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화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헤일(31)이 한국 무대 첫 선을 보인 자리에서 위력투로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가을야구 확정을 위해 부진하던 제이슨 휠러를 내보내고 헤일을 데려오는 승부수를 던진 한화가 미소짓고 있다.

전반기까지 2위를 유지한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게 되자 기민하게 움직였다. 육성형 외국인 투수였던 휠러를 포기하고 지난 13일 헤일을 영입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뛴 적 있고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등판해 5.1이닝을 던진 만큼 실력과 선발로서의 경기 감각 등에서 바로 투입가능한 최고의 카드라 판단했다. 지난 19일 입국한 헤일도 적극적으로 24일 등판을 요청할 정도로 의욕이 넘쳤다.

24일 대전 KIA전에 선발등판하며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헤일은 6이닝 동안 65개의 공만 던지며 2피안타 1탈삼진 무4사구 무실점 역투로 홈팬의 환호 속에 등판을 마쳤다. 이날 경기 전 한화 한용덕 감독은 “80개 정도 던질 예정인데 경기 상황에 따라 더 던질 수 있다. 경기 중간, 중간 선수와 얘기해보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7회부터 투수를 송은범으로 바꿨다. 무리하지 않고 오는 29일 잠실 두산전에 좋은 컨디션으로 다시 선발등판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이날 헤일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다. 1회 KIA 선두타자 이명기를 상대로 던진 초구 구속이 151㎞로 전광판에 찍히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주무기 투심패스트볼을 20개 던졌고 구속은 143~152㎞로 찍혔다. 포심패스트볼 구속도 147~151㎞로 빨랐다. 마지막 이닝이었던 6회에도 148㎞까지 나올 정도로 구속이 유지됐다. 특이한 점은 투심패스트볼의 큰 구속 차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투심패스트볼 중 몇 개의 공은 140㎞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궤적이 좀 더 위에서 아래로 휘어졌다. 검지와 중지에 누르는 힘을 달리한 덕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체인지업(19개)의 경우 구속이 124~131㎞에 형성됐지만 정타를 맞진 않았다. 다만 5회 류승현을 상대로 체인지업만 2개 던졌는데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이날 4회 1사 후에야 김선빈에게 첫 중견수 방면 뜬공을 허용하며 외야 타구를 허용했었던 헤일이기에 눈여겨볼 대목이다. 7개 던진 슬라이더(125~129㎞)의 위력도 다소 떨어졌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슬라이더를 많이 주문하지 않았다.

수비도 합격점을 받았다. 1회 2사에서 나온 KIA 최형우의 강한 타구를 잡아내 아웃시켰고, 2회 1사 1루에서 로저 버나디나를 잡기 위해 던진 견제동작도 매우 매끄럽고 빨랐다. 타이밍상 아웃에 가까웠다. 버나디나도 화들짝 놀랐다. 퀵모션도 좋아 1회 1사에서 1루 주자 이명기와 2회 1사에서 버나디나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됐다. 최재훈의 2루 송구가 좋기도 했지만 헤일의 퀵모션이 빨랐기에 도루 저지가 가능했다.

헤일은 경기 후 “KBO리그 첫 등판이라 긴장되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한국 타자들을 상대해보니 콘택트 능력이 좋고 삼진을 잡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슬라이더 제구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어려웠다. 늘 제구가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3주만에 던졌기 때문에 6이닝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첫 등판한 헤일의 호투는 한화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화는 후반기를 앞두고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한화에 헤일은 위력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10승을 이미 달성한 키버스 샘슨과 함께 강력한 원·투 펀치가 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헤일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한화는 가을야구 이상의 성적을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