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이재오 기자] BTS가 한류의 글로벌화를 이룩하기 이전에 보아나 배용준 같은 원조가 있듯이, 게임에서도 이전부터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한류 1세대 게임으로 알려진 미르의 전설이다. 특히나 미르의 전설 2와 3는 중국에서 수많은 아류작이 출시됐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미르 4'는 그 미르의 전설 정식 넘버링 후속작이다. 원조 한류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을 의식하듯 K판타지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17년 만에 등장한 이 게임, 생각보다 때깔이 괜찮았다. IP가 오래된 만큼 오래된 감성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 느껴질 만큼 다양하고 절륜한 액션과 캐릭터 모션, 흠잡을 데 없이 수려한 그래픽 등 꽤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17년 만에 출시된 500년 후의 이야기
미르4는 위에서 말했듯이 17년 만에 출시된 정식 후속작이다. 전작인 미르의 전설 3에서 500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흑룡의 힘 가진 '천파' 공주와 그녀를 지키려는 '상백', 그리고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게 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최근 출간한 책인 '미르 연대기: 용의 대지, 불과 마법의 역사'에 담긴 미르 연대기 중 일부를 다루고 있다.
사실 K판타지를 내세우고 직접 배우까지 기용할 정도로 당차게 강조한 스토리지만, 전달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가 없으며, 초중반 스토리도 줄곧 어딘가에 잡혀가거나 아파하는 천파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만 진행된다. 쉽게 말해 굳이 미르4가 아니더라도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여기에 이은이라는 캐릭터가 줄곧 등장해 메인 줄거리랑은 하등 상관없는 스토리 퀘스트를 던져주며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한다.
스토리의 전달력은 아쉽지만, 수려하고 정밀한 그래픽 덕분에 몰입감은 굉장히 좋다. 와호장룡이나 영웅 같은 무협 영화에 나올 법한 장엄한 풍경이 시종일관 화면에 펼쳐지고, 바위나 잔디 같은 구조물의 텍스쳐가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캐릭터 모델링도 여느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보이는 얼굴이 아닌 안재모, 조상구 같은 유명 배우의 얼굴을 입혀서 훨씬 자연스럽고 친근하다. 덕분에 이야기와는 별개로 게임을 보는 재미는 매우 뛰어나다.
실제 무술 보는 듯한 깔끔한 모션
게임은 일반적인 모바일 MMORPG와 같은 진행방식을 띄고 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사냥을 통해 레벨과 전투력을 올리고, 보스 토벌 같은 PvE와 문파 원정 같은 길드 콘텐츠를 즐기며 무기와 방어구를 획득하는 구조다. 별도의 PC 클라이언트를 지원하며 모바일과 PC 사이 완전한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PC 온라인게임처럼 즐길 수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전사와 무사, 도사, 술사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여느 MMORPG와 마찬가지로 전사와 무사는 근거리 딜러, 도사와 술사는 원거리 딜러로 나뉘며, 개중에서도 전사는 탱커, 도사는 힐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파티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분배된 병과지만 솔로 플레이엔 큰 지장이 없도록 공수 밸런스가 비교적 잘 구성돼 있다.
이 게임에서 그래픽만큼 돋보이는 부분은 직업에 상관없이 깔끔한 전투 모션이다. 미르4의 캐릭터들은 전부 실제 무술 품새가 연상될 정도로 물 흐르듯 흠잡을 데 없는 움직임을 선보인다. 10개가 넘는 스킬을 무작위로 섞어서 사용하더라도 한 동작처럼 이어질 정도로 모션에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기술 효과도 과하지 않고 적당하며, 이 모든 것들이 위에서 말한 훌륭한 그래픽과 합쳐져서 이 게임의 보는 맛을 극대화한다.
높은 이동의 자유도와 다양한 캐릭터 성장 방법
미르4는 일방적인 스토리 진행과 별개로 이동의 자유도가 상당한 편이다. 일단 맵에서 캐릭터가 직접 도달할 수 없는 곳은 손에 꼽는다. 시스템상 밟거나 들어갈 수 없는 몇몇 군데를 제외하면 그곳이 산꼭대기나 건물 위라도 경공을 사용해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게임 내에는 건물 위에 숨겨진 각종 아이템을 구하는 미션이나 동굴 깊숙이 위치한 비법서를 찾는 퀘스트가 있을 정도다.
이 자유도는 비단 이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의 성장도 플레이어 재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스토리를 따라 진행하지 않아도 그 지역에서 다양한 서브 퀘스트인 임무와 의뢰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경험치와 내공이나 체질, 무기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몇몇 의뢰를 통해선 무협에서 주인공의 성장이벤트에 해당하는 '기연'을 만날 수 있다. 무림의 비법서나 특별한 기를 얻을 수 있는 장소 등을 찾을 수 있다. 굳이 스토리를 따라가지 않아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셈이다.
심지어는 생활 콘텐츠도 전투력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 게임에선 운기조식으로 전투 효율에 영향을 끼치는 진기를 쌓고, 채광을 통해 무기 업그레이드의 광물을 얻을 수 있으며 채집한 식물로 내공이나 체질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모두 전투력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생활형 활동을 절대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낚시나 유적 탐사나 하우징 등이 있긴 하지만 전투력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아 아무도 하지 않는 여타 MMORPG와는 분명 다른 부분이다.
위메이드의 절치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게임
물론 단점이 없는 게임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과금 효율이 좋지 못하다. 이 게임은 5만 5,000원짜리 패키지를 구매해도 가장 낮은 단계의 고급 무기를 하나 얻을 수 있을 정도다. 더불어 거래소에 올라온 무기는 과금 재화로만 구할 수 있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재료도 과금으로 구매할 수 있다보니 무과금 유저는 과금 유저에 비해서 전투력 관리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다행이라면, 미르4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랜덤박스가 없어서 과금을 했는데도 손해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바로 자동전투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캐릭터 성장에 있어선 자동전투가 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토벌 같은 보스전에서도 자동전투가 더 편하다는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잠깐이라도 손맛을 느끼고 싶거나 정밀한 파티플레이를 원했던 유저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르4는 확실히 위메이드가 17년간 절치부심해서 만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임이다. 중국을 겨냥한 게임 답게 무협지의 감각을 여실히 전달하고 있으며, 수준 높은 그래픽과 배우를 기용한 캐릭터 모델링 등 게임을 보는 맛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한동안 막혀 있던 중국의 판호가 열릴 기세를 보인 만큼 K판타지를 제창한 미르4가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원해본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