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의 개막 5연승을 달리고 있는 롯데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부친의 병간호로 자리를 비운 아드리안 샘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판한 '땜빵 선발' 이승헌 마저 지난 9일 SK전에 등판해 6이닝동안 1실점으로 호투하며, 허문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마산종덕고를 졸업하고 2018년에 입단해 올해로 입단 3년차를 맞이하는 이승헌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단 1경기에만 등판해 31.50의 평균자책점이라는 부진한 기록을 남겼을 정도로 1군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같은 우완 장신 투수인 팀동료 윤성빈을 비롯해 최하늘, 한승혁 등과 함께 미국 드라이브 라인 캠프에 파견되어 '특강'을 받았다.

이후, 이승헌은 캠프에서 잃어버렸던 밸런스를 찾아 구속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그는 고교 시절 140 중반대의 빠른볼을 뿌리며 전국구 유망주로 주목을 받은 선수였다. 강백호-양창섭에 이어 전체 3순위의 지명을 받은 높은 순위가 이를 증명한다.

이승헌 9일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증명이라도 하듯 1회 첫 타자 김강민을 상대로 147km의 강속구를 꽂아넣으며 좌중을 압도했다. 경기내내 140 중후반대의 빠른볼과 높은 타점에서 떨어뜨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5회초 SK 김성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허용했을 뿐, 6이닝동안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4피안타 1볼넷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깜짝 선발에 나섰던 어린 투수가 호투하자 팀 선배들이 이를 지원사격했다. 타선은 3회터진 안치홍의 투런 홈런을 포함해 5회까지 대거 6득점에 성공하며 이승헌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 날 롯데는 장단 11안타를 몰아치며, 8번 3루수로 선발출전한 한동희를 제외한 선발전원안타를 만들어냈다.

샘슨의 얘기치 않은 공백으로 어느정도 걱정을 했던 허문회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문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헌이가 호투를 해 기분이 좋다."라며, "사실, 다음 5선발 차례에 좌완 (김)유영이나, 베테랑 (장)원삼이 등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승헌이가 워낙 잘 던져 한 번 더 기회를 줘야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개막 이후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올라있는 롯데는 10일 경기에 선발 스트레일리를 예고했다. SK는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리카르도 핀토가 선발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