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 중인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손아섭은 오로지 ‘반성’하는 자세로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었다.

손아섭은 “상처를 많이 받았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팀이 꼴찌까지 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고개숙였다. 그는 “지금 분한 마음을 잊지 말고 겨울 준비를 잘 해서 팬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오게끔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자기관리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손아섭은 이번 시즌도 하던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자 손아섭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석했다. 손아섭은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 ‘자가 진단’한 결과를 밝혔다. 그는 “기술 훈련이 부족했었다”고 인정했다.

프로 13년차를 맞이한 손아섭이 ‘기술이 부족하다’는 말은 조금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손아섭은 손을 내저으며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시즌 전에 부상 방지를 위해서 80% 정도를 할애해서 몸을 만들어왔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기술 훈련 비중을 줄였더라. 시즌이 시작하니 그 부분에 소홀했던 것이 보였다”고 했다.

결국 손아섭이 필요했던 건 ‘초심’이었다. 손아섭은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기술과 체력 모두 절반씩 할애해서 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최근 몇년 간 겪은 시즌 초 부진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다. 손아섭은 2016시즌 144경기를 뛴 뒤 2시즌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144경기에 3경기 부족한 141경기를 뛰었다. 올해도 134경기로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한 셈이 됐다. 그는 “안 아파야 전 경기를 뛸 수 있으니 기록도 나오는 것이라서 우선시했는데 기술도 하루만에 느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올 시즌 바뀐 공인구의 영향에 대해서도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손아섭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돌아봤을 때 내 힘을 타격할 때 100% 쓰는 스타일인데 70~80%밖에 하지 못 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강한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손아섭은 10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을 놓친 것도 오히려 “홀가분하다”라고 느끼기로 했다. 그는 “나도, 팀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나. 2020시즌은 새 뜻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곱씹어봐야 소용없다. 손아섭은 올 시즌의 교훈을 발판삼아 다음 시즌 더 발전하기로 했다. 그는 “팀 성적이 안 좋다보니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위축됐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면서도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할 날이 더 남아있는데 올 시즌은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경험들이었다. 다음에 또 위기가 오더라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음을 다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