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을 맡았다. 그는 꼴찌로 추락한 팀 성적에 누구보다 스트레스를 받고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순하던 그가 독해졌다. 원래 스스로 엄격한 편이었지만, 요즘은 후배들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노력 안 하는 후배에 매서운 질타

스스로 연습 분위기 조성 노력

화려한 홈런보다 팀플레이 우선

후배들을 향한 민병헌의 매서운 질타는 올해 초 이석환 대표 이사 취임식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젊은 선수가 베테랑처럼 하면 안 된다”면서 “노력하는 후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석에서라면 몰라도, 공개 발언이란 점에서 놀라웠다.

이 발언에 대해 민병헌은 “팀 스케줄이 끝나면 개인 훈련을 하지 않는 후배들 모습이 안타까웠고 성에 차지 않았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각성하길 무척이나 바랐다”고 말했다.

주장의 간절한 바람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변화를 끌어 냈다.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를 지향하는 허문회 감독의 철학에 따라 팀 연습량이 줄었지만, 젊은 선수들이 각자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연습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긍정적 변화를 느낀 민병헌이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틈나는 대로 후배들을 데리고 나와 밥을 사 먹이며 경험을 전수하는 모습이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자주 목격되곤 했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확실히 지난해와는 다르다. 후배들의 달라진 모습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스스로에게도 독해졌다. 지난해의 아쉬움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투구에 손가락을 다쳐 43경기 결장했다. 팀 내 야수 중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 1위(3.53)에 오를 만큼 고군분투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특히, 그는 전반기 부상 악재 속에서도 타율 0.329로 좋았다가 후반기 타율은 0.279로 떨어진 점을 아쉬워 했다. 팀 부진 속에서 선수단의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담감과 부진을 오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는 “다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내 책임 같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민병헌은 변화에 변화를 추구했다. 근육량을 늘리고 장타를 칠 수 있도록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9홈런에 그쳐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개막을 앞두고 계획을 바꿨다. 그는 “힘을 키우다 보니 순발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타격 폼도 원래대로 바꿨다”고 말했다. 화려한 홈런보다는 팀에 필요한 주루와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뜨거운 승부욕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민병헌이 선수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크다. 허문회 감독도 주장 민병헌이 팀에 성공 의지를 고취시켜 주기를 바라고 또 믿고 있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