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옃갤문학] 유리구슬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03 11:43:17
조회 77 추천 2 댓글 1
														

[옃갤문학] 유리구슬


재결합 기념으로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써봤어
즐감



==========================



기억여고의 음악동아리, [버디]

소원이 그곳에서 만난 그녀를 포함한 여섯 명의 동아리원과 알고 지낸 지 어연 10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평생 함께 붙어 다니며, 성인이 되고, 사회인이 되어도 다 같이 만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모두 각자의 일로 바빠 뿔뿔이 흩어져 간간이 연락만 할 뿐, 자주 만나진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생 함께 붙어 다니겠다는 건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몰라.’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소원은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유리구슬 형태를 한 오래된 키링이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색이 탁해졌고, 군데군데 금이 가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였을까....”

동아리에 입부한 후, 친해진 다섯 친구들과 함께 맞추었던 우정 키링.

그때의 순간이, 그때의 공기를 그녀는 10년이 조금 안 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 * *


십년 전, 어느 무더운 여름.

학교 축제에 있을 공연을 대비해 부원들과 열심히 연습을 하다, 잠시 쉴 겸 학교 앞 오래된 문방구로 가 평상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먹고 있던 즈음.

소원은 매대에 걸려있는 아지가지한 키링을 발견했다.

유리구슬 모양의 키링이었다.

“얘들아. 저거, 예쁘지 않아?”

투명하고, 반짝반짝 빛나던 것이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다섯 부원들 또한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예쁘다, 갖고 싶다, 가방에 차고 다니면 예쁘겠다― 떠들어대며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그럼, 우리 이거 사서 같이 달고 다닐래?”

[버디]의 부원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증표이자, 우정 템으로 가방에 차고 다니자는 소원의 제안에 모두가 찬성했다.

의견이 모아지자마자 그들은 서로의 가방에 새로 산 키링을 달아주었다.

“그런데. 이거 유리구슬 모양이잖아? 유리니까... 깨지진 않겠지?”

조금은 염려가 된다는 듯 엄지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또 다른 버디의 부원, 은하가 그녀의 가방에 달린 키링을 만져보았다.

“이게, 그냥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평소 주변에서 감이 좋다는 그녀가 만져보기에.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 같아.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는데?”

사실, 예쁘긴 하지만 혹시라도 몇 달 안에 깨지지 않을까 다들 내심 걱정했었다.

그렇지만 은하가 그렇게 말한다면 믿을 만하지- 하며 다른 부원들도 동의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그들이 맞춘 유리구슬 키링은 신기할 정도로 쉽게 깨지기는커녕, 흠집 한 번 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대학생이 된 이후로 여섯이 뭉쳐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는 중에도.

그들의 가방에는 늘 유리구슬 키링이 달려있었으며.

아무리 큰 충격에도, 깨지지 않았다.


* * *


4,5년 전 쯤이었나.

소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대를 위해 [버디]의 부원들과 연습을 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어느 어둑한 밤.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이 진짜 많네....’

지하철이나 제대로 타고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그녀는 겨우겨우 틈새를 찾으며 인파를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던 그 때.

“꺄아악!”

인파 탓인지, 누군가와 부딪혀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소원.

무릎을 매만지며 그녀를 쓰러트린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그녀와 부딪힌 거구의 중년 남성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하으으....”

무릎을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에.

“이게, 왜....?”

그녀의 발 앞에 익숙한 무언가가 보였다.

여고생 시절, 부원들과 함께 맞추었던, 유리구슬 키링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깨지지 않고, 늘 가방에 붙어있던 키링.

그 키링이 방금 전의 충격 때문인지 가방에서 떨어져 나와, 길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핸드폰 불빛으로 비춰 자세히 보니, 그 유리구슬에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커다란 금이 나있었다.


* * *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녀가 다른 다섯 부원들과 만나는 시간이 뜸해진 것이.

유리구슬 키링이 부서진 것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었지만, 어쩐지 그 날 이후로 일이 잘 안 풀리기 시작했다.

