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어떤 물건을 속일 목적으로 꾸며 진짜처럼 만듦'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있는 '위조'의 정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일 목적'이다. 위조지폐란 받는 사람을 속이기 위한 것이고, 학력위조는 자신의 스펙을 볼 관계자나 주변인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일하지 않은 곳에서 일했거나 출전하지 않은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등의 거짓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경력위조 역시 학력위조와 비슷한 속성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서류만 잘 꾸미면 들키지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 연예인과 공인을 비롯한 수많은 위조사례가 연이어 들통나면서 이제는 누군가의 경력이나 학력을 보면 검증부터 하는 세상이 왔기에 누구도 숨길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위조는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신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점에 기반한 행위다. 상대방이 내세운 경력 등을 '설마 가짜겠어?' 하며 믿는 풍조를 악용한 것이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앞서 학력/경력 위조 외에도 많다. 우리 주변의 게임들만 봐도 은근히 이런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니까. 오늘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경력위조' 사례들을 모아봤다.
TOP 5. "수많은 고객들을 다이아 이상 올려드렸습니다" 랭겜 대리
PvP 위주 게임에서 '랭크'란 자신의 실력을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편법을 써서라도 랭크를 올리고자 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생겨났는데, 이를 노리고 등장한 부정행위가 바로 '대리 게임'이다. 이는 2019년 대리게임 처벌법이 시행되며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불법 행위지만, 검은 돈을 노리고 기업적으로 대리 게임을 일삼는 일당은 좀처럼 뿌리 뽑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그 중에는 자신들의 실력을 부풀리거나 지어내서 돈만 받아먹고 나몰라라 하는 경우까지 있다. 분명 상위 1% 수준의 실력으로 최상위 랭크에 올려놓은 경력이 있다고 했는데, 돈을 주고 맡겨 보면 실제로는 지나가는 고양이가 키보드를 밟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이 없는 패배만 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엔 속은 사람도 문제인데, 불법 행위에 가담한 것인데다 그런 범죄자들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다.
TOP 4. "저 이거 깨봤어요" 숙련자 코스프레 파티 참가
MMORPG에서 파티 사냥을 하는 이유는 혼자 클리어하기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기 위해서거나, 사냥 효율을 올리기 위해, 팀원들이 합을 맞춰 거대 보스를 상대하기 위함이다. 도전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파티원의 능력치는 물론, 컨트롤 실력이나 사전지식, 경험 등이 중요하다. 한 명이라도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파티 전체가 전멸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파티에서는 '경험자 필수' 같은 제목을 걸고 파티원을 모집하곤 한다.
이런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경력을 속이는 이들이 종종 있다. 한 두번 도전해 봤을 뿐인데 여러 번 클리어 해봤다고 속이거나, 아예 초행길인 경우까지 있다. 이들은 보통 '숙련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해서 '숙코'라고 부른다. 이들의 주목적은 경험자들 사이에 섞여 일명 '버스'를 타는 것인데, 고난이도 퀘스트나 보스일수록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다. 어쩌면 현실 속 경력위조와 가장 흡사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TOP 3. "버스 운행합니다 어서 타세요" 버스 사기
앞서 '숙코'가 정상적인 팀에 사기꾼이 들어가는 행위라면, 이번 사례는 정반대다. 팀이 똘똘 뭉쳐서 일반 유저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다. 강한 플레이어들이 약한 유저를 파티에 끼우고 고레벨 콘텐츠를 클리어 해 주는 일명 '버스' 사기다. 이들은 자신들이 마치 버스 전문인 듯 광고를 하며 고객을 모집하지만, 이들이 모집하는 것은 고객이 아니라 호구다.
버스 자체에 대한 논란에서 잠시 벗어나, 이런 사기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온라인 거래 시 전화번호와 아이디, 이름 등으로 사기 유무를 검색해 보듯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이런 사례들은 공식 커뮤니티 등지에서 공유되는 경우가 많기에 검색해 보면 웬만해선 나온다. 물론 이 역시 조작이 들어갈 여지가 다분하고 닉네임 변경이 가능한 일부 게임의 경우 과거 세탁도 가능하기에, 그냥 자기 실력에 맞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권장한다.
TOP 2. "내가 이 게임 100시간 해봤는데...(2시간 플레이 함)"
각종 게임 플랫폼에는 유저 평가란이 있다. 추천/비추천으로 의견을 표시한 후 세부 내용을 글 형태로 적으면 추후 구매할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된다. 직접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의 소감이기 때문에 익명 커뮤니티 정보보다 믿음직하다는 의견이 많고, 이런 의견이 모여 전체 평가를 이루고 나면 게임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게임을 제대로 해 보지도 않은 채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게임에 대해 후한 평가/박한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글은 십중팔구 "이 게임 100시간 해 보니..." 등을 앞세워 자신이 해당 게임을 오래 해 보고 내린 평가임을 알려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스팀에서 리뷰를 남긴 플레이어의 실제 플레이 시간을 표시하고 나자 상당수 리뷰가 거짓임이 들통났다. 1시간도 채 해 보지 않은 유저가 20시간은 넘게 해야 접근할 수 있는 엔드콘텐츠를 비판하거나, 인생 게임이어서 손을 놓을 수 없다는 극찬 리뷰 평가의 플레이 시간이 고작 2~3시간인 경우도 있었다. 스팀에선 이런 '플레이 경력 위조' 행위가 옛저녁에 자취를 감췄으나, 익명 평가가 가능한 커뮤니티 등에선 여전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TOP 1. "1:1 초보만 오세요" 고인물 대전게임
최근 PvP 게임들은 랭크 매치, 빠른 대전 등 대전 시스템이 일원화 되어 있지만, 옛날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방을 만들고 손님을 기다렸다가 대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랜덤 매칭이 아니기 때문에 손님을 모을 만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방 제목이다.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질 만한, 그러면서도 떨거지가 아닌 원하는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제목이 필요하다.
스타크래프트 등 오래된 게임들을 보면, 배틀넷 방 제목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멘트가 있다. '초보만' 이다. '래더 1:1 초보만 오세요' 같은 느낌인데, 나 자신도 초보니 고수 말고 초보 유저만 들어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들어가 보면 저런 방 제목의 십중팔구는 초보가 아니다. 그저 자신을 초보라고 사칭해 안정적인 승리를 맛보고 싶은 '초보 사냥꾼' 고인물 유저의 낚시일 뿐이다. 하긴, 애초에 초보가 남아 있지 않은 게임들이니 낚시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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