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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코대회](소설) 너무 귀여워서 곤란덩이인 쵸코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24 22:28:58
조회 650 추천 2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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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그락 다그락

작은 상자들이 서로 부딫히는 소리를 내며

작지 않은 크기의 종이백을 든 소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프로듀서님, 곤란해 하시면 어쩌지..."


소녀는 불안한 듯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백을 내려다봤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다양한 모양의 초콜릿 상자들

발렌타인 데이의 소녀에게 어색하지 않은 소지품인데도

그녀의 불안의 원인이자, 불안을 덮어주고 있는 것들이었다




"쵸코쨩, 아이돌은 진짜 연애금지 규칙 같은거 있어?"


발렌타인 데이를 며칠 앞둔 교실

이리저리 모여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흩뿌리고 있는 평범한 광경

그 사이에서 소노다 치요코란 이름을 가져 쵸코쨩이라 불린 소녀가 별명에 걸맞게도 

초코바를 만지작거리며 친구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에... 우리 사무소엔 그런거 딱히 없을걸?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네"


"그런가... 그런데 그 초코바 먹을 거야? 아까부터 신경쓰였는데"


"이건... 내 나름대로의 금단증상 완화용이랄까... 에헤헤"


친구의 어이없는듯한 시선에 치요코는 다급하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니아니 발렌타인이 가까워지니까 초콜릿 관련한 일이 많아졌단말야

자연스레 일 나가서 초콜릿만 잔뜩 먹게되니까..."


"...초콜릿이 질려서 못 먹겠다?"


"...일 아닐땐 되도록 먹지 말라고 주의받았어"


잠깐의 정적이 있다가 

곧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웃고있던 치요코의 친구가 못말리겠다는 듯 말했다


"역시 쵸코 아이돌로 데뷔한 쵸코쨩답네

그럼 역시 올해도 초콜릿 만드는 거야?"


"안 그래도 오늘 초콜릿 만들기 녹화 있어서...

내 마음대로 작게 만들어보래서 재료도 직접 준비해야해"


"그 귀여운 판다씨 다시 만드려고?"


"그건 작년에 한 거잖아

올해는 이런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볼 거야"


치요코가 보여준 화면을 뚫어질듯이 보던 친구의 눈에 놀라움이 차올랐다


"에... 이거 만들 수는 있는거야? 진짜 엄청나게 귀여워...!"


"에헤헤... 쵸코 아이돌의 이름을 걸고 도전해봐야지!

방송용이라 딱 하나만 만들 예정이니까"


"딱 하나?

그러면 이거... 쵸코짱의 진심 쵸코인 거네?"


"에?"


갑작스런 친구의 말을 듣고는 치요코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여렸다


"연애금지 규칙 같은것도 없다며?

이 참에 사랑을 담아서 신경쓰이던 사람한테 선물하는건...?"


"아니아니아니 딱히 신경쓰이던 사람도 없고

그런 규칙 없어도 모두에게 폐를 끼쳐버리는 짓이고

사사사사랑을 담는다니 프로듀서님도 무척 곤란해질태고..."


"프로듀서 씨?"


"...내가 뭐라고 했었나?"


지나치게 당황한 치요코를 보고 살짝 미안한 기분이 든 친구는 화제를 돌려보기로 했다


"흠 흠

그러면 작년처럼 따로 만들어보진 않는거야?"


"어... 올해는 바빠서 집에서 만들 시간까지는 없을 거 같아..."


"쵸코쨩이 쵸코의 날을 일만 하다 넘긴다고?"


"에헤헤... 물론 이대로 발렌타인을 놓칠 생각은 없지"


치요코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더니 

친구에게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렇게 일하는 사이사이 발렌타인 특별 행사 매장은 다 둘러볼 계획이란 말씀!

일과 취미가 맞물려 있을때의 특권이지!"


"어디어디... 와 여긴 나도 안 가봤는데!

쵸코쨩 이거도 살 계획이야?"


평소의 기운을 찾은 치요코는 친구와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살짝 신경쓰이는 것도 생겼지만 오늘 하루도 예정이 가득하기에 나중에 생각하기로 미뤄둔 채로




"미안 치요코...

