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21살때 

이제 개강하고 얼마 안된 무렵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술 자리가 있었는데 

한명이 안나오겠다고 하도 빼서 설득하고 

설득해서 데리고 나왔었다 

걔는 원래 목표로 했던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도 실패해서 삼수하던 중이었음 

근데 재수 실패하고나서 3달 이상 연락 자체가 안됐는데 

최근에 겨우 연락 다시 되서 불러낸 거였음 

아무튼 억지로라도 술 자리에 나온 그 친구도 합석해서 

술을 먹다보니 알딸딸 해질 무렵이었는데 

갑자기 걔가 훌쩍거리기 시작하더니 

신세한탄하듯이 '야 나 진짜 너무 힘들다.' 라고 

하면서 눈물보이더라. 

갑자기 그러니깐 다른 친구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어물쩡 거리면서 대답안하고 질질 끌길래 

나는 술김에 '아 시발 분위기 좆같네' 

'야 별것도 아닌걸로 우냐 남자새끼가 ㅋㅋ' 

라고 말하고 분위기 바꿔볼라고 했는데 

얘가 갑자기 자기 때문에 분위기 깨진거 미안하다고 

먼저 들어가봐야할 것 같다고 하면서 갈라고 하더라 

다른 애들은 좀 더 놀다가라고 말렸는데 나는 좀 

기분나빠져서 그럴거면 그냥 가라는 투로 말했었름 

그러더니 담에 보자고 하고 진짜 먼저 가더라 

걔 가고나서도 그냥 우리끼리 3차까지 가고 

집에와서 뻗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다른 친구한테 

갑자기 전화가 존나오드라 

술도 안깬 상태에서 받아보니깐 존나 다급한 목소리로 

야 XX이 문자 너도 받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뭔소린가 싶어서 보니깐 한 2시간 전쯤에 

문자 한통이 왔는데 XXX 부고 장례식장 어디... 

이런 문자가 와있더라 씨발 보자마자 

술 바로 깨고 옷 챙겨입고 바로 장례식장에 갔는데 

걔네 어머니는 이미 반쯤 정신나간 상태더라 

그래서 걔 남동생 한테 물어보니깐 어제 새벽 1시 쯤에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고 하더라 

알고보니깐 재수기간 내내 우울증 달고 살다가 

재수실패랑 맞물려서 걔네 아버지도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셔서 우울증이 진짜 심해져서 

몇개월 동안 집 밖에도 안나가고 있었다고 하더라 

딱 그 얘기 들으니깐 어제 술자리가 머리속에 

떠오르면서 아 내가 말 그렇게 안하고 좀만 

신경 썼으면 이런 일 없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더라 비록 이게 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은연중에 죄책감이 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