‘미안, 나 이제 취업준비 해야 될 것 같아....’
‘나, 이사 가. 앞으로 자주 못 만날 것 같아.’

그 날을 기점으로 여섯 소녀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점점, 서로와 멀어져갔다.

딱히 싸우거나, 그런 것은 없었지만- 일이 다들 바빠, 연락만 간간히 할 뿐 그 날 이후로 함께 공연을 하는 일은 없었다.

소원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들 바쁠 나이고, 이 거친 세상 속에서 사회인으로서 제 몫을 해야 할 나이가 다들 된 건 맞으니까.

그렇지만.

‘아쉬워.’

바쁘더라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더라도.

소원은 여고생 시절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함께, 여섯이서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참 좋았는데.

술을 한 잔 해서 그럴까. 취기 때문에 평소 품고 있던 그런 감정이 증폭된 그녀는 오랜만에, 그 유리구슬 키링을 만지작거렸다.

십여 년 전, 가족 같은 친구들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서.

첫 공연을 떠올리면서.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은 추억에, 소원은 그녀도 모르게 눈물을 뚝, 뚝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외롭다.

괴롭다.

이제는 그때와 같은 추억을 쌓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나이를 먹어도 변치 않기를 바랄게’라 이야기했던 기억의 편린이 섞이며 숨이 점점 조여오기 시작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지금 내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그 애달프고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은 그녀도 모르게 키링을 질끈 잡은 채 손을 떨었다.

그러다 ‘후우,’ 하는 깊은 한숨과 함께 키링을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탁하고, 군데군데 실금이 가져있던 유리구슬 키링은 어째서인지-

십여 년 전, 그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흠 하나 없는, 맑고 투명한 유리구슬의 모습으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과학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취기가 깬 소원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유리구슬 키링을 만진 순간.

소원의 의식이 암전했다.


* * *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따듯한 햇살이 그녀의 온 몸을 간지럽히는 감각에, 소원은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이상하다, 겨울에 이렇게 따듯한 햇볕을 쬐기가 쉽지 않은데.

그리고

‘이 후덥지근한 바람도.’

살을 에워오는 거센 바람이 아니라, 여름 특유의 습하고 꿉꿉한 바람.

그 기시감에 소원은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믿을 수 없는 모습이 그녀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십년을 동고동락한, 가족과도 같은 [버디]의 부원들이, 낯익은 교복을 입은 채 평상에 앉아 서로의 가방에 키링을 달아주고 있는 광경.

분명, 이건 10여 년 전 그때의 모습이 분명했다.

혹시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어봤지만, 얼얼한 통증이 그녀의 볼에서 전해져왔다.

그렇다는 건, 설마.

‘나, 설마... 과거로, 온 거야?’

그것 말고는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한창 소원이 어안이 벙벙한 채 상황을 살피는 사이.

“그런데. 이거 유리구슬 모양이잖아? 유리니까... 깨지진 않겠지?”

익숙한 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원이 기억하고 있던 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때처럼 엄지가 은하에게 묻는다.

그리고 은하는, 역시 소원이 기억하는대로 엄지의 가방에 달린 키링을 만진다.

“이게, 그냥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깨지진 않을 거 같아.”

2abb9d74b5806cf73cef85f84780706c43c1f8b574fa4b87bf50d673fe64da0f8a573ed189fb288c6be49528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2

