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지금이야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스마트폰으로 대체 가능한 세상이지만, 20년 전엔 달랐습니다. 컬러폰 보급 전 가로 기준 100~200 픽셀 정도의 흑백 액정, 와이파이도 없던 시절 값비싼 2G 무선인터넷, 열악한 기기 스펙 등으로 인해 핸드폰으로 전화나 문자 외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휴대폰으로 뭔가를 해 보고 싶은 욕구는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무선통신 서비스들이 등장했는데, 지금 보면 애들 장난 같지만 당시엔 최첨단 기술이었습니다. 당시 휴대폰 생활상을 보여주는 광고들을 모아봤습니다.
첫 번째 광고는 제우미디어 넷파워 2000년 9월호에 실린, SK텔레콤 스피드 011에서 선보인 무선인터넷 n.TOP 광고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 기다리며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커플의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다림에 지쳐 지루해 하는데, 휴대폰 게임을 하는 커플은 매우 즐거워 보입니다. 그 뒤에 흰 모자를 쓴 남성은 '저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네요.
사진 아래 광고 문구를 보면 '기다리는 시간 때문에 지루할 순 없지! 어때? 놀이기구보다 게임이 더 재밌지?' 라는 말과 함께 게임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생활시대가 우리 곁에 열렸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한데, 일단 당시 기준 꽤 비싼 최신 핸드폰이 필요함은 물론 1MB당 2,000~3,000원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패킷 요금을 감당해야만 저 서비스를 전부 누릴 수 있었습니다.
광고 아래쪽엔 당시 n.TOP에서 서비스되던 무선인터넷 모바일게임들이 보입니다. 넷경품 퀴즈, 카지노랜드, 춘추열국지, D.N.A. 등 4종이 소개돼 있는데요, 춘추열국지의 경우 당시 기준으로 꽤나 공들여 도트를 찍은 느낌이 나네요. 그 외에도 사이버펫, 12지신, 클릭! 틀린그림, 끝말잇기, The Stones, n.TOP 크래프트, 루디판테스 등 다양한 게임이 언급돼 있습니다. 정액요금제도 보이는데, 무한 사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용시간 초과 사용분에 대해서는 일반요금이 적용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두 번째 광고도 SK텔레콤입니다. 넷파워 2000년 12월호에 실렸네요. TTL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브랜드로, 당시 임은경을 내세운 신비주의 마케팅으로도 화제를 모았죠. 여기서는 게임방과 노래방을 소개하고 있는데, 게임방의 경우 앞서 소개한 광고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노래방이나 채팅,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GVM 서비스 소개인데요, 1가지 서비스를 저장해 무제한 이용 가능한 시스템이었다고 합니다.
노래방 서비스의 경우 잘 보이진 않으시겠지만, 조성모의 '아시나요'가 재생되고 있습니다. 당시 휴대폰 음악 품질로 재생되던 거라 지금처럼 음원에 가까운 품질은 당연히 아니었고, 약간의 화음 정도가 가능하다는 데 의의를 두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핸드폰에서 음악을 틀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나 획기적이긴 했습니다. MP3 플레이어가 대중화된 시점도 아니었으니까요.
마지막 광고는 2001년 9월 당시 소프트맥스가 선보였던 m포리프, 무려 무선인터넷 포털서비스입니다. 포털이라고 하기에는 캐릭터와 멜로디 다운로드 정도에 그치긴 하지만, 당시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제대로 된 포털사이트를 만들기엔 어려웠으니 대충 넘어가 줍시다.
광고에는 흑백 도트로 찍힌 창세기전 3 파트 2 캐릭터들이 보이는데요, 이렇게 다운받은 캐릭터를 어디다 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배경화면 같은 곳에 넣을 수 있었겠죠? 그 외에 어떤 서비스들이 이루어졌나 궁금하긴 한데, 이후에는 관련 광고는 물론 소개하는 기사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금방 사업을 종료한 것 같습니다.
당시엔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즐긴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였는데, 지금 보니 굉장히 단조롭고 거친 과거의 유물 같아 보입니다.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는 지금의 스마트폰 콘텐츠들이 구식처럼 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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