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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폴디드: 동백이야기, 4.3 사건 피해자의 처절함을 느꼈다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23 19:15:41
조회 378 추천 0 댓글 0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메카=서형걸 기자] 제주 4.3 사건은 좌우 이념이 충돌하는 가운데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던 사건이다. 부모, 형제, 자식에 이어 평범한 일상마저 잃어버린 제주도민들은 누가 봐도 명백한 피해자였지만, 수십년 간 ‘빨갱이와 연루된 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온갖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한 1980년대 후반 이전까지 제주도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문학이었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으로 대표되는 문학 작품들은 국가 차원의 사건 진상규명과 제주도민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냈다. 허나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이에 게임이 문학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주도민들이 겪었던 비극을 알리고자 한다. 12세 소년 동주의 시선을 따라 제주 4.3 사건을 경험하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언폴디드: 동백이야기’가 24일 스팀으로 나온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모바일로 나온 ‘언폴디드: 오래된 상처’, ‘언폴디드: 참극’을 하나로 합치고 새로운 스토리를 더한 완전판이지만, 아트와 스토리가 이전 두 작품과는 크게 달라 사실상 신작에 가깝다. 출시에 앞서 플레이해본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와 주인공 동주 사이의 일체감이다. 오직 살기 위해 산과 들, 동굴 등을 돌아다니며 그 안에 펼쳐진 고난이도의 퍼즐을 푸는 과정에서 제주도 사람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피부로 와 닿았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소개 영상 (영상출처: 코스닷츠 공식 유튜브 채널)

검은개, 노란개의 총칼을 피해 산으로 동굴로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주인공 동주는 제주도 시골마을에 거주하는 감수성 풍부한 문학소년이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일지와 만년필을 몸에서 떼지 않으며 곧잘 시를 짓는다. 문학소년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는 ‘동주(영문판에서는 ‘헤르만’)라는 이름뿐 아니라 시스템적으로도 구현되어 있다. 풍경, 사물 등에 소지하고 있는 ‘일지’ 아이템을 활용해 상호작용하면 동주가 시를 낭독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와 동주의 감정선이 이어지면서 일체감이 형성된다.

이러한 일체감은 게임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주가 처한 상황,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에 플레이어가 깊이 몰입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주의 작은 실수 하나로 마을이 초토화되는 장면이 있다. 플레이어는 친구의 책망에 수긍할지, 아니면 반박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데 이때 느껴지는 갈등이 단순히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을 쿡쿡 찌른다.

문학소년이란 설정답게 종종 시를 짓는 소년 동주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초를 서던 중 큰 실수를 저지른 동주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레이어와 하나가 된 동주의 시선과 심리로 이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이념대립이라는 틀이 아닌, 그 안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을에는 여자와 노인, 어린아이만 있었음에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검은개(경찰)와 노란개(군인)의 습격에 몸을 사려야만 했고, 결국 군인의 총칼에 사람들은 목숨을 잃고 집들은 불태워졌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수풀이 우거진 산과 어두컴컴한 동굴에 숨어야만 했고,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타인을 이용해서라도 자신에게 겨눠진 총구가 불을 뿜지 않도록 해야 했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이 같은 처절한 이야기를 다양한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아이템 조합, 대화 선택지에 기반한 난이도 높은 퍼즐로 구현했다. 마실 물을 뜰 그릇 하나 없는 상황에서 임신한 어머니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버려진 움막에서 발견한 솜옷을 이용한다거나, 어두컴컴한 동굴을 탐색하기 위해 온갖 재료를 그러모아 횃불을 만드는 등 야생 생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불케 한다. 퍼즐 구성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데다가 힌트도 많지 않고 수준급 생활 상식도 요구하기에 체감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다. 실제로 기자는 게임 초반 불 끄는 방법 하나를 찾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가장 압권은 대사 선택지다.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동주가 도망치다가 군인에게 포위돼 심문 받을 때 발생하는 이벤트가 플레이어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동주를 심문하는 하사관은 제주도민 전체를 ‘빨갱이’로 치부하는 사람이기에 동주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곱게 보내줄 생각은 없다. 총구가 겨눠진 상황에서 제한시간 내에 하사관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수 차례 죽음을 맞이하다 보면 당시 사람들이 겪었던 공포를 몸소 느끼게 된다.

청년들이 떠난 마을을 지키는 12세 소년 동주와 현호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결국 마을은 잿더미가 되고, 동주는 임신한 어머니와 피난길에 오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살기 위해서는 각종 아이템을 구해 조합하고 퍼즐을 풀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장 긴장됐던 순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재미와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 같은 높은 난이도의 퍼즐 요소는 당시 사람들의 겪었던 고난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게임 진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퍼즐 힌트를 늘리거나, 난이도를 나누어 힌트를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가 다소 고전적이다 보니, 마니아층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중적 어필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 외에 아트워크 및 텍스트 오류 수정이 필요하며, 캐릭터 음성도 추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 하나 끄는데 2시간 걸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고소리술 만들기는 그나마 쉬운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래도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작년에 나온 MazM 페치카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완성도 높은 한국사 기반 게임이다. 최근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한국사 게임은 사회적 의미를 담는 ‘소셜 임팩트 게임’으로 제작되는데, 문제는 게임의 완성도는 뒤로한 채 메시지 전달과 교육적 성격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나온 게임들은 게이머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달리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메시지 전달 모두를 잡았다. 손으로 그린 2D 그래픽으로 구현한 1940년대 후반 당시의 제주도는 플레이어의 눈길을 사로잡고,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퍼즐 요소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자극한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에서 게임적 요소는 단순히 메시지 전달의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이며, 제주 4.3 사건의 이야기는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이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이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같다.

언폴디드: 동백이야기 도입부는 현기영 소설 '순이 삼촌'의 오마쥬이기도 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언폴디드: 동백이야기는 자막으로 표준 한국어는 물론, 제주도 방언도 제공한다. 워낙 걸쭉한 말투이기에 ‘뭍사람’에게는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를만한 표현도 있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꼭 한번쯤은 제주도 방언으로 플레이 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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