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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카인의 대답 - 12사단 훈련병 살인사건에 대해

부갤러(149.22) 2024.06.26 23:28:38
조회 1148 추천 18 댓글 7

1889년 1월 겨울, 니체는 이탈리아 토리노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 거리를 거닐다 마부에게 모진 채찍질을 당하는 말을 보고 울부짖으며 달려가 말의 목을 감싸안고 흐느낀다. 단신으로 휘감기는 채찍을 막으려 든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니체는 발작을 일으켜 10년 뒤 운명하기 전까지 다시는 광기에서 깨어나지 못하였다.


니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말은 당연히 마부의 소유물이자 움직이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해석', '동물이 말을 듣지 않으면 흠씬 두둘겨 팰 수 있다는 해석'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해석이 벗겨진 발가벗은 현실을 보자 광인이 된다. 상처 투성이의 말을 자신과 동일시한 순간 미쳐버린다. 비록 토리노의 말 사건이 사실이라는 역사적 증거는 없지만, 이 간결한 이야기가 밀란 쿤데라, 벨라 타르를 위시한 많은 예술가에게 회자되는 것은 본질적으로 토리노의 말이 강력한 내러티브이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말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것과 말에게 채찍질 하는 것이 그리 드문 문화였다고 보긴 어렵다. 가령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노프는 평범한 사람을 넘어선 영웅이 되기 위해, 악랄한 전당포 노파인 알료나를 죽이겠다고 다짐하고 잠에 든 밤 악몽을 꾼다. 사람들로 들어찬 수레를 끌며 신음하는 여윈 말을 껴안고 키스하는 꿈을. 조지 오웰은 한 소년이 짐마차 모는 말을 채찍질 하는 모습을 보고 동물농장을 저술한다. 인간이 동물의 노동을 착취할 수 있는 것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계급 우화를 읽어낸 것이다.


약 135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고된 노동과 학대에 시달리는 말들과 계급 우화가 사라졌을까. 그렇지는 않아보인다.


2024년 5월 21일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세열수류탄이 폭발하여 한 청년이 목숨을 잃는다. 2024년 5월 23일, 한 청년은 군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한 고문에 시달리다 사망한다. 2024년 6월 23일 보초를 서던 한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된다. 2024년 6월 24일, 공장 화재로 22명이 목숨을 잃는다.


1987년, 한 청년이 경찰에게 연행되어 대공분실에서 모진 고문에 시달리다 죽자 김수환 추기경은 사회에 다음과 같이 묻는다. "이 정권에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라고 묻고 싶습니다. 이 정권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습니까. 총칼의 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저희에게 묻고 계십니다. (중략) 제1독서에서는 야훼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시니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저희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너희 아들, 너희 제자,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탕'하고 책상을 치자 '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수사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사람이 한 일이니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이 국가에 '신 앞의 단독자로서의 개인이 될 때가 두렵지도 않느냐'라고 묻고 싶다. 이 국가의 뿌리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게 있는가? 총칼의 힘밖에 없지 않는가? 부하를 죽인 상관에게 법원에서 "네 부하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니 상관은 "군인은 말없이 죽을 수 있어야 하는 존재인데 왜 그러십니까?"라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한다. 창세기의 물음이 오늘 저희에게 다시금 던져지고 있다. "너의 아들, 너의 제자, 너의 젊은이, 너의 국민 중 한 사람이었던 훈련병은 지금 어디 있느냐?" "'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돌다 '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간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것은 중대장과 부중대장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 "저희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조롱 좀 할 수 있는 것 아니오? 이미 벌어진 일인데 내가 광고 소재로 쓰면 좀 어떻단 말이오?"라고 하며 잡아떼고 있다. 바로 카인의 대답이다.


그러나 이제 카인의 대답에 답할 마지막 양심 조차 사라진 지금은 답변을 물을 길 없다. 책임은 소각된다. 항의는 묵살된다. 양심은 거치적거린다.


