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앨범리뷰>칸예 웨스트 - The college dropout

ㅇㅇ(125.178) 2021.10.29 22:49:29
조회 629 추천 8 댓글 0
														


39b5d525eade34a369bad2a719c12b2836b987cd3adcd7d22477514bb8c7611da80e6e88457c





대중이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하던 2000년대 초, 카니예 웨스트는 칼을 갈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프로 활동을 시작해 로카펠라의 스태프 프로듀서로서 신생 레이블의 도약을 도모하며 업계의 제일가는 작곡가로 성장한 그이지만, 그 이상을 꿈꿨다. 제이 지의 < The Blueprint >, 앨리샤 키스의 'You don't know my name' 등 많은 히트작을 낳았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야심은 무대 뒤가 아닌 비트 위, 직접 가사를 뱉는 데에 닿아 있었다.

그러나 당시 힙합 신은 카니예 웨스트에게 래퍼 자리를 내어줄 만큼 분위기가 자비롭지 못했다. 거칠고 마초적인 래퍼가 공고하게 주 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제이 지가 있었고, 피프티 센트를 비롯한 갱스터 랩이 인기였다. 그에 반해 카니예의 배경을 보자. 대학교수인 어머니와 미술 대학까지 진학한 나름의 학력을 가진 중산층이지 않은가. 안정적인 환경이 래퍼가 되는 데에는 제동을 거는 법이다. 모두가 그에게 비트만 따내려 했지 로커스(Rawkus Records)도, 캐피톨(Capitol Records)도 래퍼로 그를 원하지 않은 이유다.

신예의 도전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인 로커펠라와 그 수장 데이먼 대시의 역할이 중추적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해 이 데뷔작의 제작은 결정적인 한 사건에 기인한다. 2002년 가을, 카니예 웨스트는 늦은 새벽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거의 그를 죽일 뻔한 사고로 턱과 다리에 심한 골절을 입고 입원 신세를 졌다. 본의 아니게 맞이한 시간과 자유. 스물다섯 열정 많은 청년은 이를 인생의 '터닝 포인트'쯤으로 여긴 듯하다. 사고 후 2주 만에 선공개 싱글 'Through the wire' 작업에 나섰고, 이는 힙합 역사를 영원히 뒤바꾸어 놓을 앨범의 신호탄이 됐다.

The College Dropout >의 파급력은 여러모로 막강했다. 우선, '칩멍크 소울(chipmunk soul)' 프로덕션을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한 앨범이다. 칩멍크 소울이란 알앤비&소울 보컬을 샘플링해 음정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해체, 재배열을 거쳐 비트에 녹여내는 작법을 말한다. 저스트 블레이즈와 함께 제이 지의 < Blueprint >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의 이 주특기가 본작에서야말로 제대로 꽃피었다는 게 중론이다. 1990년대 중반 우탱 클랜의 프로듀서 르자가 방법을 제시했다면 카니예는 그걸 일정 경지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수록곡 열두 곡에 사용된 열네 개의 샘플에서 공동작곡 두 곡을 제외하면 모두 셀프 프로듀싱. 래퍼로서의 출사표이지만, 이를 아우르는 프로듀로서의 압도적인 역량이 우선이다.

진가는 당시 힙합 신의 주된 내용을 크게 벗어난 랩에서도 두드러졌다. 16세기 삽화 책에 영감받은 배경에 앙증맞은 곰 인형으로 마감질한 커버와 줄무늬 폴로 셔츠를 빼입고 나온 외형처럼 앨범은 곧 힙합 관습의 타파를 의미했다. 향락과 폭력성의 철저한 배제! 그는 여기서 '갭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Spaceship') 평범한 대학 중퇴생 신분을 감추지 않는다. 그 보통의 시선을 당당히 드러내며 인종, 교육, 종교 등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담았다. 이는 나아가 후대 힙합이 포용하는 캐릭터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졸업식에 쓸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 'Intro'를 돈벌이에 찌든 또래의 넋두리 'We don't care'로 맞받아치는 순간 작품에 대한 예고는 끝난 것이다. 예사롭지만 이 뼛속까지 삐딱한 젊은이의 날 선 비판과 유머는 로린 힐 'Mystery of iniquity'를 흥겹게 가져온 'All falls down'에서 미국 사회의 물질주의를 꼬집고, 'Two words'에서는 사랑도 브레이크도 없는 무자비한 조국('United States, no love, no brakes')을 쥐어뜯는다. '모두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지만 부자들이 가장 자존감이 낮'고 '마약 거래로 백인들만 주머니를 두둑이 채우'는('All falls down') 사회는 청년의 눈에 그저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결정타는 'Jesus walks'다. '예수만 빼고 다 이야기해도 된대'('They say you can rap about anything except for Jesus')라 미디어의 획일화를 비판하고 종교적 가치관을 축약하는 곡이다. 총과 마약으로 득실대던 힙합 신에 신실한 찬송가다. 그는 아무래도 '쿨'해 보이는 것 따위에는 안중에도 없었던 듯하다. 'Never let me down'에서 민권 운동 시대를 싸운 선조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 매우 유기적인 배치로 학력주의를 비꼰 여섯 개의 스킷 트랙으로 이 모든 전개가 실제로 대학을 중퇴한 그의 시간적 배경을 뒤로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Family business'가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화자와 청자 사이의 묘한 유대감을 만드는 것은 덤이다.

