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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두 번째의 삶은 너에게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02 16:10:26
조회 840 추천 3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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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가 잿빛을 뿌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양복과는 꽤 어울리지만 장례식장엔 조금 실례인 듯한 밝은 민트색의 넥타이를 한 채

하지만 그가 방금까지 있었던 장례식에선 아무도 그의 무례를 탓하지 않았는데

모두 그 넥타이를 선물한 소녀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민트색을 좋아했던 소녀를 떠올렸다

그가 신출내기 의사로서 출근한 병원에서 만난 소녀는

그가 4년차 의사가 되었을 때도 그 곳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녀는 시야가 어두웠기에 밝은 색을 좋아했고

외모가 갈수록 수척해져만 갔기에 화려한 화장을 좋아했고

몸을 자주 움직일수 없었기에 무대에서 춤추는 아이돌을 동경했으며

종종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기에 활달한 그를 좋아했다


처음엔 동정심에, 주변의 시선에, 의무감에 어울리던 남자였지만

소녀와 대화하며 점점 그녀를 알아가게 되었고

소녀의 꿈을 응원하며 그녀의 빛나는 미래를 상상하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어느세 그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빛날 수 있다는 확신마저 가지게 되었고

그 확신이 사그라지는 걸 직접 목격하고 말았다


의사가 되어 많은 일을 겪으며 단단한 마음을 갖췄다 생각했지만

소녀의 마지막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단 무력감과 죄책감은 남자를 찢어발겼다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았고 유족들도 고마워할 뿐이었지만

그는 오히려 다 네 탓이라고 살려낼수 있지 않았냐고 해줬길 바랬다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장례식장을 나서는 남자를 보며

다른 사람들은 그를 혼자 있게 해주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조금 잘못된 판단이었는데

그에게 졸음운전 트럭을 피하라고 할 사람이 한명쯤은 있는 편이 주변인들 입장에선 더 나았을 것이다



===================================================================================



[일어나세요... 일어나라고...]


뭔 일이 일어나든 다 무시하고 싶은 기분의 남자였지만

머릿속을 직접 울리는 듯한 소리는 그를 짜증나게 했다


"뭐 뭡니까? 어디서 어떻게 말하고 있는 거죠?"


[당신은 죽었습니다. 기억 안 나세요?]


"물론 기억... 어 진짜 죽었다고요?"


자신이 사실상 죽은거라고 말하려 했지만

뭔가 그런 분위기는 아니라고 느낀 그였다


[당신은 졸음운전 트럭에 치이고 사망했습니다]


"주변을 볼 정신이 아니었으니... 그럼 여기가 저승입니까?"


문득 소녀를 떠올린 그는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제서야 그는 지금 자신에겐 둘러볼 몸 자체가 없다는 걸 알고 경악했지만

곧 어자피 죽은 상태니까 더 이상 따질게 뭐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이 된 것 같군요

이곳은 저승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당신은 너무 큰 후회와 고통을 안고 억울하게 죽었기에

두 번째 기회를 받게 된 겁니다]


"두 번째 기회? 살려준다는 겁니까?"


[이곳과는 다른 더 즐거운 세상 속에서 살 수 있을 겁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렇게 끝나서 홀가분하단 생각이 더 큽니다

별로 저에게 어울리는 기회 같아 보이진 않으니까...

잠깐 저 말고도 이런 기회 받은 사람이 최근에 있었습니까?"


[적어도 100년 안에는 없었네요. 자주 하는건 아니니까]


좀 어이가 없는 말이었지만 바로 어떤 생각이 떠올랐기에 그는 따지는 걸 보류해두기로 했다


"아무튼 그럼 삶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거죠?"


[같은 세상에서 다시 사는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익숙한 삶을 원하신다면 최대한 비슷한 세상 속에서 특별한 선물을 받아서 사는 것을 추천드려요]


"4년 전의 지금과 똑같은 세상 속으로

특별한 선물로는 한 소녀의 완치가 좋겠네요"


[...그 곳은 당신이 죽은 세상입니다

당신의 수명이 턱없이 제한당하게 될 거에요]


"얼마나?"


[정확한 수치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세상 속에선 무한할 수도 있었다는 것 밖에]


"제가 의사라서 잘 압니다

시한부 환자조차도 정확히 죽는 날은 알 수 없어요

저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건 평범한 삶이 아닙니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최고의 기회를 선물해주셔서..."


남자는 점차 의식이 희려지는 것을 느꼈다


돌아가면 그녀는 병원에 있지 않을 테니 의사부터 때려치워야겠지

내가 그녀를 다시 만나, 도와 줄 방법이 있을까?

그녀가 항상 되뇌이던 꿈이 있었잖아

그 꿈을 그대로 간직한다면 다시 만날때의 내 모습은 뻔하군

그녀가 좋아하는 넥타이를 매고 만나는거야


아이돌 호죠 카렌의 프로듀서로서 








카렌담당이 카렌한테 건강을 나눠준다는 글 보고 생각나서 썼음

트랜드에 맞춰 트럭에 치인 전생물로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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