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야구의 전 포지션에서 가장 타격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내내 투수가 던지는 빠른 볼과 변화구를 다 받아내야 하며 타자와의 수싸움을 계산한다. 다른 내외야수에 비해 워낙 수비 부담이 막중하다 보니 타석에서는 그저 그런 선수라도 투수 리드와 프레이밍을 확실하게 해주는 포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확실하게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수비에 공격까지 최상위권인 선수가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온다.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31)다. 두산의 정규시즌 1위 일등공신인 양의지의 올해 실책 수는 3개, 수비율은 0.996으로 10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 10명 중 1위이며 도루저지율도 37.8%로 독보적인 1위다.

더 무서운 건 타격이다. 올해 양의지는 타율 0.358을 기록해 김현수(0.362)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했다. 고타율에 동반된 홈런 23개 중 10개는 홈런을 치기 가장 어려운 구장인 잠실에서 나왔다. 홈과 원정 경기 모두 3할5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산한 OPS는 1.012에 달한다.

투고타저 시즌이라고 보기엔 통산 성적도 일반적인 포수의 공격력을 훨씬 웃돈다. 2006년 두산의 2차 8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양의지는 통산 106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9, 980안타, 125홈런, 547타점을 올렸다. 은퇴·현역 선수를 포함해 1000게임 이상을 출장한 포수 13명 중 통산 타율은 홍성흔(3할1리)에 이어 역대 2위다.

국내 구단들 입장에선 수준급 투수가 나오지 않는 이번 FA시장에서 공수 조화가 완벽한 양의지에게 높은 금액을 베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포수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4년 80억원)와 비교해 부족할 것 없는 성적을 쌓고 있어 총액이 8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양의지 못지않은 기량을 뽐낸 한국시리즈 우승팀 포수인 이재원(30·SK 와이번스)도 FA시장에 풀린다. 이재원은 올 시즌 타율 0.329, 17홈런, 57타점으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SK의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양의지는 1987년생, 이재원은 1988년생으로 모두 이번이 첫 FA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2019년 FA 승인 선수 15명의 명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15명 중 신규 자격은 10명, 재자격은 4명, 자격 유지는 1명이다. FA를 승인받은 선수들은 해외 구단을 포함해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선수 계약을 위한 교섭에 나설 수 있다. 올해부터 KBO는 공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FA 이면계약 금지 규정을 위반한 구단에 다음 연도 1차 지명권 박탈과 함께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고, 선수에게는 1년간 참가활동정지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

[이용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