욕설 등을 하는 경우 초범임에도 벌금형이 중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특히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우습게 넘길 수 있는 성질의 죄가 아니다.
통상 초범이라면 기소유예 내지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으나, 문제는 벌금형이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전과 기록이 '성범죄'로 남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취업 등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신상정보 등록대상에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제외하고 있으므로 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되는 것은 면할 수 있다.
건전하고 성숙한 게임 문화 만들어야
이승우 변호사는 이 같은 게임 내 성범죄 증가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상에서 스스로 매너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게임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욕설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통 가벼운 욕설에서 시작해서 서로 기분이 나빠지고 패드립이나 성적인 욕설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상이기 때문에 이승우 변호사는 "서로 게임에만 집중하고 매너를 지키는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변호사는 의뢰인 중에 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 채팅창을 아예 꺼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승우 변호사)tvN PD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미디어, 사이버상 명예훼손, 성범죄를 전문으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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