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해 KBO 구단 트렌드 중 하나는 ‘베테랑 정리’다. 각 구단은 팀 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베테랑을 대거 방출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육성’을 강조하는 트렌드에서 자연스러운 실험이라는 평가도 설득력이 있다.
타고투저의 KBO 리그다. 실적이 있는 투수들은 일단 보유하고 보자는 게 지금까지의 기조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고, 몇몇 베테랑은 새 팀을 찾았다. 배영수(두산) 장원삼 심수창(이상 LG)과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굵직한 구직자도 있다. 임창용(전 KIA)이 아직 새 팀을 찾지 못한 가운데, 이번에는 권혁(전 한화)이 시장에 나왔다.
1군 캠프 참가를 놓고 구단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한 권혁은 1일 끝내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됐다. 협상의 끈을 놓지 않던 한화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권혁을 풀었다. 약간의 잡음이 있기는 했으나 서로가 손해인 ‘장기전’이 되지는 않았다. 권혁은 자신의 바람대로 새 소속팀 물색 기회를 얻었다.
기류는 긍정적이다.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몇몇 팀이 권혁 영입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 2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연봉,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영입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한 팀만 적절한 조건에 손을 내밀어도 기회가 생긴다. 권혁을 영입한다는 것은 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화보다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공산이 크다.
임창용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KIA는 시즌 종료 직후 임창용을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두 달 넘게 새 팀을 찾을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소식은 여전히 없다. 반면 권혁은 하루 만에 영입을 고려하는 팀이 나왔다. “복수의 팀을 두고 권혁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지난해 성적만 보면 권혁보다 임창용이 못 할 것은 없다. 더 건강했고, 팀 공헌도도 높았다. 활용 폭도 임창용이 더 넓다. 연봉 또한 권혁보다 적다. 무엇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일단 좌완의 이점이 있다. 각 구단이 공통으로 호소하는 문제가 바로 좌완 기근이다. 사정의 차이만 있을 뿐 다들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프런트보다는 현장의 목마름이 더 절실하다. 한 구단 감독은 “상대 타순 흐름을 끊어갈 확실한 좌완이 필요하다. 팬들은 좌우놀이라고 하시지만,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현장에서는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좌완은 다다익선”이라고 했다.
실제 권혁보다 경력이 떨어지는 몇몇 좌완들은 이번 방출 시장에서 새 팀을 찾았다. 투수들 사이에서는 "좌완이 벼슬"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권혁이 새 팀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임창용보다는 아직 젊은 나이라는 점도 있다. 물론 임창용도 1~2년을 충분히 더 던질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나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구단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권혁이 한화 시절만큼 긴 이닝을 던지지 못하더라도 원포인트로는 한참 더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의 영입과는 별개로 고민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 했다. 수도권 B구단 단장은 “좋은 선수가 나왔다”고 총평했다.
결정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창용이 새 팀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결정적 이유다. KIA 시절 코칭스태프와 갈등이 밖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도 구단들이 공유하고 있지 않겠나. 팀 내 분위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에둘러 불가 배경을 밝혔다. 권혁도 마지막 과정은 마찰이 있었으나 이는 캠프와 관련한 문제였다.
권혁이 5월부터나 1군에서 뛸 수 있다.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달 반 정도 공백은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권혁 또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기간 몸을 더 착실히 만든다면 오히려 더 좋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권혁 영입전은 조만간 끝날 전망이다. 반면 임창용은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꼴데는 권혁 안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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