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헐크’ 마크 러팔로가 주연을 맡은 2014년 영화 비긴 어게인은 유독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모았다.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한 결과 전세계 스크린 수익 중 41%가 한국에서 발생했다니 말 다 했다.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셈이다.
게임에서는 어떨까? 외국에서 유독 잘 나가는 게임이 한국에서 힘을 못 쓰는 경우는 파다하지만, 외국에선 별로 흥행하지 못 한 게임이 한국에서만 ‘취향 저격’에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다. 특히 요즘 같이 전세계 게이머들이 국경을 뛰어넘어 게임을 공유하는 시대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세월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 오락실로 눈을 돌려 보면, 해외에선 죽을 쒔지만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은 게임들이 있다. 개발자들이 스스로 “한국 싸랑해요”를 외칠 만한 작품들을 모아 봤다.
TOP 5. 총 쏘는 재미가 최고였지, 캐딜락&다이노소어
국내 게이머들에게 벨트스크롤 아케이드 게임 명작을 물으면, 아마 캐딜락&다이노소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파이널 파이트의 뒤를 이어 1990년대 중반 오락실을 평정한 벨트스크롤 게임이자, 총기나 바주카포 등 다양한 무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국내에서 워낙 인지도가 높은 데다 제작사는 믿고 보는 캡콤이고,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마블판 만화까지 있는 터라 이 게임이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었으리라 믿는 팬들이 많다.
실제로 이 게임은 일본과 미국 등에서 평가도 좋았고 마니아들도 많았으나,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실패했다고 알려졌다. 외부 IP다 보니 로열티니 뭐니 이래저래 지불해야 할 것도 많은 판에, 기대만큼 아케이드 기판이 팔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도 나름 후속작까지 나왔으니 아래에 소개할 게임들보다는 덜 망했을 듯 하다.
TOP 4. 버블보블-스노우브라더스의 계보를 잇는다, 펭귄 브라더스
2000년, 대만 게임사인 서브시노에서 출시한 펭귄 브라더스는 180도 돌아가는 발판과 폭탄을 활용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고정 화면식 액션 게임이다. 플레이 방식을 보면 버블보블이나 스노우 브라더스와 유사한 느낌인데, 한국에서는 이미 저 두 게임이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기에 펭귄 브라더스 역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해외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펭귄 브라더스는 일본 게임사가 개발해 타이토가 배급할 예정이었으나,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아 출시를 보류한 작품이다. 그 사이 대만 게임사인 서브시노가 판권을 구입해 출시했지만, 정작 대만에서도 그다지 팔리지 않았다. 그 와중 뜬금없이 한국에서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국내에서 펭귄 브라더스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냐면, 이 게임의 이름을 무단 도용한 무허가 후속작 펭귄 브라더스 2, 3편이 자체 제작될 정도였다. 물론 둘 다 훌륭한 망겜이다.
TOP 3. 왠지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많았던, 섹시 파로디우스
횡스크롤 슈팅 게임 파로디우스 시리즈. 이름부터 자사의 인기작인 그라디우스 시리즈를 패러디했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게임으로, 패러디물의 특성을 살려 마음껏 약 빤 센스를 뽐낸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다섯 번째 게임인 섹시 파로디우스는 난이도와 밸런스 조절 실패로 팬들로부터 거센 혹평을 받았고, 결국 나름대로 이어져 오던 파로디우스 시리즈를 몰락시켜 버렸다. 섹시 파로디우스 이후 시리즈의 계보는 끊겼고, 캐릭터를 재활용한 전략 시뮬레이션 ‘파로 워즈’와 IP를 이용한 빠찡코 게임 정도만이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유달리 한국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게임 제목에도 ‘섹시’가 들어가는 만큼 선을 넘을락 말락 하는 선정적인 요소가 다분한 게임이었는데, 놀랍게도 국내 심의에서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고 오락실에 풀린 것. 덕분에 ‘걸스 패닉’ 시리즈와 더불어 사춘기 게이머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참고로 당시 게임 등급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내렸는데, 이들은 모탈 컴뱃 2에 12세 이용가, 갈스 패닉 SU에 전체이용가 등급을 매긴 이들이다.
TOP 2. 축구는 역시 싱가축구지, 테크모 월드컵 98
90년대를 상징하는 축구게임은 뭘까? 버추어 스트라이커, 피파, 세이부 컵 축구, 골!골!골! 등 다양한 작품이 있지만, 아마 많은 이들이 ‘싱가축구’로 불리는 테크모 월드컵 98을 꼽을 것이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바나나 슛과 ‘불꽃 싱가’로 불리는 시저스 기술이 인상적인 초차원 축구로, 현실 축구와는 담을 쌓은 게임성이 특징이자 장점이었다. 이전까지는 오락실에도 수많은 축구게임들이 각축을 벌였으나, ‘싱가축구’ 등장 이후 오락실 축구게임은 이 하나로 정리될 정도였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인기가 무색하게도 이 게임은 글로벌 흥행에 실패했다. 아케이드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콘솔이나 PC로 이식된 적도 없으며, 후속작도 출시되지 않았다. 다만, 국내에서의 인기를 이용한 업자들이 2002년 전혀 다른 PS1용 게임 ‘폭렬사커(슈퍼 샷 사커)’를 테크모에서 제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게임 이름을 붙인 적이 있을 뿐이다. 이런 슈퍼축구의 계보가 계속 이어졌다면 지금쯤 피파와 테크모 월드컵의 2강 체제가 완성되지 않았을까?
TOP 1. “내가 초록색 고를 거야” 야구격투 리그맨, 일명 ‘닌자 배트맨’
1993년작 벨트스크롤 액션게임 ‘야구격투 리그맨’은 야구와 닌자, 전대물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한 데 섞은 게임이다. 일본 게임사 아이렘에서 일본과 미국을 겨냥하고 만들었으나, 이 두 국가에서 처절한 흥행 실패를 겼었다. 유명 게임 리뷰어 AVGN에 따르면, 당시 미국 전체에서 이 게임 아케이드 기판이 고작 43대 팔렸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달랐다. 이 게임은 ‘닌자 배트맨’이나 ‘야구맨’ 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한때 전국 오락실과 문방구 앞에 빼곡히 들어차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모았다. 90년대 ‘오락실 키드’로 지냈던 게이머들은 너도 나도 초록색 캐릭터를 고르기 위해 신경전을 벌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이 한국에서 유독 흥한 이유는 게임 자체의 액션성과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점도 있지만, 반대로 일본과 미국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벨트스크롤 게임이 워낙 많아서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러 모로 비운의 작품이자, 한국에서만 진가를 인정받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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