인간은 나체가 되어버린 현실을 향유할 수 없다. 현상과 사상에 대한 해석을 전제하지 않고는 문명은 존립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결국 기존의 해석은 들어맞지 않는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오늘날 이 국가의 주류 해석에서 이탈한 이들이다. 아니 쫓겨난 이들이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군역을 짊어진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할당제에서 소외된다.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만으로 성추행 수사에 연행된다. 가족을 위해 직장에 헌신했을 뿐인데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재산분할을 당한다. 당연시되는 부조리에 물음을 던졌다는 이유 만으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보고 오늘날의 니체는 피투성이 말의 목을 감싸안는다. 눈물을 흘린다. 집단에 공유되는 암시를 거부한다. 광인이 된다.


부디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이들을, 그리고 저 죽음을 응시해주길 바란다. 저 죽음을 끝내 지켜주길 바란다. 저 죽음을 다시 죽이지 말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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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ationalfront&no=105&page=1
 






'그의 죽음 앞에 새롭게 태어나 그가 못다 이룬 일을 뒤에 남은 우리가 이룬다'던 청년들이 결국 이룬 세계가 방탕과 향락, 착취의 87 체제인 점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또 이 청년들이 무럭무럭 자라나 권력자가 되어 무고한 청년이 입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문 끝 살해되었는데도 입을 꾹 다물고 은폐 조작 수사에 침묵하는 현실도 참 재밌습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되는 채상병 사건 앞에서는 정의의 투사가 되어 카메라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성을 내는데 훈련병 사건에 대해서는 보기좋게 합죽이가 됐습니다.


국민전선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87년으로부터 40년이 가까운 세월이 지났음에도 김수환 추기경의 강론이 여전히 현실을 고발한다는 것은 87 체제의 본질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참 이래서 역사란 흥미로운 것입니다. 저 강론 속 정의를 찾던 청년들은 말 그대로 나라를 멸망의 길로 몰아넣는 부패한 권력자들이 됐고, 나라를 빚더미로 만들며 매국하고 있습니다.

국민전선은 아직도 철이 들지 않은 선배시민 합죽이들을 응원합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박종철 추모미사 김수환 추기경 강론 전문


박종철 군의 죽음을 민주제단에 바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난 1월 14일 하늘마저 노할 경찰의 포악한 고문으로 숨진 서울 대학생 고 박종철 군의 참혹한 죽음을 애통해 하면서 이 자리에 모였읍니다. 솟구쳐 오르는 의분 속에 온 나라의 모든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할 말을 잊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어제 오늘입니다.

민주국가, 법치국가, 정의 사회라는 대한민국 안에서 백주에 한 젊은이가 경찰에 연행된 지 수시간 후 시체로 변했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오늘의 우리 현실을 한없이 아파하면서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각자가 처해있는 위치에서 과거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앞으로의 나아갈 길을 생각해 봐야하겠읍니다

朴군의 죽음 앞에 모두가 반성할 때

오늘 제1독서에서는 야훼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시니 카인은『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읍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네 아들 네 제자, 네 젊은이, 네 국민의 한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탕」하고 책상을 치자「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수사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요?』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읍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그러나 제2독서의 말씀과 같이 우리 모두는 성령의 힘에 의해서 하나로 묶여 있으며, 같은 하느님의 피조물이요, 한 아버지의 자녀이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신앙을 떠나서라도 우리는 박종철군과 한겨례요 한핏줄입니다. 위정자도 국민도, 여당도, 야당도, 부모도, 교사도, 종교인도 모두 한 젊은이의 참혹한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을 연상합니다. 예수님의 처참한 죽음이 희열에 찬 부활과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여는 약속임을 알기에 참혹한 한 젊은이의 죽음에서 희망의 내일을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 박종철 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친구들의 조사 마지막 구절처럼, 『이제까지 부끄럽게 살아온 우리가 그의 죽음 앞에 새롭게 태어나 그가 못다 이룬 일을 뒤에 남은 우리가 이룬다면』그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때문에 그의 죽음에서 희망의 내일을 내다 볼 수도 있다고 할 수 있읍니다. 하느님이 두렵지 않느냐? 오늘 이 성전에서 근본적으로 박종철 군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이 정권에 대해 우선 하고 싶은 한마디 말은『하느님이 두렵지도 않느냐?』하는 것입니다.

