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이재오 기자] 한때 게임업계가 몰두했던 연구 주제는 바로 AI였다. 다만, AI 특성상 제품이나 프로젝트형태로 외부 공개되는 사례가 적기 때문에 일반인 시점에서는 ‘대체 뭘 만들었지?’라고도 생각할 만하다. AI와 인간의 대결이라는 콘셉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기도 했고, 비주얼, 번역, 게임 밸런스 패치 등에도 관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선 현 게임업계 AI 연구 현황과 결과물들을 개략적으로 종합해봤다.
게임 개발과 인게임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2011년 이후 김택진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AI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NLP 센터에서는 게임 개발, 음성 인식, 그래픽과 모션, 언어, 데이터 마이닝 등 총 5개 분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게임 개발에 필요한 소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것이 목표며, 실제로 현재 게임 AI랩에서 개발하고 있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애니메이터가 하루가 꼬박 걸려 그려야 하는 1분 분량의 인게임 혹은 컷신의 대화장면을 순식간에 완성할 수 있다.
인게임 내에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2018년에 블레이드 앤 소울 월드 챔피언십에서 주목받은 ‘프로게이머를 이기는 딥러닝 AI’가 현재 블레이드 앤 소울 무한의 탑에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이 밖에도 혈맹 간의 전쟁에서 전투 밸런스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리니지2M의 여왕개미 보스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돼 있다. 이 보스는 어떤 혈맹이 우세하고 위기인가를 파악한 뒤, 강한 혈맹에 버프를 주거나 약자에 스턴을 주는 식으로 더 많은 시체를 만들기 위해 움직인다. 반대로 약자를 도와주고 강자에게 너프를 주는 형식의 보스도 제작 중이다.
이 밖에도 엔씨소프트는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자’를 만들기도 했다. 이 인공지능은 일기예보 데이터 및 미세먼지 자료를 활용해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며, 매일 하루 세 번 연합뉴스를 통해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더불어 야구 정보 추합 및 편집, 자산 관리 조언과 관련된 AI도 활용 중이다.
게이머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넷마블
넷마블도 2014년부터 꾸준히 AI를 연구해왔다. 넷마블 AI 연구의 슬로건은 ‘사람과 함께 노는 지능적인 AI’인데,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플레이어의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령, 효율적인 스킬 조합을 발견해 보여주는 AI라던지, 음성인식을 통해서 퀘스트를 실행하거나 여러 게임메뉴를 열 수 있는 A3: 스틸얼라이브 속 AI ‘모니카’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게임 내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플레이어 각각의 패턴에 맞는 아이템이나 이벤트, 알림 제공하기, 외국어 자동 번역 등 다양한 작업을 AI가 담당하고 있다.
이 밖에도 넷마블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게임 이상 탐지 시스템이다. 게임 로그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게임 내 발생하는 각종 이상 현상을 감지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서 핵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이오, 어뷰징이나 지속적인 트롤링 등까지 잡아낼 수 있는 셈이다. 기존에는 운영진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이상 대량으로 이런 트롤러들을 잡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이를 AI의 힘을 빌려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이 기능은 넷마블이 운영 중인 게임 대부분에 적용되고 있다.
게임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 넥슨
넥슨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기 시작했던 2017년부터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해 AI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게임 운영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유저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남기는 기록을 분석해 유저별 특성을 구분하고, 이 데이터를 다른 게임들과 공유하는 식이다. 피파온라인 4 데이터 센터에서 볼 수 있는 승률, 공격 성공률, 점유율 등의 주요 통계와 마비노기 누적레벨 분포표 등으로 유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게임 내에서 발생되는 각종 욕설과 광고성 채팅, 등을 탐지하는데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서든어택에선 작년 1년 동안에만 수만 개의 욕설 계정을 탐지했으며, 메이플스토리M에서도 광고성 채팅을 매일 만 개 이상 필터링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욕설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를 욕을 하지 않는 유저와만 매칭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상술한 기술들은 메이플스토리나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V4 등 넥슨 온라인·모바일게임에 모두 적용돼 있다.
사람과 다름없는 NPC를 만든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에 딥러닝 및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 규모를 확대했다. 현재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있는 딥러닝 기술은 크게 언어, 대화, 음성, 시각까지 총 4가지다. 언어 딥 러닝 기술은 지정된 상황이나 콘셉트에 맞게 AI가 스스로 적절한 답변을 생성할 줄 아는 것이며, 대화는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AI와 사람 간의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두 기술이 합쳐지면, NPC나 챗봇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가능해진다.
음성과 시각 분야 또한 이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플레이어의 음성을 텍스트로 인식해 화자의 감정 표현까지 면밀히 분석하고, 반대로 AI의 음성에도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각 기술은 이를 그대로 사람과 AI의 음성을 외형으로 치환하면 된다. 크래프톤의 궁극적인 목표는 버츄얼 프렌드, 메타 휴먼을 개발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게임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에 진짜 사람과 다를 바 없는 NPC를 만들겠다는 뜻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스페셜 프로젝트 2’를 가동 중이다.
셀럽 못지않은 버츄얼 셀럽 제작 중,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도 크래프톤처럼 보다 인간적인 AI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내걸고 있는 목표 또한 ‘인간다운 AI’ 개발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음성을 인식 및 합성하는 것, 더 나아가 이를 학습해서 자연적으로 언어로 처리하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사람의 표정을 명확히 인식하는 3D 모션 인식 및 이미지 처리 기술도 추가로 연구 중이다.
재밌게도 스마일게이트는 비슷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 크래프톤과 달리, 이를 인게임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이나 라이브 방송 등의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트리머가 방송하는 데 있어서 AI를 보조 MC로 활용한다거나, 채팅 창 매니저를 대신해 욕설, 비속어 등을 심의하는 역할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정말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AI를 만드는 셈이다. 쉽게 말해 버추얼 셀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으며, 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이자 ‘포커스온유’의 여자 주인공 ‘한유아’는 바로 그 첫 번째 주인공이다.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AI 기술, NHN
NHN은 수 년전 전 세계에 기본적으로 AI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바둑 AI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공개된 ‘한돌’이 그 주인공이다.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머신러닝을 활용한 이 AI는 2019년 이세돌의 은퇴 경기에 참여하기도 했을 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참고로 한돌은 현재도 한게임 바둑을 통해서 급수별로 많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더불어 NHN은 게임보다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AI 패션 서비스다. 상품명이나 속성을 몰라도 비슷한 이미지만으로 비슷한 상품을 검색한다거나, 여러 가격대의 비슷한 상품을 제시하는 등이다. 이는 ‘패션고’나 ‘브랜디’ 같은 다양한 업체에 적용돼 있다. 이 밖에도 얼굴 인식, 음성 합성, 손금 및 관상 분석 등 다른 게임업체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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