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허문회 감독이 지난 13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제공 | 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키움 장정석(왼쪽) 감독과 허문회 코치의 모습. 강영조기자

[김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장정석 감독과) 그저께 통화했다. 내년에 찾아뵙겠다고 했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지난 13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롯데 허문회(47) 감독의 목소리가 무거워 질 때가 있었다. 키움을 떠난 장정석(46) 전 감독 얘기가 나왔을 때다.

허 감독은 이달 초 롯데 사령탑에 부임한 뒤 장 전 감독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다가 키움이 석연치 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장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 장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KBO리그 판을 떠나면서 허 감독도 허탈한 심정을 보였다. 허 감독은 지난 가을야구를 기점으로 롯데가 사령탑 제의를 했을 때 장 전 감독에게 가장 먼저 얘기했다. 그는 “장 감독께서는 내게 ‘당신도 감독해야지’라는 말을 종종 했다. 감독으로서 어떻게 팀을 운영하는지 여러 노하우를 평소 세심하게 지도해준 적이 있다”며 “내가 한 번은 ‘저 감독하면 2명 데려간다’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스스럼없이 장 감독과 키움의 비전은 물론이요, 지도자로 미래에 대해 소통했다. 나이는 허 감독이 한 살 더 많지만 둘 사이에 ‘위, 아래’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야구관만큼은 너무나 잘 통하는 사이였고 서로의 멘토가 됐다는 의미였다.

장 전 감독은 중대한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도 수석코치가 감독 제의를 받은 것에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허탈하게 지난달 27일 허탈하게 두산에 한국시리즈를 내준 뒤 곧바로 허 감독의 롯데 부임 보도가 나왔을 때도 의연하게 “축하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허 감독은 “감독께서 투수 등 포지션별 운용을 어떻게 하는지 내게 알려줬고 나 역시 선수들과 소통을 늘리면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피드백하는 등 시너지가 난 것 같다. 무엇보다 야구 철학이 잘 맞았다”며 “서로 도와주려고만 했다. 그래서 (장 전 감독의 최근 사태에)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롯데 훈련장에 합류하기 전에 가장 먼저 전화한 것도 장 전 감독이다. 허 감독은 “몸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인사했다. 내가 모셨던 분인데…”라며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런 것 같다. 나도 3년 계약했지만 3년 보장받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 시절 뿐 아니라 은퇴 후 코치, 감독에 오기까지 “매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한 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 최근 장 전 감독의 예기치 않은 행보가 더욱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이었음을 털어놨다.

그리고는 자신이 데려온 박종호 수석코치와 더불어 노병오 투수코치, 윤윤덕 퀄리티컨트롤 코치 등에게도 지도자로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노 코치나 윤 코치는 내 야구 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뜻이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박 코치는 나와 이전에 연락을 많이 주고받은 사이도 아니다. 역시 야구에 대한 자세나 생각만 보고 함께하자고 했다”며 “내가 (장 전 감독에게) 느낀 것처럼 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상급자인) 감독이라는 것보다 같은 팀원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