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내리면 알겠지만 손심바 쉴드글 아님)

...

라임을 짜서 루핑되는 리듬을 만들고 그 위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고양감을 느끼는게 랩이고

그럴싸하게 섞은 샘플을 무한루프시켜서 리듬을 만들고 그 반복되는 박자를 타면서 고양감을 느끼는게 비트임

그리고 이 두 개를 섞어서 무한끄덕거림의 터널로 빨려들어가며 자아를 내던지고 점점 high해지는게 힙합음악의 본질임

일반 리스너는 그 리듬타는걸 즐기는거고, 그들이 예민한 귀를 가져서 가장 세련되고 신선한 루핑리듬을 갈구하는게 되는게 이상적인 상태임

전문 리스너는 그와중에 창작자가 어떻게 그 루핑리듬을 만들었는지의 의도와 계산을 짐작하고 뜯어보는 추가적인 재미를 느끼면 그게 꿀맛인거임

극단적으로 상상하면 아주 잘 짜여진 한 bar는 그걸 열 여섯 번 루핑하기만해도 좋은 벌스가 됨

성공한 예시는 피타입의 븅신랩이고 실패한 예시는 제네더질라의 돈랩임 (개인적으로 제네를 피타입보다 훨씬 좋아하긴 하지만)

멜로디랩과 노래의 차이도 여기서 나옴

멜로디가 들어간 목적이 좀 더 쥑이는 루프를 만들기 위해서면 그건 멜로디랩임

멜로디가 들어간 이유가 한 verse동안 멜로디의 프로그레션을 만들기 위해서인거면 그건 랩이 아니라 노래임

통샘플링이 표절이 아니라 2차 창작인 이유도 여기서 나오는데,

원곡에선 멜로디 프로그레션을 위한 부분이었던걸 따와서 무한루핑시키면 그 파트를 해석하는 방식이 재정의되기때문에 표절이 아닌거임

힙합은 이렇게 지극히 테크니컬한거고, "각종 기술을 통해 죽이는 루프를 만들어서 무한반복한다" 이게 알파이자 오메가임

2024년 지금에도 흑인들이 블락파티할때 괜히 랩에서 bar 한 두 개만 따서 한시간동안 무한루핑시키는게 아니고, 미국힙합곡들이 괜히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은게 아님

이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미국 랩들은 왠지 플로우가 덜 변칙적이고 chill하게 반복되는게 많은 반면 한국 래퍼들은 이걸 모르면 스핏 묘기의 길로 잘못 빠져들지

제이지랑 칸예가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 괜히 40분 내내 Niggas in Paris만 열 한 번 부른게 아니라는거임

이건 마치 무한루프로 돌아가도록 계산된 틱톡이나 유툽쇼츠를 '어 시발 이거 무한반복인거 아는데 계속보게되고 못끄겠음ㅋㅋㅋ' 하고 계속 보는 재미랑 비슷한거임

본인 최근에 미국간게 작년이고 브루클린에 이틀 있었는데,

거기 클럽파티에서 멤피스 비트에 Biggie 가사 'Super Nintendo and Sega Genesis!' 이거 딱 한 구절만 한시간동안 루핑시켜버리더라

근데 개씐나고, 루핑이 돌면 돌수록 극락으로감

힙합은 직선의 음악이 아니라 나선형의 음악임

멋, 야마, 자기자랑, 트랜드, 한국적인걸 섞을것이냐 미국힙합느낌을 낼것이냐... 멍청랩을 할것인가 컨셔스한 가사를 쓸것인가...

이런건 저 루핑게임에대한 이해와 숙달이 전제된 사람들끼리 그 다음 영역을 즐기는거임 (본토의 힙합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 '루핑음악'의 개념을 자기들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알고있음)

비프리가 힙합의 학생이나 INDO같은 개명곡을 낼 수 있는 이유를 따져들어가면

결국 그가 쥑이는 루프를 만들어내는 테크닉을 통달한 사람이고 거기에 바탕해서 여러 실험적 모험을 하고있기때문이라고 귀결됨

미술이나 음악쪽 전공해본애들은 뭔소린지 알거임

변주와 파행 이전에 기본 전제에의 숙달이 있어야함

심지어 이건 운동쪽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뭘 좀 아는애들은 손심바가 하는말이 무슨말인지 아는거임

이걸 이해 못하면 겉멋에 속는 병신이 되는거임

지금 힙합씬에 손심바 선생님의 랩진료가 필요한 래퍼가 한 둘이 아님

한숨나옴

난 심지어 심바가 다중이 주작을 한 이유를 어느정도 이해함

본인의 방법론적 접근엔 문제가 없지만 그걸 알아볼 수 있는 대중이 없기때문에 그렇게라도 대중을 계몽시키려고 했던거임

물론 여기서 함정은.. 나는 손심바가 만든 루프들중에 무한반복욕구가 끓어오르게 만드는 쥑이는 루프를 들어본적이 없음

반대로 루피(Loopy)의 랩은 빙빙 도는 느낌이 매력이어서 심지어 그게 그의 랩네임의 기원인데, 이거야말로 진짜 힙합적인 캐릭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