이번 박종철 군의 참혹한 죽음은 우연한 돌발적 사고가 아닌 것입니다. 이번 고문사건은 지난해 6월에 있었던 천인공노할 부천 경찰서 권양의 성고문 사건과 역시 재작년 9월에 있었던 전 민청련 의장 김근태 씨에 대한 경찰의 잔혹한 고문사건, 이 밖의 연속적으로 일어난 수많은 고문사태들 중의 하나이며, 다른 한편으로 헤아리기 힘들게 많은 수의 양심인들이 감옥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는 지속적인 불의의 사태는 극도로 악화된 단계로 보입니다. 그 실증을 우리는 현 정권이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힘으로 다스리고 또 그 중 상당수를 공산주의자들에게 적용하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극심한「인권침해」실태에서 볼 수 있읍니다. 이로 말미암아 바로 지난해인 1986년 한 해의 우리 사회 현실에 드러난 대표적인 양상은 한마디로「대대적 구속 사태」라고 할 수 있읍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치적 이유로 구속된 사람의 수는 2천4백여명이 넘는데, 이것은 그보다 앞선 5년 동안에 걸쳐 구속된 양심인 약 1천2백명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자라고 합니다. (한국일보 86년 12월 13일). 이 중에서 단일 사건으로 건국대 농성사태에서 구속된 학생 수 만해도 1천2백87명에 달하는데, 구속단계에서 이들에게는「학생」이라는 호칭도 안쓰고 이른바「공산혁명분자」라는 호칭을 썼읍니다. 그리고 나서 기소 단계에서 이들 중 약 70%의 학생들을 다시 석방하였읍니다. 이와같은 일련의 무책임하고 대대적인 인권침해 사례는 대한민국 사법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라고 합니다.

일당독재ㆍ독점 자본은 인권유린 현상 빚어내

오늘의 젊을 학생들은 누가 무어라해도 머지않아 우리 사회를 짊어질 하나의 역사적 세대인 것입니다. 또 일상생활의 구체성 안에서 보면 우리 사회 각 가정의 귀한 아들딸입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를 사랑으로 포옹하지 않고『너는 내 자식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나쁜 공산 혁명 분자이니까 집에서 나가 감옥에나 가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읍니까? 이렇게 한다면 이 나라의 내일은 어찌 되겠읍니까? 어떻게 이처럼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읍니까? 또 이들 중 가옥에 못집어 넣거나 안 집어넣고 풀어준 그 70%의 학생들이 저항감 없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고분고분하게 사회와 가정에 복귀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까? 오늘날 우리사회에 좌경 학생내지 공산 혁명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정부와 여당에서 말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재야민주 세력쪽에 서는 이를 「고문 및 용공조작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날「공산주의」는 한 이데올로기로서의 성역을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또한 그리스도교 교회는 전통적으로 공산주의에 내포된 물질주의, 전체주의, 폭력의 변증법을 부정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현대의 제3세계 지역에서 군부 독재에 반발하는 결과로 죄익세력이 자생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잘 알고 있읍니다. 이들 독재정권들은 명분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일당독재와 독점 자본에 의한 심각한 빈부격차, 인권유린 현상을 빚어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이 바로 공산주의의 온상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3공화국 이래 양심적 민주세력과 젊은 세대에 의해「독재」와「파쇼」로 지적되고 저항받는 정권담당자들이 명분상 표방하는 것은「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발전」이었읍니다. 현정권도 마찬가지로 기회 있을 때마다 언필칭「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발전」을 자신들의 지상과제처럼 내세우고 있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연행과 불법체포, 감금및 고문 등 인권유린이 수없이, 바로 인권을 수호해야할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읍니다. 거기다가 농ㆍ어민, 노동자와 도시빈민들이 이 정권에 의해서 푸대접 또는 버림까지 받고 있읍니다.

3권 분립 시급한 과제

그러니까 양심이 오염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는「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것은 이렇게 나쁘고, 구제불능이고 독재와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없는 반민중적, 반역사적제도로 인식되어 이어 반발하고 나서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 세계에 사는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요망하는 나라들이 있읍니다. 이를테면 서구의 불란서나 이태리, 또 우리처럼 분단되었지만 민주주의를 지킴으로 국가안보를 오히려 튼튼하게 하는 서독이 그러합니다.

그러한 나라에서는 공산당이 합법화되어있어도 자유 민주주의 또는 민주 사회주의 정당이 견고하게 정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체 내에 발생하는 일부 모순을 자율적으로 지칭하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읍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삼권 분립제도가 확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제도는 우리교회로서도 인간 본성에 합치하는 제도로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 요한 23세, 지상의 평화48).

