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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롯데의 수호신을 보내다

뻔디홀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8 04:33:03
조회 137 추천 0 댓글 0


[출처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무리를 꼽으라면 롯데팬들은 이제 두 말할 것 없이 그를 떠올리고, 그를 추억할 것이다. 2월 7일, 롯데 자이언츠의 수호신 손승락(38)이 은퇴를 선언했다. FA 신분이 된 지 97일 만에 내린 장고의 결정이었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절치부심하면 한 두해는 더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 반,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일 때 떠났다'는 박수 반까지. 하지만 그의 뒷모습을 그리는 팬들의 눈은 여전히 롯데의 마무리라는 호칭이 선명할 것이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답고, 그래서 더 영원히 롯데의 수호신으로 기억될 손승락. 그가 롯데에서 가장 빛났던 다섯 가지 순간을 모아본다.


1. 160422 - 담대한 배짱투가 지켜낸 롯데시네마 해피엔딩


[출처 : 스포츠서울]


2016년 4월 22일, 손승락의 시즌 6번째 등판이었다. 이미 앞선 5차례의 등판에서 롯데의 새 수호신 도장을 찍어왔던 손승락에겐 첫 위기나 다름 없는 등판이었다. 9회 초, 5:7로 앞선 상황에 등판했지만 안타-2루타-HBP(몸에 맞는 볼)을 연이어 내주면서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스스로 만든 터프세이브(Tough Save) 상황에서 손승락은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을 상대로 공 3개 모두 커터를 던져, 두 번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경기를 스스로 매조짓는다. 그 날, 김주찬은 이미 선발투수 이성민을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뽑아낼 만큼, 타격감은 바짝 물이 올라있던 상황이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와 타자를 현혹하는 유려한 높낮이 조절은 그야말로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마무리 투수라면 세이브 수확은 자존심과 같다. 팀을 지켜내는 사명을 지닌 보직이자, 팀의 최후의 보루로서 경기의 끝을 책임지는 존재.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마지막 1구가 된다는 것만큼 마무리 투수에게 자랑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앞선 경기에서 최대 라이벌인 NC 다이노스로부터 자존심을 구겼던 그에게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이 날은 첫 세이브보다 더 값진 날이 아니었을까?


1. 170627 - 문은 등 뒤에서 닫힌다


[출처 : SPOTV]


KBO 역사상 6번째 무박 2일 경기, 상대팀 LG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은 손승락의 등 뒤에서 마감된다. 무사 1루, 5:5 동점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손승락은 첫 타자 이천웅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다. 이어진 박용택-양석환과의 승부에서 볼넷과 안타를 헌납하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손승락. 다음 타자인 정성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채은성과의 승부를 가진다.


이미 채은성은 선발 송승준과 구원투수 윤길현에게 2루타 한 개씩을 솎아내며 타격감을 한껏 달궈놓은 상태. 초구 141km/h 커터를 걷어낸 채은성은 마치 한 끗 차이로 밟힌 도박판의 승부사의 심정으로 방망이를 매만지며 아쉬움을 달랜다. 2구 147km/h의 속구는 빗맞은 땅볼에 그친다. 수비를 위해 대시하는 손승락의 등뒤로 뿌려지는 러닝 스로우, 이어지는 뱅뱅 플레이의 결과는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 손승락은 아슬아슬하게 닫힐 듯 닫히지 않던 문을 스스로 닫아보이며 팀에게는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북돋게 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세이브 상황이 아닌 때에 이뤄지는 등판은 크게 두 가지다. 등판의 텀이 길어져 컨디션 관리가 필요할 때, 그리고 팀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만큼 확실하고 믿고 의지할 만한 첫 번째이자 최선의 카드라는 의미와 같다. 손승락의 등 뒤로 흐른 공이 아웃이 아니었다면, 롯데의 투혼은 과연 가능했을까?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적어도 손승락의 등판은 롯데에게 '만약'이라는 어설픔과 두려움을 확실히 지울 수 있는 카드였다.


3. 171003 - 롯데 마운드 위에 최고를 선사하다


[출처 : SPOTV]


시즌 최종전, 롯데에게는 5년 만의 가을야구 직행 티켓을 확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준PO 직행이냐, 와일드카드전이냐는 가을야구를 목전에 둔 팀에게는 천당과 지옥과 같은 결과물이다. 타 구장에서 들려오는 라이벌 NC의 패전보와 무관하게, 가을야구를 구도부산에 선사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절실했고 확실한 마무리가 간절했다.


