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현대사회에서는 뭐든지 짧고 간결해야 한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단시간에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금세 뒤쳐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오늘 [순정남] 서론은 평소보다 짧게 쓰겠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수백 시간 이상 해야 하는 게임도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10분 내외에 결말을 보여주는 게임도 있다. 그 중에는 단순히 플레이시간이 짧은 것 뿐 아니라 매우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게임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 담겨 있으므로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TOP 5. 난 케이크가 먹고 싶어
아버지가 식탁 위에 놓고 간 케이크. 이 케이크를 먹으려면 포크가 필요하다. 망토를 쓴 소녀 샤오 망은 포크를 찾아 집안을 헤맨다. 포크는 금고 안에 들어있고, 금고를 열려면 열쇠가 필요하다. 그리고 열쇠는 집 밖에 키우는 사나운 개가 깔고 앉아 있다. 대체 왜 포크를 이렇게까지 깊숙히 숨겨 놓았는지, 케이크를 먹으려는데 왜 꼭 포크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난 케이크가 먹고 싶어'는 케이크를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임이다.
그렇게 약 5분 정도 플레이하고 나면, 마침내 포크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포크로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찍는 소녀. 그리고 포크를 잡아당기자 소녀의 머리가 통째로 빠진다. 알고 보니 소녀가 두르고 있던 망토는 괴물의 입이었고, 소녀는 일치감치 괴물에게 잡아먹힌 상황. 괴물은 소녀를 급하게 잡아먹다 머리가 통째로 입 안에 박혔고, 머리를 빼기 위해서는 아빠의 마법 포크가 필요했던 것. 여기서 앞서 언급한 의문과 함께, 게임 곳곳에 존재하는 복선이 모두 풀리며 충격적인 공포가 스물스물 솟아오른다.
TOP 4. 카르페 디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외치던 대사가 떠오르는 '카르페 디엠'은 비주얼 노벨 장르다. 요즘 비주얼 노벨들은 프롤로그만 10분 이상 잡아먹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게임은 전체 플레이 시간이 10분 남짓하다. 하늘색 머리색이 매력적인 소녀 Ai와 만나 데이트를 하는 내용인데, 이름이 Ai라는 점에서 무슨 인공지능인가 싶다가도 그녀와의 데이트 경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름이 '아이'인 진짜 소녀로 보인다.
그렇게 불꽃놀이 관람을 마지막으로 보람찬 하루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질 시간이 되면, Ai와 살짝 티격태격하다가 갑자기 AI의 대사가 깨진다. 알고 보니 AI는 주인공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주인공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한 튜링 테스트(지능 평가 시험) 중이었던 것. 깨진 프로그램을 안정되게 고치자고 다짐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는 "내 인생을 뭐하면서 보내고 있는 거지?"인데, 마치 미연시 게임에 몰입해 플레이하고 있는 화면 바깥의 우리들에게 하는 말 같아 조금 찌릿하다.
TOP 3. 파인애플 온 피자
게임 제목부터 요상망칙한 '파인애플 온 피자(Pineapple on pizza)'. 피자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이 게임을 싫어할 것 같지만, 아무튼 이 심상치 않은 제목의 게임은 섬을 돌아다니며 춤추는 주민들을 구경하거나, 방해하거나, 함께 춤을 추는 힐링게임이다. 특유의 밝고 유쾌한 그래픽, 박자에 맞춰 웃으며 춤추는 원주민들, 섬의 잔잔한 풍경 등을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맛있는 피자를 먹는 것 같은 행복감에 휩싸인다. 물론 원주민의 댄스파티를 망치는데서 오는 짜릿함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섬의 진실이 드러나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바뀐다. 섬 가운데 있는 화산이 폭발하고, 섬 전체를 뒤덮으며 모든 원주민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원주민들이 춤을 추던 이유는 화산을 진정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의식이었던 것. 섬이 지옥이 되어가는 와중에 배경음악은 한층 흥겨워지며 더욱 불쾌함을 가중시킨다. 개발자는 맛있게 먹던 피자에 파인애플이 올라간 듯한 불쾌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는데,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TOP 2. 캔 유어 펫?
2010년 공개된 플래시게임 '캔 유어 펫?(Can Your Pet?)'은 굉장히 귀여운 병아리를 키우는 게임이다. 예쁜 옷들을 입히고, 같이 놀아주고, 밥을 주고, 목욕을 시키며 함께 놀 수 있다. 다마고치류 게임을 플래시로 옮겨 놓은 모습인데, 사료를 먹이다 보면 목욕이 해금되고, 목욕을 해주다 보면 운동이 해금되고, 운동을 해주다 보면 자전거가 해금되는 방식으로 조금씩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보통 다마고치류는 수 일에서 주 단위에 걸쳐 플레이하지만, 이 게임의 플레이시간은 고작 3분 남짓이다. 병아리와의 추가적인 상호작용을 원하며 자전거를 클릭하는 순간 바닥이 꺼지고, 병아리는 자전거로 위장한 도축기계에 떨어져 닭고기가 되어 캔에 담긴 식량이 된다. 게임 제목인 '캔 유어 펫'은 '당신의 펫을 캔으로 만들 수 있나요?'라는 중의적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귀여운 비주얼과 충격적 엔딩에 많은 이들이 울상을 지으며, 이 게임은 '검색해서는 안 될 단어' 리스트에 오르는 위엄을 기록하기도 했다.
TOP 1. 데스 트립
'레이디 데스'라 불리는 연쇄 살인범을 쫒아 한 호텔로 들어온 형사. 낡은 호텔에서 마지막 희생자가 발견됐다고 해서 조사를 나왔으나, 그 곳에서 쫒아오던 살인마를 맞닥뜨린다. 살인마가 이 곳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체포를 위한 동료나 저항할 무기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 심지어 복도의 문들은 모두 잠겨 있고, 방금 전까지 타고 올라왔던 엘레베이터 문은 닫힌 채 열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독 안에 든 쥐 꼴이 된 셈이다.
복도 끝에서 달려오는 살인마를 보며 끔찍한 엔딩을 예상하고 있던 찰나. 달려오던 살인마는 복도에 있던 화분에 부딪혀 넘어져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게임이 끝난다. 그야말로 허무 그 자체인 반전인데, 제목인 '데스 트립'부터 '데스(살인마 이름)가 넘어지다(트립)'라는 중의적 뜻을 가지고 있다고. 참고로 출시 2년 후에는 히든 엔딩이 추가됐는데, 여기선 또 분위기를 한 차례 뒤엎는 추가 반전이 있으므로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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