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류종화 기자] 라인게임즈가 개발 중인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상세 사항이 공개됐다. 창세기전 1, 2의 단순 재현이 아닌, 다양한 외전들을 한데 모으고 원작 시리즈 전개 당시 살짝 어긋났던 설정을 모두 보수한 '창세기전 완전판'을 목표로 한다.
라인게임즈는 28일, 유튜브를 통해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라인게임즈 김민규 대표는 "창세기전 리메이크를 발표한 지 3년 반이라는 시간 만에 영상을 공개한 이후 의견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보았고, 정말로 많은 분들이 창세기전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라며 "저 역시 창세기전 팬으로, 리메이크 준비를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의 레그 스튜디오와 멤버들은 누구보다 창세기전다운 창세기전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레그 스튜디오는 라인게임즈에서 창세기전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개발팀이 분사해 만든 전문 개발 스튜디오다. 현재 창세기전 IP를 이용한 게임 개발 및 IP 가치 상승에 집중하고 있다. 이세민 디렉터는 "'요즘 시대 기술로 창세기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에 진지하게 답하는 마음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라며 "누가 봐도 창세기전인 '익숙함', 누가 봐도 새로운 모습인 '새로움'을 중심으로 창세기전 리메이크 시리즈의 표준이 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게임을 소개했다.
먼저, 게임명이 '창세기전 1&2 리메이크' 등이 아닌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으로 결정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세민 디렉터는 "타이틀명에서 넘버링을 제외한 이유는 창세기전 1, 2 합본 리메이크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제작될 창세기전 리메이크 프로젝트 네이밍에 대한 규칙을 이번에 정리해 넘버링 혼란을 줄이고자 함이다"라고 밝혔다. 과거 창세기전 시리즈는 정식 넘버링 1~2편, 외전 1(서풍의 광시곡), 2(템페스트), 넘버링 3편(파트 1, 2) 순서대로 발매됐는데, 당시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게임 장르는 어드벤처 SRPG다. 탐색과 이동을 위한 모험 모드, 그리고 전통적인 턴제 기반 전투 모드가 합쳐진 형태로, 넓은 맵을 이동하고 탐험하며 전투를 즐긴다는 기본 방향은 원작과 같다. 다만, 좀 더 편하게 이동하며 창세기전 세계를 현장감 있게 느끼도록 모험 모드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여러 장소와 상황들을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 측면에 있어서는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해서 사실적 배경을 구현함과 동시에, 캐릭터의 경우 만화적 느낌을 살린 반 실사 형태로 설정했다. 메인 일러스트는 창세기전 4 메인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진이 담당하고 있으며, 음악은 창세기전 3 원곡을 담당했던 퀘스트로사운드 장성운 대표가 맡았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원작 개발 당시 사정상 빠졌던 미수록 챕터와 인물들을 추가했고, 피처폰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된 창세기 외전 크로우 등 동시대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모두 모았다. 또한 시리즈 전체적으로 보이는 모순이나 어색한 부분도 개선했다. 이를 위해 창세기전 시리즈의 아버지 최연규가 감수를, 창세기전 3 파트 2 대본을 작업한 이래연이 시나리오 작업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창세기전 IP를 전담 관리하는 부서를 따로 설치해 스토리와 콘셉트, 일러스트, 기술 설정 등 핵심 요소들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재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닌텐도 스위치를 주 타깃으로 삼고 있으며, 소니와 MS 등 타 콘솔 대응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콘솔에 집중해 개발 중이며, PC 등 추가 플랫폼에 대한 정보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음은 라인게임즈 및 레그스튜디오 관계자들과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개발 기간이 6년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인력도 훨씬 소규모였고, 빠르게 리메이크를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을 쭉쭉 진행했다. 그러다 점점 더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와중 라인게임즈 김민규 대표가 결단을 내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검토하고 전반적 기술 등을 점검하는 R&D 기간을 가졌다. 이 부분에서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다. 초기에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던 리마스터에 가까운 버전 등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현재 레그 스튜디오 총원은 어느 정도인가?