그러나 이 걸작의 가치는 단 한 순간, 'Through the wire'를 거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교통사고 일화를 세밀하게 풀어놓는 노래 속 그의 랩은 실제로 '턱에 철사를 단' 채 녹음해 발음마저 어눌하다. 놀라운 수준의 입체감, 실재감이다. 샤카 칸의 히트곡 'Through the fire'를 샘플링해 치밀하게 피치와 위치를 매만진 비트는 힙합 역사상 가장 멋진 칩멍크 프로덕션일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비극을 승리로 맞바꾸는 챔피언'('But I'm a champion, so I turned tragedy to triumph')의 자세로 음악을 향한 열의를 강변하고 있는 이 데뷔곡을 카니예 커리어 사상 최고의 싱글이라 칭하고 싶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고 히트 싱글 'Slow jamz'(1위), 'All falls down'(7위), 'Jesus walks'(13위)를 배출했으며 판매고는 400만 장을 넘겼다. 평단의 호응은 그 이상이었다. < 스핀 >과 < NME > 등 다수 매체가 입을 모아 음반을 그해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 상위권으로 안착시켰고 그래미는 최우수 랩 앨범과 최우수 랩 노래 등 3개 부문 상을 안겼다. 롤링스톤이 작년 개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장'에서는 74위에 오르며 후대에 끼친 파급력을 인정받았다. 'All falls down'에 피쳐링한 실리나 존슨과 로카펠라 A&R 키암보 조슈아(Kyambo Joshua)는 '제이 콜과 켄드릭 라마 등 리리시즘 래퍼에게 큰 영향을 준 클래식'이라 평가했다.

극적인 인생 서사나 거친 자기과시 없이도 자연스럽게 녹여낸 자기에 대한 기록과 사회 참여, 눈앞에 펼친 현재의 담담하고도 날카로운 저술. < The College Dropout >은 힙합 신에서 관습에 섣불리 매몰되거나 음악적 자아와 실제 자아가 충돌해 '가짜'가 되고 마는 뮤지션이 범람할수록 그 위력이 거대해질 앨범이다. 확실한 주무기, 선구적인 문법으로 옹골차게 메꾼 히트 넘버만으로도 마냥 즐겁고 또 놀랍다. 21세기 힙합을 선도할 천재는 이토록 영민하고도 화려한 등장으로 그가 일으킬 파장을 예고했다.



