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7일 일본 출장을 간 후 45일 동안 일본에 체류 중이다. 신 회장은 그동안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서 업무를 챙기는 '셔틀 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국가 간 이동을 자제하라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수칙에 따라 일본에 체류하며 '원격 경영'을 시작했다.

신 회장은 일본에 체류하며 원격 화상회의로 회사 살림을 챙기고 있다. 특히 매주 화요일마다 '화상 주간회의'를 한다. 이 회의엔 그룹 내 핵심 임원들만 참석한다. 현안 보고도 대부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신 회장은 화상회의에서 경영 쇄신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화상회의에선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 계열사가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업 전략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된다"며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회장은 구체적으로 현금 확보와 외환 관리를 경영진에 지시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화상 회의와 전화 통화 등의 방법으로 '원격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지만 대면 보고 방식보다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한 코로나로 매출 직격탄을 맞아 신 회장과 그룹사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반납할 정도로 비상 상황인만큼 '현장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란 것이다.

신 회장의 복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우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간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수칙에 따라 당분간 일본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인 신 회장은 국내 입국 시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만 해외에서 입국한만큼 2주간 자가격리는 해야 한다. 다만 한국에 들어온 신 회장이 다시 일본으로 출국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일본이 한국발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3일부터 14일 이내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 체류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선 입국을 금지했다.

[윤희훈 기자 yhh22@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