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형종 기자] 인디 개발사 네리얼은 인기 있는 타이틀을 다수 선보였다. 지난 2016년에는 로그라이크 왕위 지키기 시뮬레이션 ‘레인즈(Reigns)’를 출시했으며, 2017년에는 레인즈의 여왕 버전인 ‘레인즈: 허 마제스티(Her Majesty)’를 냈다. 2022년에는 사기 도박과 프랑스 혁명을 주제로 한 독특한 스토리게임 ‘카드 샤크(Card Shark)’를 출시했는데, 국내 인터넷 방송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 네리얼이 지난 10일 신작 ‘크러쉬 하우스(Crush House)’로 돌아왔다. 독특하게도 리얼 버라이어티 쇼를 주제로 한 시뮬레이션게임으로, 4명의 캐릭터를 촬영하고 이들을 시청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화면을 흔들면서 촬영하거나, 갈등 및 연애 장면을 촬영하면 특정 시청자로부터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소 독특한 타이틀을 내놓은 네리얼은 16일부터 열린 부산인디커넥페스티벌(이하 BIC)에도 참여했다. 이에 로라 포니에(Laura Fournier) 시니어 프로듀서(이하 포니에 프로듀서)와 크러쉬 하우스의 니콜 히(Nicole He) 아트 디렉터(이하 히 AD)와 네리얼의 타이틀 개발 방향성, 현 시장 상황에서 인디 개발사의 전략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크러쉬 하우스, 카드 샤크 모두 상당히 독특한 설정과 콘셉트를 지녔다. 어디서 소재 모티브를 얻나? 또한 이런 게임을 만드는 개발 철학은 무엇인가?
히 AD: 게임에 큰 영감을 준 것은 ‘테라스 하우스’라는 일본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다. 기존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을 게임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크러쉬 하우스는 리얼리티 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프로듀서가 어떻게 일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이렇듯 우리는 비디오게임 영역 밖에서, 아직 비디오게임이 구현하지 않은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포니에 프로듀서: 카드 샤크의 개발자이자 아티스트인 니콜라이는 마술을 할 수 있었다. 그가 실제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게임으로 구현한 셈이다. 카드 마술을 게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포커 등 도박을 할 때 마술과 손재주로 상대편을 속이면 어떨까 하는 브레인스토밍을 거쳤다.
Q. 카드 샤크는 프랑스 혁명 전 근세 프랑스를 카드게임으로 풀어냈다. 혁명 전 프랑스와 카드 트릭 중 더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또한 두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포니에 프로듀서: 프랑스 혁명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네리얼 개발진 다수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에는 레인즈를 만든 프랑수아도 참여했다. 네리얼은 영화, 건설 등 게임 외부의 것에서도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니콜라이 개발자는 러시아 사람이지만, 프랑스어를 하고 스페인에서도 살았다. 카드 샤크는 이런 문화적 차이들이 교차되면서 만들어졌다.
Q. 네리얼 타이틀은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비판적이다. 이런 풍자적인 요소가 개발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인가?
히 AD: 크러쉬 하우스는 의도적으로 작가에게 매우 웃기고 때로는 바보같아 보이는 이야기를 요청했다. 아메리칸 스타일 리얼리티 쇼를 구현했는데, 이는 한국 예능과는 스타일이 약간 다르다. 유머는 진지한 미스터리 부분과 함께 게임을 구성하는 큰 축이다. 나는 네리얼 소속은 아니지만, 컬래버레이션이 매우 흥미로웠다. 크러쉬 하우스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매우 유머 넘치는 스튜디오이기 때문이다.
포니에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프랑수아와 아르노가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를 사랑하고, 레인즈는 영국식 유머가 많다. 프랑수아가 영국 거주 경험이 있어 그런 것 같다. 네리얼에 이런 것들이 많다. 우리는 웃음과 유머가 많고, 비꼬는 듯한 농담이 많다. 이것이 크러쉬 하우스에 또다른 형태로 유머를 만들었다. 레인즈는 대사와 문장이 짧은 특성상 상황을 통해 즐거움을 전한다. 카드 샤크 역시 드라마틱한 상황 연출이 있다.
Q. 크러쉬 하우스는 기존 네리얼이 개발하던 레인즈 시리즈, 카드 샤크 등과 다소 다른 방향성으로 개발됐다. 역사와 크게 연관되지 않았으며, 캐릭터 및 아트워크 디렉션도 다른데 변화의 이유는?
히 AD: 표면적으로는 크러쉬 하우스와 카드 샤크, 레인즈가 서로 다르게 보인다. 네리얼은 프로젝트마다 스튜디오 외부 인물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게임 내면에는 유사한 부분이 많다. 기술적인 요소, 내러티브가 작동하는 방식에서는 레인즈와 크러쉬 하우스는 특히 유사하다. 레인즈는 특정 카드를 고르면 서로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방식도 약간은 다르지만, 철학은 비슷하다.
포니에 프로듀서: 네리얼의 로고는 우로보로스, 꼬리를 물고 도는 뱀으로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첫 프로젝트는 5분짜리 게임이었고, 루프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이런 개발 철학은 레인즈와 크러쉬 하우스에서도 이어진다. 시즌이 지나갈수록 같은 촬영 행위는 반복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다양한 장르 팬들을 즐겁게 하거나 미스터리가 나오는 등 규모가 조금씩 커진다.
Q. 2024년 게임 시장은 다소 침체기다. 많은 개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으며, 스튜디오가 문을 닫았다. 이런 상황에서 네리얼이 인디 개발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은?
포니에 프로듀서: 침체기는 우리 모두에게 닥쳤다. AAA급 타이틀을 개발하는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인디시장까지도 힘들다. 실제로 몇몇 게임이 자금줄을 잃어 개발 도중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 유럽 시장에서 흔한 방식과 마인드셋은 더 나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네리얼의 경우 (회사 입장에서) 규모있는 프로젝트인 크러쉬 하우스를 출시했고, 이는 운이 좋았다.
네리얼은 작은 팀으로, 5에서 6시간 짧은 시간을 요구하는 저렴한 게임을 주로 개발한다. 우리는 저렴하게 팔 수 있는,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게임에 집중한다. 3년 전에는 모두가 ‘무한한 리플레이’, 30시간이 넘는 게임을 요구했다. 이때는 게임이 6시간짜리라고 하면 너무 짧다고 했다. 현재는 인디와 더 규모 있는 시장에서도 규모가 작은 게임들이 덜 배척 받지 것 같다. 물론 디볼버 디지털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점도 네리얼에게 큰 행운이다.
Q. 크러쉬 하우스의 한국어 정발 가능성은?
히 AD: 우리도 정말 하고 싶지만, 아직은 계획에 없다. 한국 팬들이 디볼버 디지털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포니에 프로듀서: 현지화가 특히 필요한 요소가 많다. 단어도 많고, 문장이 쓰인 방법, 캐릭터마다 수많은 대사들 때문에 번역이 어렵다. 카드 샤크의 경우 출시하자 마자 한국에서 플레이어들이 몰렸고, 그런 덕에 빠른 번역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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