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은 왜 망했을까?(유익하면 개추)

사실 구속이 의미있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 22년과 비교해 봐도 연도별 평균구속은 떨어졌지만 경기별 평균구속의 고점은 144.5 vs 144.2로 거의 동일하다.

22에 비해 소화이닝이 늘어난 것을 감안했을 때 완급조절로 구속을 '줄인'거지 '떨어진' 게 아니란 말이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슬라이더 구사비율 2배' 다. 22~23 19%에서 올해 38%.

그런데 그 과정에서 팔 각도를 낮췄다. '슬라이더를 던질때만.'

위부터 23슬라이더 - 24슬라이더 - 24포심이다. 1-3짤의 팔각도가 거의 같은 반면 2짤은 거의 쓰리쿼터에 가깝다 볼 수 있다.

아마 슬라이더의 변화폭과 제구를 향상시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또 너야 주형광?

이건 2가지 문제가 있다. 감각, 그리고 기술.

1. 감각

먼저 슬라이더를 던질 때만 팔각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포심과 커브를 던질 때도 밸런스에 악영향을 준다.

올해 김진욱이 포심 던지는 걸 보면, 팔 각도가 미세하게 오락가락 한다. 아마 본인은 모를 것이다..

17년 부진할 때 류현진의 변화다. 손감각과 밸런스의 황제라 불리는 류현진도 고작 저 7cm 변화 때문에 성적이 오락가락 한다.

실제로 김진욱의 시즌별 구종 피안타율도

슬라이더 빼고 모조리 떡상 해버렸다. 심지어 그 슬라이더조차도 선발로 뛴 22년과 비교하면 똑같다.

2. 기술

과연 슬라이더가 변화폭을 늘리는 것만이 좋은 슬라이더로 가기 위한 길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김진욱을 언급할 때 자주 비교하는 투수로 김광현, 그리고 커쇼가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슬라이더 때문이다.

둘은 슬라이더를 변화폭이 아닌 스피드와 변화 시점에 맞춘다.

실제로 김광현은 오버핸드 투수라 슬라이더도 포심처럼 자연스럽게 채듯이 던지고, 커쇼의 슬라이더는 그 누구의 슬라이더보다도 더 홈플레이트 가까이에서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그럼에도 변화폭도 꿇리지 않아서 메이저리그 탑인 건 맞다.)

그런데 이 팀의 코치와 선수 본인은 아무래도 변화폭에만 집착하는 듯 하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일단 스플리터부터 말해보자면, 많은 꼴갤러들이 4년동안 스플리터 하나 못 장착하는 건 손감각이 최하급인 것 아니냐 라는 의견을 표하는데, 나는 여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반론을 펼친다.

김진욱은 현재 있는 직-슬-커 를 완성시키는 게 먼저지, 스플리터를 장착할 단계가 아니다.

(사실 아직도 직슬커조차 완성단계가 아닌 게 더 큰 문제긴 하다. 코치xx)

스플리터라는 구종 자체가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에서 온 명칭이기 때문에 무심코 던졌다간 홈런볼이 되기 십상이다.

올해 역적취급 받는 나균안 씨가 최근 삼성전에서 스플리터로 2홈런 얻어맞은 것만 봐도..

다음으로 (써클)체인지업인데, 체인지업은 팔각도가 높은 투수가 던지기에 매우 부적합한 구종이다.

변화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프스피드 구종인 체인지업이 밋밋하게 들어가면 그 또한 배팅볼로 전락하게 된다.

올해 한화 문동주가 시즌 초중반 체인지업 고집하다가 말아먹고 난 후, 체인지업 버리고 스플리터 장착한 뒤 반등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본인결정)

게다가 써체는 모든 구종을 통틀어 손감각을 제일 많이 필요로 하는 구종이라 장착 자체가 불가능한 투수도 한 트럭이다.

마치며+요약

현재 김진욱의 제일 큰 문제는 슬라이더 구사 시 낮아진 팔각도+이로 인한 타 구종의 도미노식 붕괴다.

제발 롤백하고 슬라이더의 구사 방식을 바꾸고 제구 잡는 법을 바꿨으면 좋겠다.

(몸을 덜 닫고 스트라이드 한다든가, 팔 백스윙을 줄이거나 여러 접근방식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