10/10

추천 비추천

8

고정닉 2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매니저들에게 가장 잘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10 - -
313004 프듀무대 원탑 뭐냐?? [1] ㅇㅇ(118.235) 21.11.02 91 0
313003 얘 일반인인데 잘하지 않냐 [2] ㅇㅇ(223.39) 21.11.02 111 0
313002 퀸와사비랑 꽃자랑 닮음ㅇㅇ ㅇㅇ(223.39) 21.11.02 79 0
313001 쇼미777 때 디아크 본선 음원 왜 발매 안된거냐? [1] ㅇㅇ(14.7) 21.11.02 114 0
313000 퀸와사비는 어케 유명해진거임? [5] ㅇㅇ(222.233) 21.11.02 299 1
312999 양화 앨범 자체가 퀄 존나 높지않음? [4] ㅇㅇ(223.39) 21.11.02 153 0
312998 염따가 애꿎은 애 둘 조져버렸네 ㅋㅋㅋ ㅇㅇ(218.148) 21.11.02 273 15
312997 랩을 백날 잘해봐라... ㅇㅇ(114.202) 21.11.02 73 0
312996 음잘알 본인 지듣노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2 89 0
312995 염따는 누구도 못잡을걸 ㅇㅇ(39.7) 21.11.02 120 0
312993 자러가련다 ㅇㅇ(114.202) 21.11.02 59 0
312992 내속에서 은근 호감되고있는새끼.gif [1] ㅇㅇ(175.208) 21.11.02 326 12
312990 개코한테 누구 지적할거라 기대하면 안됨 [1] ㅇㅇ(118.235) 21.11.02 158 1
312989 민영이 쇼미 끝나고 랩레슨하면 힙갤 폭발하냐 ㅇㅇ(1.238) 21.11.02 57 1
312988 그나마 송민호가 제일 할말 다하는 느낌임 ㅇㅇ(183.102) 21.11.02 348 17
312987 키드밀리랑 이센스 콘서트 존나 가고싶다 진짜 ㅇㅇ(118.235) 21.11.02 101 0
312986 힙찔이들아 니들 브베 뮤직은 듣고 음악듣는다고 하고있냐? [3] ㅇㅇ(59.19) 21.11.02 150 0
312985 우찬이는 대체 무슨 싸움을 해왔던거냐.... [1] ㅇㅇ(106.73) 21.11.02 151 2
312984 한국에 진짜 다른나라에 안꿇리는 예술가하나만 떨궜으면 [10] ㅇㅇ(114.202) 21.11.02 170 0
312983 브라운아이즈가 한국 음악 세련도 높이지 않음? [2] ㅇㅇ(183.78) 21.11.02 122 2
312982 머드 얘랑 생긴거 느낌 비슷하지않냐 [1] ㅇㅇ(223.38) 21.11.02 248 0
312981 염따를 잡아줄 형이 없다는게 흠임 ㅋㅋ [4] ㅇㅇ(211.179) 21.11.02 325 7
312980 블랙나인==>잘됐으면 즣겠음 [1] ㅇㅇ(106.73) 21.11.02 88 0
312979 한국현대음악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더 세련됨 ㅋㅋ [52] ㅇㅇ(59.1) 21.11.02 647 7
312977 염따 도지투더문? 그거 솔직히 트로트같음 [6] ㅇㅇ(220.123) 21.11.02 243 3
312976 프듀들 염따한테 뼈있는말 던지는거 종종 있었음 [1] ㅇㅇ(183.102) 21.11.02 510 5
312975 영비 next 스윙스 개잘한듯 [1] ㅇㅇ(223.62) 21.11.02 143 0
312974 머드 광기호소인이라고 생각하면 개추 [8] ㅋㅌㅊ(220.88) 21.11.02 438 36
312972 잼밑산은 최고의 웃음벨이다 ㅇㅇ(211.33) 21.11.02 66 2
312971 1980년 영국노래가 지금 조센노래보다 세련된게 아이러니 ㅋㅋ [3] ㅇㅇ(59.1) 21.11.02 92 0
312970 버벌진트가 싱잉랩 2007년에 이미 했는데 [2] ㅇㅇ(118.235) 21.11.02 119 0
312969 주노플로가 개 노잼래퍼 표본아님? [1] ㅇㅇ(223.62) 21.11.02 175 0
312967 랩네임 지어주세요 [6] ㅇㅇ(223.39) 21.11.02 102 0
312968 한국 문화가 한계 있는 이유 [13] ㅇㅇ(223.39) 21.11.02 202 2
312966 염따 진짜 개빡치네 [2] 33(182.226) 21.11.02 168 6
312965 주옥같은 랩네임 모음 [1] ㅇㅇ(58.231) 21.11.02 133 0
312964 한국 70년대에 산울림 앨범 나오고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2 152 0
312963 근데 이새끼는 이미 학습시킨거 아님? 도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1.02 47 0
312962 [콤보 데스폴트] ㅇㅇ(124.50) 21.11.02 61 0
312961 이거 힙합이냐? [3] ㅇㅇ(223.62) 21.11.02 123 0
312960 불리 다 바그다드 ㅇㅇ(58.231) 21.11.02 99 0
312959 노잼 래퍼 소리 듣는 사람 누구있음 [9] ㅇㅇ(223.38) 21.11.02 215 0
312958 우리나라 너무 못살았어서 문화 갸병신인건 이해해줘야함 ㅇㅇ(114.202) 21.11.02 54 0
312957 우린 다 태워 ㅇㅇ(112.161) 21.11.02 67 0
312955 노잼 소리 듣는 래퍼들 특 [2] ㅇㅇ(223.33) 21.11.02 165 0
312952 던말릭 릴보이 VV2 후속 안나오냐 ㅇㅇ(183.102) 21.11.02 99 1
312951 주노플로 정도면 쇼미10 먹음? [1] ㅇㅇ(223.62) 21.11.02 126 0
312950 이번 시즌 좇망한거 아님? [1] ㅇㅇ(211.179) 21.11.02 346 8
312949 버스커버스커 '봄바람' <- 지리네 [1] ㅇㅇ(223.62) 21.11.02 86 0
312948 아… 뱀새끼는 맞네 ㅇㅇ(27.35) 21.11.02 116 0
뉴스 ‘로비’ 강해림, 정지우 감독→하정우까지 홀렸다 디시트렌드 10: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