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지 못했어요" - 아이돌마스터 갤러리

"이겨내지 못했어요"앱에서 작성

ㅇㅇ(223.38) 2021.11.05 09:28:38

조회 57 추천 0 댓글 0

'...마지막 질문입니다.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서 죄송합니다만.... 동생 분의 죽음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요?'

리포터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내색으로 가장 아픈 기억을 찔러들어왔다. 음향기사의 옆에 선 프로듀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게 보인다. 아마 내 표정도 그리하겠지.

절대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지만, 내 안의 프로근성이라는 놈은 나도 모르는 새에 판에 박힌 대답을 뱉어내려 한다. 아니, 지금은 조금 더 개인적이어야 할 때다. 솔직하게 대답을 해야 할 때다.

잠시 입을 다물고, 눈을 감는다.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망막 뒤 새겨진 그 핏빛 기억을 좀 더 또렷히 보기 위해.

유우야, 누나는 네 시신을 보지 못했어.

거리를 메우는 브레이크의 끼이익 소리와 함께 네 작은 몸이 트럭 바퀴의 밑으로 빨려들어가고, 경찰과 구급차가 현장에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단지, 그 커다란 트럭의 바퀴가 네 몸을 짓밟을 동안 나는 콰득 소리만을 들었을 뿐이야.

도로 위의 핏자국에서 나는 진한 피비린내가 타이어 타는 냄새와 섞인 악취만을 맡았을 뿐이야.

더운 여름의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 털썩 무릎을 끓은 뒤 피부로 느껴지는 뜨거움만을 느꼈을 뿐이야.

시체를 빼내기 위해 트럭이 앞뒤로 움직일 동안, 바퀴 사이로 삐져나온 네 가는 팔이 차의 움직임에 맞춰 들썩거리는 걸 보았을 뿐이야.

네 장례 후에도 스트레스성 구토와 눈물이 섞인 씁쓸한 맛이 입 안에서 가시지 않았을 뿐이야.

아버지가 처음으로 어머니와 말싸움을 하고, 마침내 우리 가족사진이 든 액자를 집어던졌을 때 유리와 함께 내 가슴도 산산히 박살났을 뿐이야.

아, 그 느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리.

너를 어떻게 잊을 수 있으리.

'...사라기 양?'

리포터의 연이은 질문에 나는 다시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왔다. 내 안에서, 답변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겨내지 못했어요.'

'네?'

'...아직도, 이겨내지 못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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