승리를 코 앞에 둔 9회 초, 롯데의 마무리 손승락이 등판하고 사직 구장에는 그의 응원가 'Queen'의 'We Will Rock You'가 울려퍼졌다. 팬들은 양 손 모두 주먹을 쥔 채, 응원 구호에 맞춰 롯데 역사상 최고의 수호신 손승락의 선전을 기원하며 가열차게 뻗고 또 뻗었다. 첫 타자를 땅볼로 처리한 손승락은 팬들의 염원에 응답이라도 하듯, 이어진 채은성과 손주인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특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롯데 팬들은 손승락의 엄지손가락이 치켜세워질 때, 그날의 승리를 가장 자랑스러워했을 지 모른다.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거인 군단의 함성 소리에 화답을 해온 승리의 엄지손가락은 그날 37번 째 기립을 하며, 롯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이 날은 롯데 팬들의 가슴 속에 '손승락'이라는 세 글자를 영원히 새기기에 충분한 날이었다.


4. 180807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


[출처 : 롯데 자이언츠]


2016년, 손승락이 롯데에게 다가와 한 떨기 동백꽃이 되었을 때 롯데팬들은 그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짖었다. 믿을맨이라는 세 글자는 아무에게나 쉽게 허락되는 글자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롯데팬에게 손승락은 그 세 글자를 마음 놓고 붙여도 될 만했다. 그런 그가 점점 달라져갔다. 2018년, 그의 나이가 어느 덧 한국 나이로 37살이 되었다. 오늘 잘하다가도 내일 갑자기 못하는 일이 이상하지 않을 나이. 롯데 팬들은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었다 생각했지만, 2년 간의 단꿈과 기적을 믿었다. 손승락이라는 세 글자를 믿었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손승락에게 2018년은 안쓰러울만큼 잔인했다. 전년도의 화려했던 모습에 비해 안정감을 잃었고, 5월부터 지친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 무렵부터 휘청대는 팀의 사정은 그가 마운드에서 오랫동안 버티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뿜어냈다. 기록에서도 또렷이 드러났다. 30+개 투구가 2017년 4차례에서 2018년 6차례로 늘었다. 팀이 탄력을 받아야 할 시기에 확실히 팀을 지켜주던 투구내용이었던 2017년에 반해, 2018년은 의미없는 쥐어짜기와 늘어지는 투구패턴이 이어졌다. 내용은 당연히 안좋게 따라왔다.


세월의 무게는 수호신도 거스를 수 없었다. 손승락은 늙어가고 있었다. 화려한 커리어는 남았지만 마운드에서 그의 날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포크볼이었다. 어린 투수들이 확실한 결정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장착하던 포크볼은 사직 하늘 아래 손승락에겐 피땀을 흘려서라도 장착해야 할 마지막 불꽃이자 생명이었다. 6월 19일부터 실전에 활용하기 시작한 포크볼은 단순한 변화구가 아닌 노장의 몸부림이었고, 5.91까지 치솟은 ERA를 시즌 막판 3.90까지 떨군 명약관화의 기점이었다.


그런 그에게 8월 7일은 회광반조, 해가 지기 전 밝아지는 시기였다. 통산 250세이브에 단 한 개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LG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첫 타자 유강남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던진 그의 결정구는 포크볼. 이형종을 뜬공으로 처리하고,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다시 박용택을 뜬공으로 마무리하며 통산 250세이브를 자축한다. KBO 역대 3호의 대기록. 그는 스스로에게 어쩌면 이렇게 외쳤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그러들기엔 난 아직 해볼만 하다고.


5. 191001 - 아쉬움이 그득했던 마지막, 당신은 충분히 빛났다


[출처 : SPOTV]


예년과 달랐던 작년의 손승락은 결국 주저 앉았다. 2군으로 보내지기도 했고, 주전 마무리도 후배에게 빼앗기며 셋업맨 강등이라는 마무리로서 치욕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화려했던 시절은 뒤로 한 채, 복잡한 감정이 오가며 서는 사직의 시즌 마지막 등판. 어쩌면 그는 마지막을 스스로 직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가 끝난 후, 마운드를 매만지는 모습을 보며 롯데 팬들은 수고했다는 말마저도 꺼내기 어려웠다. 영웅의 쓸쓸함을 '수고했다'는 말로 위로하기엔 모자람이 많았다. 고독한 에이스에게 우승반지 하나 쥐어주지 못했고, 철완 에이스에겐 고향의 아늑함을 지켜주지 못했다. 안경 에이스에게는 우승의 댓가로 그의 팔이 떨어져나가는 걸 그저 지켜만 봐야했다. 자이언츠의 자부심이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갈 때, 팬들은 늘 멀어지는 뒷모습 대신 홀연히 사라지는 안타까움만을 마주해야 했다.


손승락의 아쉬움 섞인 퇴장은 롯데 팬에게는 가장 빛났던 그를 웃으며 보내주기에 가장 좋은 마무리였다. 최고의 마무리 답게, 그의 마무리도 가장 멋있게 마무리할 줄 알았던 그는 이 날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를 롯데의 수호신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도록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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