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학 선수께 팬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전달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저보다 훌륭한 인성을 가진 선수에게 팬으로서 많이 배우는 주말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장종훈 선수의 팬으로 시작한 20년 한화팬인 저는 지난 수 년간 건전한 팬이 하지 않을 행동을 참 많이 했던것 같습니다.

또한, 최근 수 년간 저 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이 선수들의 마음을 긁고 힘들게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강경학 선수도 그 중 한 명으로, 많은 팬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직관한 SK 3연전. 강경학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하고 기사를 타고, 인터뷰를 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수는 인터뷰를 하며 '팬의 비난'에 대해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서산에서 타격을 교정하고 최선을 다했으며, 이를 악물고 뛰었노라고 모든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돌렸습니다. 자신을 조롱했던 팬들에 대한 비난도 단 하나도 없었고, SK전의 뛰어난 활약 때문에 손바닥 뒤집듯한 팬심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단지 인터뷰 기자와 웃으면서 박수치고, 힘들었던 시절의 질문에 대해서는 온전히 자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저같이 속좁은 사람은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팬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서도...'라는 말 한마디쯤은 붙였을 겁니다. 허나 나이는 어리지만 인격은 저보다 뛰어난지 선수는 그런 말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한화의 팬으로서, 30이 넘은 성인으로서 많이 배웁니다. 그리고 '간경화'와 같은 멸칭으로 선수를 호칭하고, 같이 야구를 보러 갔던 일행에게 강경학 선수의 1차전 홈런 때 "어차피 간경화야"와 같이 말하며 서산에서의 피나는 노력을 깎아 내린 점 정말 죄송합니다.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습니다.

강경학 선수의 인터뷰 덕에, 저는 앞으로 한화 팬으로서 스스로에게 변화가 있길 바랍니다. 선수로부터 얻은 감동을 팬으로서 잘 갈무리하여 좋은 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경학 선수. 그리고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 하겠습니다.

첨언으로, 최근 부진한 여러 선수들에게도 좋은 팬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더 좋은 팬이 되어서 항상 응원하고, 필요한 비판은 하되 지나친 '비난'은 하지 않는 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사진은 오늘 직관 끄나고 강경학 선수 지나가면 "강경학 선수 지금까지 미안해요!" 한마디 할라 그랬는데 강경학 선수가 안지나감. 근데 이태양 선수 지나가서 싸인받고 옴. 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