이렇게 볼 때 우리 나라에서의 근본문제는 3권 분립이 이름뿐이고, 현실적으로는 행정부의 시녀처럼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참으로 민주화가 되려면 이 3권분립을 명실상부하게 원칙대로 시행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든다하더라도 인간기본법을 지킬 수 없고, 정치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 한 예를 우리는 이번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서도 볼 수 있읍니다.

이번 박종철 군의 비통한 죽음이 국민 대중에게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울분을 낳자, 정부와 여당에서는「고문 재발 방지」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읍니다. 정부쪽에서는「고문방지 특별기구 상설안」을 내놓았고, 여당 쪽에서는 개헌안에「기본권 관련 수정 보완안」을 내놓았읍니다. 이제까지 고문 금지의 법조문이나 제재 기구가 없어서 고문이 자행된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어떠한 법적 제재도 인간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어 왔으며, 헌법 제11조는「모든 국민은 고문 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읍니다.

또 형법 1백 24조에는 불법체포, 불법감금을 엄히 금하고 있고 1백 25조에는 경찰과 검찰에 의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엄히 금하고 있읍니다. 1백 24조 위반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1백 25조 위반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되어 있읍니다.

이밖에 연행에 따르는 연장, 구금에 따르는 변호사의 즉각적 간여조건들이 법조문으로는 모두 구비되어 있읍니다. 특히 83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고문 방지특가법에 따르면『인신 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피의자에게 폭행 또는 가혹행위를 해서 치상, 치사케한 경우 최고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읍니다.

이 정권에 양심ㆍ도덕있느냐?

이렇게 경찰이나 검찰의 법집행 남용으로부터 인권을 옹호하는 의무규정이 엄연히 있읍니다. 뿐더러 인권보호를 위해 사법부에 주어진 권한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우성 형사소송법 2백 60조에는 재정신청을 규정하여, 수사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이의 절차를 두고 있읍니다. 또 고문, 폭행, 협박 부당한 장기구속 등의 방법으로 강요된 피의자의 진술은 그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규정도 있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문에 의한 자백도 법원에서 공안사건의 경우 거의 다 채택됨으로써 그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고, 재정 신청의 경우에는 지난 73년 이 조항이 개정된 이후 14년동안 유신체제를 거쳐오면서 많은 고문시비가 있었는데도 단 한건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특히 작년 6월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에는 우리가 잘 아는 바대로 법원이 성고문의 실제를 인정하면서도 변호사들이 낸 재정신청을 기각시켰읍니다.

이렇게 인권옹호의 법과 제도가 있는데도 이것을 따르지 않으므로 휴지화 해버렸읍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인권옹호의 법은 엄연히 있지만, 이를 앞장서 지켜야하고 감시 감독해야할 경찰과 검찰이 이법이나 규정을, 그들 자신은 마치 법을 초월한 존재인 듯, 법을 무시하며 지키지 않았고, 또한 법의 존엄을 수호해야할 사법부가 자신에게 맡겨진 인권옹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로 이 땅에는 고문이 관행처럼 되었고 마침내 이번의 고문치사의 비극을 낳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인권을 옹호하고 존중해야할 공권력에 의하여 오히려 인권이 말할 수 없이 거듭거듭 유린되고,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읍니다. 이것이 현실일 때 우리는 공권력행사의 최고 책임을 지고 있는 이 정권의 도덕성에 대하여 깊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 정권의 뿌리에 야심과 도덕이 도대체 있느냐? 아니면 이 정권의 뿌리에는 총칼의 힘뿐이냐? 하는 이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가 근본적으로 야기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것은 다시 국민인 우리에게 이런 정권을 그대로 따라야하는지 않는지에 대한 중대한 양심문제를 던지고 있읍니다.

구속자들이 합의 개헌의 인질 될 수 없어.