오늘 오후 녹화 예정이 취소되었어"


방과후에 녹화준비를 마치고 사무소로 출근한 치요코가 그녀의 프로듀서에게 들은 인삿말이었다

녹화준비용 초콜릿 재료가 든 쇼핑백을 들고 

'안녕 치요코, 오늘도 좋은 날씨네' 

정도의 인삿말을 예상했던 그녀는 반응이 조금 늦고 말았다


"에에... 이렇게 갑자기요?"


"그쪽 제작사가 문제가 생겨서 녹화를 못 하게 됐어

너무 갑작스러워서 치요코를 헛걸음 시켜버렸네..."


"저어... 그럼 오늘 일정은..."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쉬는게 낫겠다

요 며칠동안 치요코는 쭉 바쁘잖아?

이럴때라도 쉬어 둬"


"...네에"



터덜 터덜 집으로 돌아간 치요코는 가져온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오늘 만들 예정이었던 초콜릿이 생각나서 조금 시무룩해진 치요코였다


"...프로듀서님도 엄청 귀엽다고 하셨을텐데"


갑자기 주어진 한가로운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혼잣말이 

얼마 전에 신경쓰였던 것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럼 이건 쵸코쨩의 진심 쵸코인 거네?'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지는걸 느낀 치요코는 고개를 휘저어대며

아무도 듣지 않는 변명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아니아니

어디까지나 이건 쵸코 아이돌로서의 자부심을 위해서..."


그 순간 치요코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상 속 치요코의 손에는 완성된 초콜릿이 들려있었고

그것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귀엽게 만들어져 있었다

신이 난 그녀는 그것을 프로듀서에게 건네주었고

프로듀서는 밝게 웃으며 치요코에게 말했다...



이젠 과하게 따끈따끈해진 양 볼을 양 손으로 누른 치요코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역시 만들어야겠어"




만들어진 초콜릿은 훌륭했다

전에 없던 집중력을 발휘해서 만든 초콜릿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여운 모습으로 눈 앞에 완성되어 있었다


"쵸코 아이돌로서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에헤헤..."


하지만 너무 잘 만들었단게 문제였다

만들 떄만 해도 거의 무아지경이었기에 의식하지 못 했지만

완성품을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있었다


'쵸코쨩의 진심 쵸코인 거네?'


"아니아니아니 쵸코 아이돌이 쵸코를 잘 만드는 건 당연한 거고!

귀엽게 만들어서 고마운 분한테 선물하는 건 당연한 거고!

수제 쵸코 선물하는 게 처음도 아니고!"


혼자 당황해서 혼잣말을 쏟던 치요코는 곧 냉정을 되찾고 뭐가 문제인지 생각했다

문제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이 초콜릿 단 하나만이 너무나도 귀엽다는 것이었다

같은 것을 더 만들기엔 재료도 시간도 모자랐지만 무엇보다


'내 실력보다 너무 귀엽게 나왔는데...

사랑을 담아서 만들어서 그ㄹ...'


또 혼자 고개를 휘젓고 있는 치요코의 실력도 모자랐다

전부 비슷한 초콜릿을 받았는데 단 하나만 비정상적으로 퀄리티가 좋으면...


의식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건네줄 수도 있었을 텐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아무리 잡아채려 해도 계속 이어질 뿐이다

고민할수록 점점 얼굴의 온도만 올라가는거 같기에

한 차례 쉼호흡을 한 치요코는 주머니에 있던 초코바를 꺼내들었다


"지금 내 머리엔 당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지 응응

초콜릿을 완성한 나에게 상도 줄 겸"


변명의 말을 내뱉고 하루종일 들고있던 초코바의 포장지를 벗기는 순간

머릿속에 무언가 번뜩임을 느낀 치요코는 먹으려던 초코바를 내려놓...

지는 않고 입에 문 채로 핸드폰을 켰다


'발렌타인 특별 행사 매장은 다 둘러볼 계획이란 말씀!'


