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우리 리그의 소중한 인재인데….”

롯데 관계자는 연장 12회, 4시간 46분 사투를 벌인 뒤 무승부로 끝난 25일 사직 KT전 이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승수쌓기에 실패한 아쉬움이 아니라 상대 선수인 강백호가 예상보다 부상 정도가 심각해지자 매우 속상해했다. 이윤원 롯데 단장도 경기 직후 이숭용 KT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백호 부상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롯데 구단은 출입 기자단에 “강백호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부분에 유감”이라며 “빠른 시간 내 강백호의 부상 완치를 기원한다. 사고 부분 즉각적인 보수와 구장 전체 안전 점검을 진행해 향후 사고 예방을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사직구장 안전 미흡은 오로지 구단의 책임은 아니다. 시설물을 책임지는 지자체 역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사직에서 부상 참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6월에도 당시 삼성 투수였던 심창민이 3루 불펜 문을 열고 나오다가 뾰족한 문고리에 왼 손바닥이 4㎝ 찢어졌다. 그는 신경 손상까지 입어 한달간 봉합 수술은 물론 감각을 회복하는 데 애를 써야 했다. 

강백호 부상 직후에도 당시 악몽을 떠올린 일부 관계자들이 “신경 손상은 피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KBO리그 경기장은 6~7년 전 낡은 외야 펜스가 부상 원인으로 지목돼 전면 교체한 데 이어 여러 구단이 새 구장 짓기에 나서면서 메이저리그 부럽지 않은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다만 1986년 개장한 사직구장은 그라운드 교체 작업 등 일부 개보수 작업을 거치긴 했으나 정작 팬 서비스와 안전에 관련한 시설물 개혁은 없었다.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을 자처하면서도 갈수록 홈구장은 노후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오거돈 시장을 비롯해 이전 여러 정치인도 신 야구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행과는 거리가 멀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안전에서 벗어난 경기장은 야구인과 팬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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