이세민(레그스튜디오 디렉터): 현재 스튜디오 규모는 40명이 조금 안 되는 소규모다. 처음 시작은 5명이었다. 제가 중간에 합류했을 때도 20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지금 인원으로 현재 타이틀을 만들기에는 조금 역부족이기 때문에, 올해 대규모 채용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국 개발자 분들 중에도 창세기전에 관심 있거나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싶으신 분들도 있을 테니 많은 분들이 지원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메이크는 원작에 없던 요소들을 담아내는 경우도 있는데, 회색의 잔영에는 어떤 부분이 있는가?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원작 대본을 정리하다 보면, 글자 하나도 안 바꾸려고 하는 내부 개발자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렇지만,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문투 등이 오래된 표현도 많이 보인다. 이런 부분을 정리할 때 내부적으로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으며, 이를 통해 방향성을 결정했다. 단순한 재현에 초점을 맞춘다면 오래된 팬 분들에게는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새로운 유저분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 시스템을 계승 발전시키되, 현재 기준으로 봐도 나쁘지 않은 느낌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리메이크 정리 중 창세기전에 번외편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회색의 잔영에는 동시기를 다룬 게임이 굉장히 많다. 피쳐폰으로 출시된 '창세기 외전 크로우'나 '낭천편' 등이다. 이에 단순한 1, 2 합본이 아니라 동시기 일어난 모든 일을 다 모은 하나의 완전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 빠져 있던 이야기들을 다 합쳤고, 그로 인해 예전에는 가볍게 다뤄졌던 부분이 굉장히 깊이 있게 다뤄지는 등 시너지도 있다.
마지막으로, 예전 소프트맥스는 게임을 굉장히 빠르게 만들었다. 거의 1년에 하나씩 만들었기 때문에, 시간상 배제된 이야기도 조금 있었다. 원작을 많이 해 보신 분들은 느낄 수 있는데, 이야기를 건너 뛰는 듯한 부분들이 가끔 있다. 이런 곳도 꼼꼼하게 다 확인해, 새로 하시는 분들이 보면 굉장히 얘기가 잘 이어지는 전달력 좋은 게임이라 느끼도록 구성하고 있다. 오래된 팬들이 보기에도 단순 재현이 아닌 모르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소프트맥스 최연규 이사가 참여했는데, 게임 개발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최연규님은 창세기전 원작자로, 당시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반적 틀과 대본을 짰다. 리메이크에서는 대본과 세계관 정리할 때 원작의 의도가 깨지지 않도록 여쭤보는 감수 역할을 맡았다. 다만, 현재 레그 스튜디오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며, 라인게임즈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저희 프로젝트에는 감수 역할로 많이 도와주고 있다.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설정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겼는데, 그 부분이 회색의 잔영에는 어떻게 반영됐는가?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이야기의 시작인 창세기전 1, 2와 이야기의 마지막인 창세기전 3 파트 2가 잘 연결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유저분들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사실 원작 개발 당시 처음부터 방대한 계획을 가지고 개발을 진행한 것이 아니다 보니 나중에 보면 설정이 조금씩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내용을 다듬어 설정이 어긋나거나 의도가 다르게 읽혀지는 부분이 없도록 노력했다. 게임 발매 시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의 경우 표절 등 논란이 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처리할 예정인가?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관련한 이야기가 인터넷 상에 많이 있는데, 개발을 하면서 원작자분께 다 여쭤봤다. 현재 표절 관련으로 가장 많이 얘기되는 부분은 서풍의 광시곡이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용대운 작가의 '탈명검'이라는 소설과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특정 스킬 이름이 같다거나 하는 부분에서 말이 많다.
이 부분을 원작자 최연규님께 확인해 보니, 게임 발매 전부터 용대운 작가님하고 PC통신에서 소통하며 많은 이야기를 해 온 관계라고 한다. 약 2년여 간 자주 연락도 하고 작법도 많이 배웠는데, 서풍의 광시곡 개발 당시 용대운 작가를 존경하는 의미로 탈명검이라는 소설에 대한 오마주를 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킬명도 일부러 겹치게 하고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넣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오해를 불러 표절 이야기가 나왔고, 인터뷰 등을 통해 해명도 여러 번 했지만 잘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창세기전을 다시 만들며 혹시 논란이 될 부분이 있다면 미리 다 양해를 구하거나 수정하는 형식으로 하고 있다.
