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라인업을 작성하시오 



오늘 선발유격수는 누구요? 


'문규현'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라인업을 작성하라던 자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문규현은 WRC+ 34.6인 타자요. 내야수 중 타격 생산력이 가장 낮고 수비도 안좋은 선수를 선발유격수로 쓰면 어쩌자는 거요? 


'문규현'


"다시 한번 생각하시오. 돌이킬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이길수 있는 기회를 왜 포기하는 거요?


'문규현'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자가 말한다. '지금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타격감이 좋은 신본기가 있소. 

신본기는 무엇보다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가졌으며, 모든 팬들이 신본기를 쓰기를 바라고 있소 

석두까들도 당신의 기용을 반길 거요' 


'문규현'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 말하던 자가 다시 입을 연다. '당신의 심정도 알겠소, 2014년 때 문규현이 큰 공헌을 한건 맞고 여태까지의 기용도 용서할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팬들은 당신의 잘못을 탓하기보다는 앞으로 신본기를 기용함으로써 얻은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비판도 없을것임을 약속하오. 당신은.... 


'문규현'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오는 다음 포로에게 옮겨 버렸다. 




'지금 롯데 순위가 몇위인가?'

"....."

"음 9위군"


설득자는 ,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번즈이라지만 막연한 얘기요. 수비좋은 2루수보다 나은게 어디 있겠소. 공격형 2루수 써본 감독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2루수가 수비가 중요하다는걸 안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감정은 잘 압니다. 작년에 용병으로 데려와서 3위까지 시킨 2루수인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선수 기용에는 공평함이 있습니다. '작년의 3위 경험과 준플에서 탈락한 경험으로 그걸 이중으로 느꼈을 겁니다. 감독은...


'번즈'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승할만한 전력을 가진 감독이. 굳이 번즈를 쓰겠다 하니, 어찌 참고되는 말을 안할수 있겠습니다. 

백만 롯데 팬들의 부탁을 받고 온것입니다. 제발 정훈(?)을 기용하라는....


'번즈'


당신은 작년 롯데를 3위까지 만든 감독입니다. 팬들은 정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훈(?)을 기용하지 않고 번즈을 기용하렵니까?


'번즈'


높은 순위를 경험한 감독일수록 아집이 많은 편입니다.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은 아직 임기가 2년이 남았습니다. 우리 롯데에서는 따라잡아야 할 승차가 태산 같습니다. 

당신보다 스탯을 더 많이 보는 사람으로써 말합니다. 충고해 주고 싶습니다. 정훈을 제발 기용해 주세요 

만약 정훈을 기용한다면 여태까지의 석두까 경력을 청산하고 석리타가 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석두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덕아웃 천장을 올려다 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히 말할것이다. 


'번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