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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갤문학]오늘 크보문학 1차전 -고지전-앱에서 작성

고인군단(222.104) 2018.10.09 20:07:50
조회 153 추천 12 댓글 2

처음 올라온 사진 띄운 꼴갤문학[2040시즌 막바지의 어느 날]에 바로 이어서 쓴거임


"손자야. 그 때 내가 참 좋아하던 승준이 형이 선발이었단다."

"송승준 코치님이? 그 선발밖에 못 키우는 투수코치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어쩌다보니 불펜 코치 손승락, 선발 코치 송승준...... 뭐 그건 됐고. 그 날 승준이 형은 억울 그 자체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지. 2이닝 8실점이었던가? 명백히 실책이었는데 외야수가 한 짓이라 실책을 주지 않았어."

"왜요!"

"외야수는 어지간해선 실책을 안 쳐주곤 했단다."

"헤에~"

손자는 억울한 성적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에 더더욱 호기심이 증폭된 모양이었다.

"그 두 개의 실책으로 투수가 바뀌고, 바뀌고, 또 바뀌었어. 뭐 결국은 참 족발 좋아하던 두 투수가 팀을 지탱해내긴 했단다. 그리고 그 실책을 저질렀던 외야수는 자기 타석이 되자마자 끌려내려가다시피 대타로 바뀌었어. 그리고 한 점 두 점 추격을 해냈지, 그리고 6회에는 내가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어, 이때만 해도 분위기는 묘했지."

손자의 표정에서는 점점 흥미를 못 감추고 있더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데, 8회에 유격수가 실책을 저지른 게 발단이 되어 한 점을 실점했단다."

"아아......"

"그런데 경기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말이야, 아웃카운트 하나를 받은 상태에서 기적적인 희생플라이를 그 녀석이 쳤지. 그 때 2루 주자였던, 정확히는 내 자리에 들어온 친구가 본헤드 플레이로 횡사하면서 강제로 연장전으로 간 기억이 남는구나, 그 날은 1루수도 진짜 심하게 삽을 펐어."

"그래서요......?"

"뭐긴 뭐야, 당대 국내 최고라 할 수 있었던 손승락이 등판해서 10회를 책임졌지, 그 와중에 실책으로 무사만루가 됐어."

"또 두들겨맞고 졌을 거 같지는 않아요! 자이언츠는 드디어 최강이 되었으니까요!"

참으로 어려운 세월을 거쳐 바뀐 자이언츠는 어느새 최강 반열에 들어 있었고.
손자의 그 믿음에 보답하는 이야기를 그는 다행스럽게 해 줄 수 있었다.

"뭐, 맞긴 했지, 희생플라이 하나를. 그리고 10회말 상대팀 감독의 도움을 받아 대타공세가 나름 성공하고, 무사 만루에 병헌이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어 주더구나, 대체 그때는 센터라인에 무슨 마가 꼈는지......"

"네에?"

"둘 다 말도 안 되는 호수비였단다. 안타가 당연했던 타구들이었는데 그냥 호수비로 희생플라이에 불과하게 되었지, 그리고 다음 타자였던 아섭이는 기가 막히게 직선타 병살을 당했어. 그리고 운명의 11회를 맞이했지."

물론 사실 운명의 11회인 주제에 11회초는 기가 막힐 정도로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11회말, 첫 타자였던 준우가 우익수 플라이를 치고 나니 감독님이 갑자기 막내를 부르는거야, 그 중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됐나요?"

"대담한 스윙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만들어냈고, 다음 타자는 채태인, 공수여러모로 재미를 못 보던 녀석이었는데 그냥 걸러버리고 그날 실책으로 몇 번이고 위기를 만들어놓고, 9회 말 기적적으로 동점을 만들어줬던 녀석과 승부했지.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꿨단다."

노년의 초입에 들어가는 그 거구의 남자의 입이 힘차게 열렸다.

"그리고 그 녀석은 좌익수 키를 넘기는 기가 막히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어, 그 날 흐름을 쥐고 흔드는 주인공이었던 문규현이 녀석에게 그런 승부라니, 솔직히 그것은 기아 타이거즈의 크나큰 실책이었지."

"우와아! 역시 이겼군요!"

"그렇단다, 고지전 첫 날은, 그렇게 진흙탕 속의 승리로 끝이 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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