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브라더!”

하와이의 태양 아래 에이스 원투펀치 ‘브라더’가 결성됐다. 프로야구 한화의 1선발 류현진(23)과 외국인 2선발 호세 카페얀(29)이 퉁퉁하게 나온 배를 매개체로 ‘브라더’로 의기투합한 것. 한때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듯 했던 이들 좌우 원투펀치들이 이젠 친형제처럼 호감을 나누고 있다.

한화의 하와이 캠프에 일찌감치 합류한 훌리오 데폴라(28)와는 달리 카페얀은 지난 1일(한국시간)에 하와이에 도착했다.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앞세워 이미 2주 가량 먼저 선수들과 친분을 나누며 금세 적응한 데폴라와는 달리 카페얀은 약간 내성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라 금세 선수들과의 벽을 허물지 못했다. 

특히 카페얀은 합류 첫 날 등번호 ‘26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으며 “선발 26승을 올리면 되는 건가? 개막전 선발을 준비하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으로 에이스 류현진을 긴장시켰다. 강한 인상에 도미니카 리그에서도 다혈질로 유명했던 카페얀의 진면목이 은근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팀내 에이스로 개막전 선발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카페얀은 조용히 류현진의 연습투구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앞에서 선발로 나설 만 한지 판단하겠다는 제스추어. 그리고 마침내 류현진이 에이스다운 구위를 선보이자 급격히 융화모드로 전환했다. 카페얀은 우락부락한 얼굴에 미소를 띈 채 류현진을 비롯한 다른 투수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농담을 건넸고, 류현진 역시 격의없이 카페얀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두 선수는 툭 튀어나온 배를 통해 완전히 마음을 열었다. 오하우 구장에서 치러지던 팀내 연습 도중 류현진의 옆에서 휴식을 취하던 카페얀이 자신의 배와 류현진의 배를 번갈아 가리키며 “마이 브라더!”라는 농담을 건넨 것. 피부색이나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배불뚝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형제’라는 것이었다. 류현진은 “하와이에서 훈련하며 배가 쑥 들어가서 나는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았다. 올해 한화 성적의 열쇠를 쥔 원투펀치들은 그렇게 서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0승 1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