그리고 이와같은 불법의 자행에는 원천적으로』「언론자유」의 결여가 그 온상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언론자유가 없이 민주주의가 실현된 예가 있읍니까? 이것은 물이 없는 곳에 물고기가 놀고, 공기가 없는 곳에 새가 난다는 이야기처럼 명백한 거짓일 수 밖에 없읍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민주화를 하겠다면서 이른바「합의개헌」을 받아들인다면「언론 기본법」의 개폐를 검토하겠다고 하며, 합의개헌이 되면 구속자석방도 고려하겠다고 합니다. 조건부로 협의할 대상에는 선거법이나 권력구조 문제가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겠읍니다.

그러나 언론자유와「사면복권」「구속자 석방」은 민주주의의 원리 원칙인 인간 존중의 입장에서 볼 때, 무조건적이고 원천적인 선결문제입니다. 묶인 이와 갇힌 이들이 합의 개헌을 위한 인질이 결코 될 수 없다는 것 차제에 밝혀두고 자 합니다.

저는 참으로 이 기회에 현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스스로 공약한 바 없지 않지만 진정으로 회개하기를 촉구합니다. 자체 내에 양심을 회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비우고 오직 국민을 위해 봉사하면서 민주화의 길을 착실히 밟아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모두 인간다운 삶과 그런 삶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고 있읍니다. 그렇다면 고문과 같은 인권유린,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서 창조된 존엄한 인간에 대한 모독 중에도 모독인 이런 행위는 차제에 참으로 근절되어야 합니다. 고문이 있는 한 우리는 민주사회도, 인간다운 사회도 이룰 수 없읍니다.

고문이 있는 곳에 선진조국이 있을 수 없고, 뿐더러 국가 안보도 있을 수 없읍니다. 고문은 실로 인간을 파괴하고, 사회를 파괴하고 나라를 무너뜨리는 중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합니까? 우리의 죄스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우리 자신이 다시 나야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진정회개하고 속죄해야 합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회개해야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죄와 벌」에 보면 살인죄를 범한 주인공과 로디옹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그를 사랑하는 창녀 소냐는『일어나서 곧장 네거리로 가서 네가 더럽힌 땅에 엎드려 입 맞추고 그리고 사방 온 세상을 향해서 절을하면서 나는 살인죄를 범했다고 소리쳐야해! 그러면 신은 너를 다시 살려 주실거야. 가서 그렇게 하겠니? 그렇게 하겠느냐 말이야?』라고 진정으로 참회할 것을 애타게 호소했읍니다. 소냐는 그 죄를 함께 아파하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이 말을 하였읍니다. 그래서『우리 같이 가자. 그리고 함께 고통의 십자가를 짊어지자』라고 하였읍니다. 때문에 로디옹은 그 말을 따라 회개함으로 새 사람이 되었고, 소냐는 이 참회와 고행의 길에 줄곧 함께 있어 주었읍니다.

고문이 있는 한 민주사회 이룰 수 없어

오늘날 우리에게 이런 참회가 필요합니다. 박군을 고문치사케한 수사관은 물론 이요, 그 밖의 경우에도 고문을 한 모든 수사관들, 그들의 일을 잘 알면서도 승인내지 묵인한 상급자들, 공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이와 위정자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우리나라 안에 있다는 것을 거듭 들으면서도 지금까지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였던 우리 모두가 로디동과 같이 큰 네거리에 가서 사방 온 세상을 향하여 곧 모든 것을 아시고 공의로우시면서도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우리는 살인죄를 범하였읍니다』 『우리는 살인죄를 범하였읍니다』라고 소리치며 진심으로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합니다.

오늘 우리 가슴에 이런 참회와 속죄의 눈물이 흐를 때 그리고 하느님의 용서가 있을 때 우리와 우리사회는 비로소 구원될 수 있읍니다.

우리는 참으로 새사람으로 태어나고, 우리사회와 나라도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때에 이 땅은 다시는 고문이 없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것입니다.