전문가가 만든 수준으로 예쁜 초콜릿을 만들어서 선물하는 건 진심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전문가가 만든 예쁜 초콜릿을 선물하는 건 감사의 선물로 여겨질 만 하다

발렌타인 당일에 예쁜 초콜릿들을 잔뜩 산 다음에

그중 하나의 내용물을 바꿔치기 해서 선물한다는 계획이 떠오른 치요코는

역시 문제해결에 초콜릿은 옳다는 등의 혼잣말을 우물거렸다




발렌타인 당일

초콜릿을 우물거리고 있는 치요코는 종이백에 작은 초콜릿 상자들을 담고 있었다

막상 결전일이 다가오자 괜히 커지는 불안감에 두번째 계책을 준비한 것이었다


"자고로 나무는 숲에 숨기라 하였다... 냠냠"


구입한 초콜릿들 중 가장 사이즈도 적당하고 재포장이 쉬운 것을 골라

내용물을 손수 인멸한 다음 그때 만든 초콜릿을 넣고

말끔하게 재포장해서 종이백에 넣는다

그리고 나머지 초콜릿들도 종류별로 종이백에 담은 뒤

프로듀서님께 선물하면 해결!


치요코의 입은 작전 중 인멸 단계를 수행중이었고 

동시에 손은 종이백에 다른 초콜릿들을 담는 단계를 수행중이었다

입도 손도 쉬지 않는 참으로 부지런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완성된 발렌타인 선물을 들고 사무소로 가는 치요코

종이백 가득한 상자 부딫히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아까 먹은 초콜릿의 여운이 입에서 떠나서였을까

미처 생각 못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잔뜩 선물하는것도 이상하잖아?'


쵸코 아이돌로서 상자 가득히 초콜릿 선물을 받는 일도 가끔 있다보니까 용량에 어색함을 못 느꼈나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한 가득 있는 초콜릿을 받고 당황하는 프로듀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도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어떻게든 변명의 말을 생각해야 해!'


그렇게 사무소로 가는 길 동안 치요코는 계속 변명거리를 고민했고

얼마 뒤 프로듀서를 만나는 순간 잔뜩 쌓아놓은 쵸코더미 옆에서 프로듀서와 마주했다


"하핫, 올해도 양이 많구나

모두가 먹을 거야?"


"그것도 있지만...

그쪽에 꺼내놓은 건 전부... 프로듀서님 거에요..."


"그렇구나...

...아니 뭐!?"


"변명할 기회를 주세요...!"


"올해는 정말 맛있는 초코만 있어서...!

하나로 딱 정할 수가 없어서...!

아무리 그래도 하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다 먹어주셨으면 해서요!

작은 상자를 많이 사는 형태가...!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는 바람에...!

죄송해요... 짐이 많아지는 날에

자질구레한 짐을 더 늘려버리게 될 텐데..."


"아니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돼! 그것보다...!

치요코가 추천하는 초코를 실컷 즐길 수 있어서 기뻐

여러모로 생각하고 골라줘서 고마워!"


치요코의 예상대로였다

프로듀서는 생각하고 골라줬다는 감사의 표시로 받아들였고

그저 그 마음에 고마워 할 뿐이었다


여러모로 꼬인 계획이었지만 발렌타인 당일에 초콜릿은 계획대로 전달됐고

자질구레한 오해 없이 진심으로 기뻐하는 프로듀서를 보았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말도 들었다

늘 가졌던 감사의 마음은 남김없이 전했을 터였다

그렇기에 치요코도 프로듀서에게 미소로 회답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조금 허전한 느낌은 무엇일까...


"그러면 일단 오늘 하나 먹어볼게, 괜찮지?"


"물론이죠!

...엣"


치요코가 종이백에서 초콜릿을 꺼낼 때는 위에서부터 꺼내서 쌓아두엇기 때문에

가장 만저 넣어서 가장 밑에 있던 초콜릿이 쵸코더미 맨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저 손이 닿기에 맨 위에 있는 초콜릿을 집었고

포장을 천천히 뜯어냈다


포장이 열리는 동안 치요코는 지금 자기 얼굴에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겠다고 느꼈다


포장을 열고 내용물을 본 프로듀서는 밝게 웃으며 치요코에게 말했다


"이렇게 귀여운 쵸코를 선물해줘서 고마워"







발렌커뮤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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