왜 스위치라는 플랫폼을 선택했는가?
이세민(레그스튜디오 디렉터): 일단은 콘솔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여러 기종을 검토했는데, 그 와중 닌텐도 스위치가 발매됐다. 우리 팀 규모에서 개발하기도 적합하고, 성능이나 규모도 좋기 때문에 스위치로 결정했다.
스위치 이외 플랫폼이나 DLC 계획은?
김정교(라인게임즈 R&D 서포트팀): DLC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현재는 시나리오를 다 클리어 한 후에 초고난이도 던전과 추가 시나리오 정도를 고려하고 있다. 영상 내 나오는 전투장면을 보면 버튼이 정확히 지정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단은 스위치 기반이지만, 추후 다른 거치형 콘솔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남겨두고 있다. 개발 리소스 단계에서도 스위치보다 더 상위 이미지를 제작하고 있어 대응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상위 성능 호환도 가능할 정도로, 확실한 스펙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차세대 콘솔 등 여러 방면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Xbox 역시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이세민(레그스튜디오 디렉터): 초고난이도 던전은 용자의 무덤이다. 창세기전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용자의 무덤의 의미를 아실 것인데, 그 콘셉트에 맞게 초고난이도로 SRPG를 하드하게 플레이 할 수 있게 계획하고 있다.
베라모드 외형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현재 외형은 어떻게 정해졌나?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베라보드는 창세기전 2 당시 베라딘이라는 이름의 재상으로 등장했고, 나중에 파괴의 베라모드라는 신으로서의 정체가 밝혀지는 캐릭터다. 창세기전 2에서는 원숙하고 30대 정도 되는 느낌의 무서운 인상으로 묘사됐지만, 창세기전 3 파트 2에서는 남성이지만 여성적인 성향이 강한 중성적이고 어린 외모가 됐다. 이번에 공개된 PV 속 베라딘은 창세기전 2에 기반을 뒀다. 다만, 이 경우 창세기전 3 파트 2에 나온 베라모드의 설정은 반영이 안 되는 것이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서 만든 방안이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은 회색의 잔영이 발매되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성우의 경우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원작 성우가 아닌 새로운 성우들을 많이 고용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일 것 같다. 성우 선택 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원작의 경우 창세기전 외전부터 더빙이 조금씩 등장해 창세기전 3에서는 꽤 많은 부분을, 파트 2는 거의 풀더빙에 가깝게 진행했다. 해당 배역의 성우 목소리를 굉장히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일단 원작이 너무 오래됐다. 20년도 더 전 게임이다 보니까 원작 성우분들의 나이도 많이 달라지셨고, 안타깝게도 다시 작업하실 수 없는 사정이 있으신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성우 부분을 어떻게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또 다른 문제라면, 창세기전 4라는 온라인게임에서 다른 배역을 맡았던 분이 또 다른 배역을 맡아 충돌이 일어난 경우가 있었다. 어떤 한 분의 성우가 중요 배역을 너무 많은 시리즈에서 맡았거나, 한 번 참여하면 굉장히 오랫동안 맡아 주셔야 한다던지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
이번에 공개된 PV에서 몇몇 성우분들의 목소리가 공개됐는데, 원래 생각했던 성우와 다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성우 선택 당시 원작 대본과 성우 캐스팅 등에 참여한 이래연 작가 등이 함께 논의해서 현재 성격에 맞는 목소리를 가진 성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PV에서는 분량이 짧다 보니 연기나 대본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본녹음 진행 시에는 설명을 더 많이 해서 팬 분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창세기전이 일부 시리즈는 해외 발매도 됐지만, 내수용 IP라는 인상이 강하다. 개발팀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경진(레그스튜디오 IP 디렉터): 창세기전 시리즈가 국내용 IP라는 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창세기전은 1, 2편부터 해외 진출을 많이 했던 게임이다. 서풍의 광시곡의 경우 팔콤 등에서 유통을 하며 일본 서비스도 됐고, PS2로도 발매됐다. 중국에도 번/간체로 발매하는 등 광범위한 해외진출을 해 온 게임이다. 리메이크 역시 국내 팬만을 바라보고 제작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새 유저나 해외 팬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명성을 회복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수 있는 IP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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