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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디자이너 혈압 오르는 광고 모음집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2 18:45:12
조회 993 추천 1 댓글 4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지금이야 대부분의 게임 광고가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 등으로 이루어지지만, 1990년대만 해도 오프라인 잡지 지면이 거의 유일한 광고 플랫폼이었습니다. 대형 게임사부터 소형 업체, 게임 매장까지 자신들의 게임을 알리려면 잡지에 광고를 냈죠. 물론 공중파 TV 등을 통한 광고도 간혹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습니다.

지면 광고는 한 장의 이미지에 모든 정보를 담아야 하기에, 얼마만큼이나 게임의 특징과 매력, 메시지를 축약해서 잘 담아내는지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일러스트 한 장으로 승부를 보기도, 때로는 게임 특징을 모두 담아 기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죠. 이런 광고를 만드는 데는 나름 전문적인 디자인을 요구하는데요, 당시 소형 게임사들은 디자인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구성 면에서 다소 열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1997년 1월, 게임잡지에 실린 디자이너 울리는 광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얼핏 뭐가 게임 제목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블루 아이스'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얼핏 뭐가 게임 제목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블루 아이스'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첫 번째 광고는 어드벤처 게임 '블루 아이스' 광고입니다. 얼핏 봐도 조금 혼돈스러운 구성인데요, 자세히 뜯어보면 더 재밌습니다. 일단 게임 제목이 '블루 아이스'인데 가운데 커다란 '블루 아이'가 보입니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말장난인 듯 한데, 대체 어떤 게임인지조차 판단이 어렵습니다. 사실 게임명이 블루 아이스인지도 조금 알아보기 어렵게 구성돼 있어요.

그래도 이 광고는 자세히 보면 어떤 게임 광고인지는 대충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아래쪽에 노란색으로 표기된 폰트가 배경과 어우러져 잘 알아보기 어렵긴 하지만, 그럭저럭 하고 싶은 말은 전달이 되네요. 광고를 낸 곳이 당시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유통사 SKC 소프트랜드인 것을 보면, 광고 제작 여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애초에 광고에 활용할 이미지가 별로 없었던 게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판으로 슥슥 그린 듯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펑크펑크'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그림판으로 슥슥 그린 듯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펑크펑크'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다음 광고는 일전에 [90년대 게임광고] 코너에서 짧게 언급했던 펑크펑크 광고입니다. 윈도우 95에 포함된 그림판으로 슥삭 그려낸 듯한 그림체가 눈을 잡아끄는데요, 시선 집중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코 좋은 느낌은 아닙니다. 오른쪽 아래 조그맣게 게임 스크린샷이 나와 있긴 하지만, '도해식 줄거리', '수많은 창조적 캐릭터들', '16채널의 폭발적인 디지틀 음향효과, 음악' 같은 설명으로는 대체 뭐가 뭔지 감이 안 잡힙니다.

폰트 사용과 글자 배치에서 총체적 난국인 마법의 향수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폰트 사용과 글자 배치에서 총체적 난국인 마법의 향수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세 번째 광고는, '마법의 향수'라는 게임입니다. 일단 제목을 제외하면 모든 폰트가 음영이나 윤곽선 효과 하나 없이 배경과 그대로 합쳐져 있습니다. 디자인 법칙 중 '배경과 텍스트가 시각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느낌입니다. 몇몇 글자는 배경에 가려 읽을 수 없는데다, 붉은색으로 커다랗게 쓰인 '전량 통신판매' 폰트에 이르러서는 합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게임 설명을 자세히 읽어봐도 꽤나 눈물납니다. 글자가 스크린샷을 침범한 것은 애교고, '않된다', '밤과낮' 같은 말들은 맞춤법검사기가 없던 당시 시대탓을 하게끔 만듭니다. 게임 자체도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구식 시스템과 설계였다는 악평을 받았는데, 광고 역시 좋지 않은 쪽에서 주목을 받는군요.

왼쪽에 소개된 이미지 3장의 용도는?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왼쪽에 소개된 이미지 3장의 용도는?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네 번째 광고는 동서게임채널에서 게재한 '에자일 워리어 F-111X' 광고입니다. 게임 자체는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일단 전면 이미지에서는 그런 느낌이 물씬 나고 있으므로 그 측면에선 합격입니다. 다만, 그 외에 게임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고, 아래쪽 딸간색 글씨도 배경과 분리되지 않아 눈이 아픕니다.

백미는 왼쪽에 다소 난잡하게 추가된 이미지 세 개입니다. 얼핏 봐서는 저게 다른 게임 광고인지, 확장팩인지, 아니면 만화책이나 소설책 광고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지금 인터넷으로 검색해 봐도 뭔가 알아보기 어려운데, 당시 독자들이 저 세 장의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라고 한 것인지는 미스테리네요.

저런 광고들은 당시 중소 게임업체들의 열악한 환경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광고 디자인 담당자를 따로 둘 수 없어 내부 직원이 슥슥 제작해 게재하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처럼 포토샵 프로그램이 대중화된 시기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떻게라도 광고면을 통해 게임을 알리고 싶었던 당시 게임사들의 절실함이 묻어 있는 광고라 생각하면 마냥 지적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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