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선진국에서도 여성들이 인권을 획득한 것은 쉽지 않았다. 백인남성 -> 흑인남성 -> 백인여성의 순서로 권리가 신장되었다.

세계사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러니까 본격적인 페미니즘의 시작은 여성투표권 획득이었다. 거기에는 산업화 과정, 특히 세계대전 시기에 공장노동자들, 특히 군수공장 노동자들이 부족했고 여성들이 여기에서 노동력을 제공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20세기초에 미국에서 여성인권운동이 벌어졌을 때 포스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술만 마시면서 일은 하지 않은 알콜중독자 남성은 투표권이 있는데, 군수공장에서 일하면서 국가에 세금내는 여성들은 투표권이 없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페미니즘의 첫단추는 "능력있는(사회에 기여하는) 여성에게도 능력있는(사회에 기여하는) 남성에 준하는 대접을 해달라"는 거였다. 유리천장론이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100년이 지났다. 비록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능력있는 여성들은 100년전에 비해서 많은 대접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 페미니즘은 정체의 위기에 놓이게 된다. 첫번째 구호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변화는 불만이 극에 다다를 때 나타나는데 위 논리로 불만세력을 끌어모아서 단체행동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시절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구에서 페미니즘의 다음 단계는 PC로 대표되는 생활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약자에 대한 무시, 인권침해 등등 (페미니즘 초기의) 능력있는 여성보호에서 더 나아가 여성 일반의 보호라는 과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페미니즘은 여전히 첫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다.

"능력있는 남성에게 주어지는 대접을 능력있는 여성에게도 해달라"는 것이 초기 페미니즘의 주장이었다면 지금은 거기에서 약간만 기출변형해서

"능력없는 남성도 하는 짓을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의 모습은 저질남성이 하는 짓을 미러링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여성이 호프집에서 옆에 있던 남성에게 "네 잦이가 내 클리토리스보다 작지?"라고 일갈하는 모습. 사실 이는 일반적인 남성도 하지 않는 짓이다. 대체 어떤 남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잦이, 봊이하면서 떠들어 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젊은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남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여자도 할 수 있다"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사실상 남자도 하지 않는 짓을 거리낌없이 한다. 그리고 그것이 페미니스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워마드에서 카페상징을 여성의 성기로 대문짝만하게 그려놓는 것, 남성의 성기를 조롱하는 집게손가락 심볼 등등 모두 저질스럽고 혐오스러운 것들이다. 그런 것을 하는 것이 당당하다는 인식이고 이는 여전히 한국의 페미니즘이 초기과제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희진에 대해서 한국의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 연장선일 뿐이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개저씨, 씨발같은 표현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민희진은 그것을 당당하게 한다. 걸스캔두애니띵"

그러나 막나가는 남자에게 대접해주는 사회는 없다. 즉, 막나가는 남자를 흉내냈다고 해서 그에게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 보답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사회적 보답은 생산성과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 주어지는 것이지 그의(그녀의) 적극적 사상에 대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아마 한국에서는 대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페미니즘 서적을 팔고 강연하는) 일부 페미니즘 사업가들은 그로 인해서 돈을 벌고 사회적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사회가 또 그 자칭 페미니스트의 삶이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애초부터 허황된 길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