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 기사는 ‘라떼체’로 작성되었습니다. 독자에 따라 심각한 PTSD를 유발할 수 있으니, 라떼체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주의를 요합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요즘 젊은 게이머들은 근성이 없어. 집에서 손가락만 까딱하면 게임을 사고, 몇백기가 짜리 게임을 순식간에 다운받고, 게임 내에는 각종 편의기능이 범벅 돼있고 하니까 애들이 죄다 나약해졌어. 그저 뭐 조금만 불편하다 싶으면 징징징~ 나 이 게임 안한다느니 뭐니…
이래서야 게임계가 발전되겠어? 쯔쯔쯔… 나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게임 데이터 하나 복사하려고 친구 집에 디스켓 박스 들고 가고, 그 중 한 장이라도 에러가 나면 다시 갔다오고… 그런 근성이 없어요 근성이!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나 때는 말이야, 게임을 얼마나 험하게 했는지 알아? 얘기해줄 테니 여기 잠깐 앉아봐, 다~ 네 인생에 도움 되는 정보들이라고.
TOP 5. 오토 세이브? 나 때는 코드 적어가며 했어~
요즘 것들은 싱글 게임을 할 때도 나약해 빠졌어. 어려운 구간 나오면 바로 앞에서 세이브 로드 반복해가며 깨고, 심지어 세이브 잊어먹었을 때는 오토세이브 파일 불러오면 된다며? 나 때는 말이야,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었어. 옛날엔 게임기나 팩 용량이 부족해서 세이브도 안 됐었거든. 그러니까 대부분 게임은 앉은 자리에서 끝장을 보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지.
응? 드래곤 퀘스트처럼 플레이타임 20시간 넘어가는 RPG도 있지 않았냐고? 아이고~ 그런 건 어디서 들었어? RPG는 한 번에 엔딩까지 가기 힘드니까 어떻게든 세이브 비슷한 걸 구현했는데, 그게 바로 코드 입력 방식이야. 부활의 주문이라고 해서 특정 포인트에서 주는 수십 자 무작위 문자를 입력하면 해당 데이터가 지정한 구간부터 게임을 이어 할 수 있는 거였어. 그 중에 한 글자라도 잘못 받아적으면 그대로 게임 날리는 거였다고. 우린 이렇게 게임 했어. 세이브 펑펑 쓸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걸 고맙게 알아 짜샤!
TOP 4. 미니맵? 지도는 습자지에 그려가며 직접 만드는거야~
세상에, 던전이나 필드에서 미니맵을 켜고 길을 찾는다고? 이게 무슨 중세 판타지 세계관에서 인공위성 쏘아올리는 소리야? 상식적으로 그런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하여간 요즘 게임들은 이래서 문제야. 전혀 사실적이지가 않잖아.
나 때는 말이야, 지도라는 건 플레이어가 직접 만드는 거였어. 습자지 한 장 옆에 놓고, 연필로 이리저리 표기해 가면서. 그렇게 만들어낸 지도가 얼마나 소중한 줄 알아? 간혹 공략집이나 잡지 등에 나온 정식 지도라도 보면 그야말로 황금이라도 손에 넣은 듯 했어. 근데 요즘 것들은 미니맵에 NPC, 퀘스트 동선, 사냥터 같은 거 다 표시되고, 그게 조금이라도 빗나가 있으면 게임 놔버린다며? 근성이 없어 근성이!
TOP 3. 네비게이션? 그게 선 따라가기 놀이지 게임이냐?
앞에서 미니맵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에는 한술 더 떠서 네비게이션까지 기본 지원하잖아? 맵에 표시된 길만 따라가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그게 무슨 재미냐? 모름지기 게임이란 말이야, 목적지를 찾아 이곳 저곳 헤매다가 길도 몇 번 잃어버려야 제 맛이라고. 요즘 것들은 그걸 몰라요.
나 때는 말이야, 어느 마을에 있는 A씨를 찾아가라는 정도면 아~주 땡큐! 였어. 적어도 그 마을 안에 있다는 거니까. 대부분은 그냥 어느 대륙이나 저기 어디쯤, 던전 안 어딘가에 있다는 조그마한 단서 하나 가지고 그냥 막 찾아다니는 거야. 그러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 한 곳도 가보고, 새로운 단서도 얻고. 정 게임이 막히면 친구들에게 묻거나 공략집을 찾아 보고. 이게 게임이지. 요즘 네비게이션 게임들은 선 따라가기 놀이지 게임이 아니야~
TOP 2. 환한 던전? 횃불도 없는 게임이 현실성을 논하냐?
나 때는 말이야, 던전에 들어가면 주변이 확 깜깜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어. 생각해 봐, 칠흑 같은 동굴 안에서 한치 앞이 보일 리가 없잖아? 심지어 리니지 같은 게임은 밤이 되면 주변이 전부 캄캄해지기도 했어. 그래서 막 횃불도 들고 가고, 램프도 들고 가고, 그러다가 아이템 다 쓰면 갇혀서 이곳저곳 더듬으며 나아가고… 불편하지만 그게 진정한 모험인 거야.
그런데 요즘 젊은 것들은 그런 낭만을 몰라요. 무슨 동굴에 LED 달아놨어? 동굴만 들어가면 무슨 조명이 그냥 확~ 빛 감지로 작동하는 자동차 라이트도 너무 밝아서 안 켜질 정도야. 밤에는 어떤지 알아? 달이랑 별이 거의 해 수준으로 밝아요. 옛날 사람들이 왜 그리 빨리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밤에는 밖에 나다니기 어려울 수준으로 깜깜해서 그런 거라니까? 하여간 요즘 게임들은 편한 것만 추구하다가 이런 중요한 것들을 다 잃어버렸어요~ 어이구~
TOP 1. 자~동~사냐~앙? 아주 글러먹음의 끝판왕이야!
요즘 것들의 나태함의 끝은 자동사냥이야. 그놈의 자동사냥! 옛날 같았으면 그대로 신고감이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공식이 되고 모바일을 넘어서 PC나 콘솔까지 넘어오다니. 이게 나라냐? 이게 게임이야?
그래. 나 때도 게임 돌리면서 자동 기능이 있었으면 했던 적이 많았지. 그래서 접속 유지하려고 키보드에 동전 끼워놓고, 아~주 기초적인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반복 작업 돌려놓은 채 잠자고 그랬던 적은 있어. 하지만, 자~동~사~냐앙~? 인생도 자동으로 돌려 보지 그러냐? 응? 우리 젊었을 때는 말이야, 캐릭터가 한 대 얻어맞으면 나도 아프고, 간신히 적 하나 물리치면 환호성을 지르고 눈물도 찔끔 흘리고 그랬어. 그래야 게임인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나태 투성이의 요즘 게임만 하지 말고, 틈날 때마다 이런 고전 명작 게임들을 하면서 교양을 좀 쌓고 그래. 다~ 너 생각해서 해 주는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 게임이나 하고 갈래? 아침 8시까지 우리집 앞으로 와서 전화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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