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와 롯데가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일단 올해 상반기 업황 부진 속 롯데케미칼이 LG화학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 승기를 잡았다. 다만 LG화학 역시 하반기부터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정상화 등 실적개선을 예고하면서 '빅2'의 실적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6% 줄어든 3천461억원을 기록하며 LG화학(2천675억원)을 추월, 2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롯데케미칼은 2천713억원을 기록하며 LG화학(839억원)과 차이를 벌렸다.

일단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모두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스프레드 악화로 실적부진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주로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NCC(나프타크레커)에 투입해 석유화학 기초연료인 에틸렌을 비롯해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올레핀과 아로마틱 사업을 영위한다.

두바이유 기준, 2분기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도 3.7% 가격인상이 이뤄졌다. 하지만 에틸렌의 가격은 오히려 12.5% 하락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했는데, 판매할 기초유분 가격이 떨어지면서 올레핀 스프레드는 일제히 악화됐다.

아로마틱 역시 부진세를 이어갔다. 아로마틱 부문의 경우 폴리에스터 성수기 진입으로 수요가 개선됐지만, 화학섬유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PX)은 중국 대규모 설비 가동 시작에 따라 공급과잉 우려로 구매자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스프레드가 악화되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실적을 가른 것은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때문이다. 정부가 올 초부터 ESS 화재원인 규명을 위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신규 설치 발주가 중단됐다. 여기에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발생 등으로 1천70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상반기 2천7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양사의 경쟁은 뜨겁다. 2015년까지 업계 1위를 수성한 LG화학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케미칼에 자리를 내줬다가 지난해 다시 탈환했다. 올 상반기에는 롯데케미칼이 LG화학을 앞서가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업황 부진 속 신규 투자를 통해 활로 모색에 나서면서 업계 1위를 놓고 다툼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이차전지 배터리‧바이오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원료다변화 전략으로 석유화학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들 기업의 투자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LG화학은 하반기부터 전지 사업부문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미국 에탄분해시설(ECC)과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