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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K-게임이 극복해야 할 '창발적 서사'와 아포페니아

게임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2 15:10:57
조회 1377 추천 0 댓글 3
최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진행되는 쇼케이스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서사'다. 내러티브라고도 한다. 지금껏 해외 대작 게임은 서사를 기반으로 한, 엔딩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한국 게임은 리니지 이후 MMORPG가 핵심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퀘스트를 따라 움직이다보니 세계관에 대한 몰입이 패키지 게임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작을 출시하면서 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내러티브, 서사에 대한 내용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와이도 이런 서사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기획] 스토리 들려주는 기자 시리즈를 통해 서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PC콘솔 게임은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 ''스텔라 블레이드' 3개 정도가 꼽힌다. 아직도 스토리나 서사와 관련해서는 갈 길이 멀다. 국내 게임 개발진이 갖추고 싶어 하는 게임 속 서사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밸런스에 이어 '림월드'의 개발자인 타이난 실베스터가 이야기하는 창발적 서사'와 아포페니아에 대한 내용을 한국 게임이 극복해야 할 두 번째 내용으로 다뤄봤다. 사서에 대한 저서의 의미를 왜곡 없이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수정 없이 원문 그대로 게재했다. 


별이되어라2 엔딩 /게임와이 촬영



창발적인 이야기 Emergent Story 


모든 플레이 세션에서는 게임 메카닉, 플레이어, 우연히 한데 어우러져 창발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련의 관련 이벤트가 만들어진다.

창발적인 이야기'는 게임 메카닉과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에 의해 플레이 중에 생성되는 이야기이다. 

친구와 레이싱 게임을 하다가 충돌 사고를 당한 후 다시 돌아와 승리를 거두는 것도 이야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게임 기획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특정 플레이 세션 중에 생겨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발적인 이야기다. 창발적인 이야기는 서사 도구와 이야기 콘텐츠 생성을 위한 기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창발적인 이야기가 서사 도구인 이유는 기획자가 게임 메카닉을 설계할 때 게임의 창발적인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 플레이어는 중세 전투, 대담한 암살, 끔찍한 옥상 탈출 등 수백만 개의 독특한 창발적인 이야기를 경험했다. 하지만 중세의 암살자가 아침에 양치질을 하는 이야기는 그누구도 경험한 없을 것이다. 양치질은 의 게임 메카닉이 아니기 때문에 양치질에 관한 이야기는 이 게임에서 등장할 수 없다. 기획자들은 의 메카닉을 특정 방식으로 설정함으로써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는지 결정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별 이벤트를 미리 준비하지 않더라도 게임에서 생성되는 창발적인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어쌔신크리드의 모든 주인공이 진주빛 흰색을 띠는 이유는? /레딧


또한 창발적인 서사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성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생성하는 기술로 간주할 수 있다. 기획자는 게임 메카닉의 경계와 경향을 작성하지만, 각 창발적인 이야기의 실제 줄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메카닉, 플레이어의 선택, 우연 간의 상호 작용이다. 이는 이야기를 만드는 매우 우아한 방법이 될 수 있는데. 기획자가 해야 할 저작 작업을 게임 시스템과 플레이어에게 넘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영원히 이야기를 생성할 수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기획자가 가진 통제력을 강조하는 반면, 두 번째 관점은 기획자가 가지지 못한 통제력을 강조한다. 이 두 관점은 같은 것의 양측면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창발적인 이야기의 개념은 생성된 경험을 설명하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다. 

창발적인 이야기의 개념은 우리가 다르게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만 가치가 있다. 메가닉으로 생성된 경험을 고려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할 수 있는가? 인터페이스가 명확한가? 깊이가 있는가? 그러나 창발적인 이야기와 통일한 경험을 고려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캐릭터화는 흥미로운가? 클라이맥스는 예측할 수 없고 피할 수 없는가? 설명이 매끄럽고 잘 숨어있는가? 고전적인 3막 구조를 사용하는가, 아니면 다른 형태를 취하는가? 창발적인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동적으로 생성되는 게임 상황을 분석하는 동안 농칠 수 있는 거대한 이야기 사고 도구를 준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플레이 중에 생성되는 일련의 이벤트라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이야기라고 부르는 것은 기존의 직접 작성된 이야기와 연관시켜 설명하는 방식일 뿐이다.

