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력 2년 6월 14일! 오늘의 날씨는 쾌청!
시키짱의 화단은 여전히 잘 자라고 있어♪
그리고 오늘은...
시키짱이 모두를 만나러 가는 날이야!]
푸른 하늘 아래, 풀잎이 무성한 빌딩 숲 사이에서
카메라가 비져나온 덩굴 무더기를 보며 신나게 떠드는 한 소녀가 있었다
빙글빙글 신나서 춤추며 떠드는 소녀의 목소리는
고요한 빌딩 숲을 가로질러 낭랑하게 퍼졌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았다
소녀가 춤 출 때마다 소녀의 몸에서 자라있는 꽃잎들이 팔랑거렸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았다
소녀의 목소리가 아무리 커도, 소녀의 모습이 아무리 이상해도
신경 써 줄 이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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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다급한 듯이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방금 전 다리미로 다려서 입은 듯한 반듯한 양복 차림의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실종되어버린 소녀를 찾는 중이었지만
그에게는 소녀를 당연하다는 듯이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어라 프로듀서? 왠일로 그렇게 다급하게 돌아다녀?"
"시키 너...! 아 미카구나"
다급해보이는 프로듀서를 보고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던 미카는
그의 반응을 보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역시 시키 찾고 있었구나~ 설마 했는데"
"그래 또 실종돼서... 잠깐 설마 했다고?"
"좀 됐지만 저쪽으로 가는 걸 봤거든"
"알았어, 고마워 미카!"
미카의 얼굴은 다양한 감정이 섞여 좀 묘한 표정을 이루고 있었다
오늘도 개고생하는 프로듀서에 대한 동정심 대부분
오늘 개고생하는건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 약간
프로듀서는 미카의 표정에 신경쓸 정신도 없었기에
미카가 알려준 방향에만 집중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과연 멀지 않은 곳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고
프로듀서는 전에 써먹지 않은 새로운 훈계의 말들을
머릿속으로 검토하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시키 너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지금 당장...?"
살짝 컬이 들어간 와인빛의 긴 머리
그 머리칼 아래의 동그랗고 파란 두 눈과
장난기 가득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입
익숙한 모습을 발견하고 말을 꺼낸 프로듀서였지만
익숙한 모습 위로 드리워진 처음보는 수심을 보고
당황해서 말을 멈추고 말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제서야 프로듀서를 의식한 듯
프로듀서 쪽으로 움직인 시키의 두 눈이
몇 번 깜빡이더니
순식간에 수심을 걷어내며 평소의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냐하하!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시키짱은 별일 없다구?"
"어... 정말 괜찮은 거야?"
"네에 보시는 바와 같이, 활기찬 시키짱입니다~!
미팅 안 나간건 미안미안~♪"
"...알았어, 정말 무리하는거 아니지?"
"네-에!"
밝은 모습으로 둘러대는 시키였지만
프로듀서는 걱정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혼나기 싫어 얼버무리는 거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도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캐물어봤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아는 프로듀서는
이 귀여운 골칫거리에 대한 걱정거리 항목에
한 줄 추가해 두는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치노세 시키, 골칫거리는 상대조차 안 하는 제멋대로의 기프티드 아이돌
숨바꼭질을 하는 개구쟁이의 기분으로 프로듀서와의 미팅시간을 기다린 그녀는
일부러 미카의 눈에 띄는 방식으로 나름의 힌트를 남겨둔 채
즐거운 마음으로 프로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는 걸 느낀 시키는
프로듀서가 힌트를 너무 많이 바라는구나 하며 장난스럽게 화면을 봤지만
그 전화는 장난스럽지도, 즐겁지도 않은 전화였다
뉴욕에 있는 연구소로 떠난 뒤 몇년째 연락도 없던 아버지의 전화
그런 아버지가 너는 알아뒀으면 한다며 담담하게 전한 소식은
상당히 터무니없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는 연구소에서 비밀리에 어떤 걸 연구하고 있었다
당대 석학들이 최선을 다해 연구했지만 성공하지 못 했다
연구의 완성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적었다
세상 모두와 관련된 일이지만 결국 무덤까지 안고 가는게 낫겠단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말했지만 비밀을 오래 지킬 필요도 없긴 하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인류멸망을 막는데 실패했고 인류는 곧 조용히 멸망할 것이다
남은 시간은 최대한 행복하게 보내도록 해라 사랑한다
당황한 시키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통화는 끊어졌다
오랜만에 연락해선 뭐라고 하는 거야
얼마나 대단한 연구길래 지겨운 소리만 하고
인류멸망?
다 같이 최후를 기다리란 거야?
행복하라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우연의 일치였을까
행복하란 말을 떠올렸을 때 들려온 건 프로듀서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프로듀서의 목소리가 향수가 되어
시키의 머릿속에 은은하면서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소식을 알려줘야 하나?
하지만 네가 슬퍼하는 얼굴 같은걸 보고싶지 않아
우울하게 손잡고 종말을 기다리는 건 재미없어
종말 같은건 시키짱이랑 관계 없는 일이야
평소와 같이 재밌는 냄새를 맡으며
너와 함께 보내는 게 더 행복한게 당연하잖아
어쩌면...
어느새 목소리의 향기는 그녀의 얼굴 전체에 퍼졌고
시키는 평소의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한 3화정도까지 썼는데 글 길게 써본건 첨이라 피드백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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