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본격 개발되면서 서울 강남 상권과 부동산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삼성동 현대차 GBC와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잇는 동남권이 급부상하면서 기존의 강남역 일대를 대신해 '강남의 허브(hub)'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형 업무 시설과 컨벤션, 호텔, 공연장 등이 들어서는 삼성동과 잠실의 제2롯데월드, 수서역 KTX 복합역세권 개발이 삼각 구도를 이루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삼성그룹 사옥이 있는 강남역 일대를 능가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동 일대 사무용 빌딩 시장은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30여개 계열사가 GBC에 입주하는 데다, 그 주변으로 현대차 협력업체와 자동차 관련 신사업 벤처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유진석 리얼티코리아 대표는 "강남 오피스 시장의 중심이 강남역~선릉역에 이르는 테헤란로 대신 삼성동과 잠실 쪽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테헤란로의 빌딩 공실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2021년부터 삼성역을 통과하는 6개 수도권 철도망이 차례로 개통되는 것도 호재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유동인구 흐름의 축은 강남역에서 시작해 삼성동 코엑스에서 끊겼지만,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축이 종합운동장과 잠실까지 이어지며 새로운 거대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며 "GTX가 개통되면 경기도 수요까지 끌어오는 빨대 효과를 보이며 새로운 유통 메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 GBC 일대 부동산 시장은 이미 들썩거리고 있다. GBC 주변 이면도로변 땅값은 강남역 일대와 비슷한 3.3㎡당 1억원을 넘었다. 그나마 매물도 나오지 않는다. GBC와 가까운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주변에는 기업 임대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만 오피스 빌딩 7개 동이 새로 준공했다.

삼성동 국제업무지구의 배후 지역인 잠실과 대치동, 삼성동 일대 주택과 오피스텔 시장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동의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대차 사옥 개발이 추진되면서 삼성동 주변 지역에 직장인 수요를 노린 오피스텔이 대거 지어지고 있다"며 "한전 부지 인근에 남은 땅이 있는지 묻는 투자자의 전화를 하루 5건 정도 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코엑스가 잘 돼도 인근 상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듯이 현대차 사옥이 개발되더라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