창발적인 이야기만이 게임 허구 배경 설정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 수 있기 때문에, 창발적인 이야기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체스에서 새로운 기술을 완성하고 그 기술로 처음으로 형제를 이긴 플레이어는 하나의 이야기를 경험했지만, 그 이야기는 게임이나 허구 배경 설정의 경계 밖에서 일어난다.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승리를 가져다 준 영리한 수를 언급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형과의 관계가 발전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계가 만들어낸 이야기도 아니다. 플레이어의 삶에서 나온 실제 이야기이다. 이런 종류의 실제 이야기 생성은 오직 즉흥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게임 기획자가 플레이어의 삶을 대신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레이싱게임의 고스트 기능을 이용해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스트와 레싱을 했다는 내용


철권8의 고스트 기능 /반다이남코



아포페니아 Apophenia(상호 관련 없는 현상 간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식 작용)


아포페니아는 복잡한 데이터에서 상상의 패턴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경향을 뜻한다. 

인간의 머리는 탐욕스러운 패턴 매칭 기계이다. 우리는 패턴이 없는데도 어디서나 패턴을 찾는다. 아이들은 구름을 보고 개, 배,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텔레비전을 가만히 쳐다 보면 도형이나 문자가 화면 주위를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제물로 바쳐진 동물의 내장에서 패턴을 찾아 미래를 예언했다(그리고 항상 패턴을 발견했다). 오늘날에도 점성술, 수비학 및 기타 수많은 종류의 점술은 모두 아포페니아에 의해 주도된다. 


아포페니아 /sketchplanations


아포페니아는 인식 가능한 모든 패턴에 작용하지만, 미롯속은 특히 특정한 종류의 패턴에 굶주려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그 중 하나가 바로 인격이다. 인간의 의식은 다른 아포페니아는 인식 가능한 모든 패턴에 작용하지만, 머릿속은 특히 특정한 강력해서 무생물에게도 작동한다. 얼굴 없는 탁상용 램프가 고무공을 무서워하는 사람의 의도와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충동은 매우 만화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주: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 그리고 우리가 "산소 원자는 다른 산소 원자 하나 옆에 있기를 원하지만 두 개 옆에 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산소 원자는 지능이 없고 아무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문자 그대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물을 욕망과 의도에 따라 행동하는 주체로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유를 이해한다. 


룩소 주니어(Luxo.Jr) /픽사


이런 종류의 아포페니아는 창발적인 이야기에서 캐릭터와 감정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게임에서 인간과 같은 의식을 진정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아포페니아는 컴퓨터가 현실적인 의식을 시뮬레이션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만화 속 탁상용 램프를 호기심이나 두려움으로 해석하는 것처럼 플레이어의 의식이 게임 속 무언가를 지능적인 에이전트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만 구현하면 된다. 그런 다음 플레이어의 무의식이 개입하여 가상의 욕구, 의무, 지각, 인간 같은 관제를 사물에 부여한다. 게임 자체는 여전히 토큰을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는 이 움직이는 토큰은 더 깊이 숨겨진 음모와 욕망을 드러낸다. 킹은 그 폰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 나이트는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룩은 지루해한다, 이러한 감정은 게임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플레이어의 의식 속에는 존재하며, 이것이 바로 경험에 중요한 요소다. 

아포페니아는 거의 모든 창발적인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창발적인 이야기를 생성하는 게임 시스템을 만드는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겠다. 


라벨링 Labeling 


기획자는 기존 게임 메카닉에 게임 허구 배경 설정을 추가하여 창발적인 이야기를 강화할 수 있다. : 이 전술 시뮬레이터 게임은 세계 2차 대전의 보병 중대간의 전투를 다룬다. 이 게임은 전장에 있는 모든 병사에게 이름을 주고 추적한다. 이렇게 이름을 주는 것은 플레이어가 한 병사의 기록을 보고 지난 몇 번의 전투에서 분대원 중 한 명을 제외한 모든 병사가 사망했음을 알 수 있음을 뜻한다. 플레이어는 전우의 죽음 이후 이 두 병사의 유대감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음 전투에서 한 명을 찰리기 위해 다른 병사를 희생하라고 명령하면서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클로즈 컴뱃 : 머나먼 다리(Close Combat: A Bridge Too Far) /GOG.com


: 이 웅장한 전략 게임에서 모든 귀족 공주, 장군에게는 고유한 이름과 특징이 부여된다. 지능이나 힘과 같은 수치적인 능력치를 추적하는 대신, 는 귀족과 장군에게 성격 특성을 부여한다. 결혼이나 전투에서 승리하는 등의 이벤트가 끝나면 귀족은 '주정뱅이' 영감이, 겁쟁이' 등의 라벨을 얻을 수 있으며, 이 라벨은 특별한 보너스와 약점을 부여한다. 다른 게임에서는 장군의 리더십 스테이 낮아서 전투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중세에서는 장군에게 딸이 있고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전투에서 죽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패배할 수도 있다. 


