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로 들어와서 민원인이 내가 잘 모르는 업무에 관해 문의하거나 얕게 아는 걸 물어보면 일시 공황상태에 빠진다.

식은땀나고 막 더듬더듬 거리고 제대로 답변을 못한 채 횡설수설거리는 거.

게다가 귀도 안좋아서 (이상하게 소리는 잘 들리는데 뭐라 하는지 잘 안들린다. 소리음 자체는 똑같이 들리는데 '공익아'가 '고위아'로 들린다거나) 몇번이고 되물어본다.

이거저거 일을 하면서도 실수 연발에 심지어는 공문 접수를 깜빡 잊어서 공문 열 다섯 개 정도가 세 달치 정도 밀린 적도 있었다.

물론 그 일을 원래 맡고 있는 민원, 공문 담당자는 욕을 주변에서 엄청 들었고...

게다가 일이 많이 오면 또 얕은 공황상태가 들어가서 세세한 걸 마구 깜빡해.

도장 찍는 걸 잊는다던가, 주소 적는 걸 잊는다던가....

아무튼 내가 일을 정말 못한다. 사회생활 했으면 진즉에 짤렸을 거야. 애초에 사회 생활 할 정도로 정신 멀쩡했으면 정신과도 안갔겠지만.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이 사람들은 정말 일을 꿏꿏하게 시킨다는거다.

아무리 내가 실수 하고 욕을 먹어도 일은 끊임없이 주고, 그럴 때마다 혼낼 뿐이지 실수 연발 투성이의 일도 시키는 걸 멈추지 않는다.

물론 내가 실수할 때 나도 욕을 먹지만 반대로 큰 실수를 하면 위에서 대차게 까이는 건 이 사람들이다.

때때로는 '도대체 이걸 왜 공익한테 맡기는거지?'라는 일도 상당수 있다.

업무 자체가 뭘 빼먹거나 실수하면 아예 기관 자체가 뒤집어질 서류도 태연히 맡기고 있어.

나도 죽겠지만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신경인가 싶어.... 도대체 이 '니가 아무리 일을 못해도 계속 시키겠다!'라는 포스는 뭐지....

가끔 가다 '내가 이거 실수하면 여기 물갈이 되는 거 아닌가' 싶은 것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