고정닉 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오픈 마인드로 이성을 만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2/02 - -
4856021 나는 썩었어 [6] 여친을응원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88 0
4856020 신비와 나의 공통점 [6] 여친을응원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56 0
4856019 거꾸로 띤비시♡ 내퀸비황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5 0
4856018 거띤시 ㅇㅇ(211.234) 12.03 20 0
4856017 발치했는데 슬슬 마취 풀리기 시작해서 미칠거같어 [6] ㅇㅇ(211.234) 12.03 93 0
4856016 원래 지정석 가서 멀찍이 봐야지 했는데 [1] ㅇㅇ(39.7) 12.03 126 0
4856015 플라워시 ㅇㅇ(211.234) 12.03 23 0
4856014 확정 [3] 정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60 0
4856013 내옌 왔네 최스윗멈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4 0
4856012 타임타임 신비타임 [6] 내퀸비황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3 0
4856011 옌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규ㅠㅠㅠㅠ [4] 단발짜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4 0
4856010 눈사람 날 그만 괴롭혀 ㅋㅋㅋㅋ missi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6 0
4856009 오 답글 그런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6 0
4856008 옌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6] 여친을응원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4 0
4856007 옌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4] 쓰리오브컵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33 0
4856006 241203 예린 인별 + 스토리 [19] yeNni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00 34
4856005 내옌내 인별 @뜸 밤하늘을날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7 0
4856004 기엽네 진짜 성덕지망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8 0
4856003 띤 ㅋㅋㅋㅋㅋㅋ 올더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3 0
4856002 스탠딩 옃린이 시점 [2] 짱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98 1
4856001 공캬 올만에 들어가봤는데 내 카페로고들 다 어디감? [4] ㅇㅇ(175.117) 12.03 93 0
4856000 띤비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쓰리오브컵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6 0
4855999 내띤공카옴ㅋㅋ 예원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1 0
4855998 241203 신비 프롬 [13] 그런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539 34
4855997 ㅋㅋㅋㅋ 띤 아이디 되찾았나 짤 ㅌㅋㅋ missi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34 0
4855996 아이디 복구 ㅋㅋㅋㅋㅋ 밤하늘을날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8 0
4855994 엄지 너무 귀여운 것 같아 [2] ㅇㅇ(125.246) 12.03 100 0
4855993 대전, 임대생 밥밥 완전 영입 [7] 여친을응원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99 0
4855992 잡았다 [4] 여친을응원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68 0
4855990 이제 올해 달력도 한장 남았네 [3] 우리애들덕질할맛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7 0
4855989 윕 공지사항 떠도 알람 오나? [8] 올더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09 0
4855988 안경짜 귀엽 [4] 내퀸비황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75 0
4855987 아씨 멤버십 개놀랬네 [6] 신비로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76 0
4855986 키 187인데 스탠딩가면 민폐임? [8] 옃갤러(118.235) 12.03 203 0
4855985 잡았다 ㅇㅇ(211.234) 12.03 70 0
4855984 인별 서버 또 난리났네 [6] 신비로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92 0
4855983 샤윙 [3] ㅇㅇ(211.234) 12.03 69 0
4855982 다들 1인 2매로 잡고 [2] ㅇㅇ(119.201) 12.03 222 0
4855981 ??? : 유쥬 가슈가튼 갱우에는 메캬니즘적으로 갱장히 뛰어나다 [2] 우리애들덕질할맛난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12 1
4855980 옛날 사진 보는데 상상도 못한 곳에 황은비 ㄷㄷ [19] 신비로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93 0
4855979 요샌 으나폰도 스와이프 제스처 되는구나 [1] 단발짜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95 0
4855978 근데 티켓링크 기능인 선물하기는 어케되는거임? [2] 율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74 0
4855977 ㄷㅂㅅ 단발짜냥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8 0
4855976 ㄷㅂㅅ♡ 내퀸비황형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29 1
4855975 데뷔시 ㅇㅇ(211.234) 12.03 25 0
4855974 유구시 ㅇㅇ(211.234) 12.03 20 0
4855973 신분증 검사 하면 업자 적을라나 [1] 율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157 0
4855972 궁금한게 있는데 1인 2매면 [9] ㅇㅇ(211.234) 12.03 258 0
4855971 야구 중계 대상 끝나고 킨게 타이밍 좋았다 ㅋㅋ missi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7 0
4855970 윶컷 [13] [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3 437 21
뉴스 황정음, 전남친 김용준 언급 “만나면 10년… 열렬히 사랑해 후회 없어” (‘솔로라서’) 디시트렌드 12.0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