미디벌: 토탈 워(Medieval: Total War) /스팀


아포페니아 때문에 라벨링이 작동한다, 각 예시에서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는 게임 시스템에서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에서는 병사들이 공동의 상실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뮬레이션이 없다. 에서는 인간의 용기나 가족애를 실제로 추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사소한 암시만 주어져도 이야기를 인식한다. 여기에 라벨을 붙이고, 저기에 이름을 붙이면 상상 속에서 이야기가 피어난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의식이 거의 모든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매우 우아한 방법이다.  


추상화 Abstraction 


소설의 글은 이미지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머릿속에 맡기기 때문에 어떤 사진보다 더 강력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은 소설보다 상상력을 덜 요구하지만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적다. 

플레이어에게 보여주고 알려주는 것이 적으면 아포페니아가 그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진다

더 세밀한 그래픽과 고품질 사운드는 게임에 무언가를 더해주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빼앗아 가기도 한다. 게임의 그래픽, 사운드 대사가 세밀할수록 해석의 여지가 줄어든다.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으며 최소한의 표현일수록 더 많은 아포페니아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플레이어가 더 많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는 것이 좋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바로 다. 이 게임에는 그래픽이 없다. 드워프, 고블린, 풀, 바위 등 수백 가지의 오브젝트가 아스1 (ASCI) 문자로 표현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 같은 것에서 아무 뜻도 찾지 못한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강가 풀밭에 앉아 담소 나누는 드워프 부부를 보게 된다. 


드워프 포트리스(Dwarf Fortress /스팀


하지만 아포페니아가 작동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표현의 빈틈이 있으면 플레이어의 의식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예를 들어,에서 아내와 대화하는 영상을 보여준다면 플레이어는 계인 안의 존재하는 사람에 빠진 장군을 삼상할 수 없다. 영상 속 장군의 가족에 대한 태도는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 장군의 성격을 해석할 여지를 없애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에서 적의 공격 속에 있는 전멸한 분대의 마지막 두 병사를 플레이어가 확대해서 각자 일반적인 아이들 애니메이션을 재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면 전사의 유대감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상상 속의 이미지보다 우선한다.

미니멀리즘이 주도하는 아포페니아의 가장 순수한 예는 장난감 "로리의 스토리 큐브(Rory's Story Cubes)"이다. 스토리 큐브는 양, 번개, 기타 무작위 이미지가 그려진 카툰 풍 그림으로 덮인 9개의 주사위로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려서 그림을 보고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처음에는 거북이, 말풍선, 나무 그림을 서로 연결한다는 것이 터무니없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쉬운 일이며, 특히 장난감의 주요 타깃인 어린이와 같이 고정관념이 덜한 창의적인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스토리 큐브


전략 게임, 건설 게임, 경제 시뮬레이션, '던전 앤 드래곤(Dungeons & Dragons)과 같은 TRPG에서 플레이어가 만든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는 게임인 이유는 추상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르는 대개 숫자와 기호를 사용하여 거시적인 게임 요소를 표현한다. 1인칭 슈팅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과 같이 가까이서 플레이하는 장르는 이런 종류의 아포페니아가 일어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풍부한 창발적인 이야기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게임 기획의 정석(도서출판 스타비즈) | 저자 타이난 실베스터 | 오영욱 역

타이난 실베스터는 2000년에 처음 게임을 기획한 기획자다. 루데온 스튜디오의 설립자이며, '림월드'의 제작자다. 약 300만 카피 이상 판미되고 스팀에서 2023년 말 현재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받고 있는 '림월드'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인디 게임 중 하나다. 


타이난 실베스터



▶ [창간 10주년] K-게임이 극복해야 할 밸런스 노하우 "반응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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