꽃다운 젊은 나이로 원통하게 목숨을 빼앗긴 고 박종철군의 영전에 삼가명복을 빌려, 자식을 잃고 애통해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 형제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그의 희생이 우리의 정의로운 민주 회복의 도정에 승리의 분기점이 되고, 저력이 되어줄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모진 고문을 통해 억울하게 현재 투옥 중에있는 모든 양심인들의 석방을 바라면서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1987년 1월 26일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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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부동산 갤러리 이용 안내 [310] 운영자 05.05.27 454527 916
7277291 정부 언론 부동산 펌푸질 이유 ㅇㅇ(193.118) 16:15 1 0
7277290 아직도 건설사가 서울핵심지면 다르게 짓는줄아는 새끼들잇네 ㅋㅋ ㅇㅇ(14.6) 16:15 2 0
7277289 3월 19일 해제 하고 다들 7월 10월을 예측하던 이유 야스이 센타치(212.102) 16:15 2 0
7277288 사실 우리민족이 세계 최강임 ㅇㅇ(106.102) 16:15 5 0
7277287 영끌이들아 이제는 인정하면 안될까? [1] ㅇㅇ(223.38) 16:15 7 0
7277286 3년만에 매물은 두배 거래량은 제자리 [1] ㅇㅇ(1.224) 16:15 9 0
7277285 근데 무주택들은 집살 돈은 있어서 갤질하냐? ㅋ [1] 부갤러(121.162) 16:14 12 0
7277283 일반인들도 성형 많이 한다 ㄷㄷ 연애 프로그램 보는데 [3] ㅇㅇ(112.161) 16:13 17 2
7277281 민주당이 존나 음흉한게 겉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하지말라고 지랄하지만 [3] ㅇㅇ(61.73) 16:12 18 1
7277280 앞으로 과거와 같은 부동산 상승장이 있을까요? [5] 부갤러(222.103) 16:12 17 0
7277279 조지워싱턴은 임기 중 본인 죽을까봐 3선도 고사햇는데. ㅇㅇ(118.235) 16:11 7 1
7277278 강남 서초빼고 그게 서울이냐 [2] 부갤러(106.101) 16:10 16 0
7277277 난 1찍이라서 좆같거든?? 지금?? [8] 부갤러(218.155) 16:10 22 0
7277276 서울 신축 아파트에서 살아보니 [3] 부갤러(121.162) 16:09 26 0
7277274 국민청원 대기열 뚫는 법 ㅇㅇ(122.42) 16:08 18 0
7277273 왜 2찍 해놓고 불만임?? 씨발련들아?? [4] 부갤러(218.155) 16:08 17 0
7277272 인천에 사는 여자들 중에 이쁘고 몸매좋은애들 많더라 ㅇㅇ(112.161) 16:07 20 0
7277270 집값이 민주당이 올린다는게 이해가안되는데 설명해줘 [9] ㅇㅇ(58.127) 16:07 47 1
7277269 부갤의 위상 :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가 부활해서 활동중임 ㅇㅇ(14.32) 16:06 18 0
7277268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빌라 샀는데 나중에 팔때 돈 안주면 어캄 ??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5 19 0
7277267 과천 디에트르 이거 슈르보다 별로인거 같은데 부갤러(117.111) 16:05 28 0
7277266 지금 사기 폭등시키는 카르텔 주범들 [3] ㅇㅇ(223.38) 16:05 37 1
7277265 노네들 뭔가 착각하는데 ㅇㅇ(112.214) 16:04 22 0
7277264 건강한 애기 낳아주는 여자를 만나야지 ㅇㅇ [2] ㅇㅇ(112.161) 16:04 29 1
7277263 병신똥파트를 왜 10억 15억 주고삼 [5] ㅇㅇ(14.6) 16:04 31 1
7277262 무주택들은 지역 어디어디에서 살아? 부갤러(106.101) 16:03 17 0
7277261 여기서 그지랄한다고 니들물량 설거지해줄사람 없다 ㅋ [17] 괴벨스(117.111) 16:03 35 0
7277260 민주 보수 양당이 상속세 완화 찬성하는거 안보이냐 [1] 부갤러(106.101) 16:01 35 0
7277259 🌑 섹카오톡 레전드.jpg ㅇㅇ(211.226) 16:01 14 0
7277258 좆같이만들어놓고 나한테 잘하라고? [1] 부갤러(222.239) 15:59 20 0
7277257 과천은 슬슬 싹쓸이 심각한가 보네 ㅇㅇ(175.223) 15:59 43 1
7277255 수도권 6월 미분양 통계기대해라 3천세대 이상 증가 예상 [3] 부갤러(106.101) 15:58 47 3
7277254 내기준 최소 수지급 외모 여자랑 결혼하는것인데 [4] ㅇㅇ(112.161) 15:57 45 0
7277253 내 친구 검고가 실종됐다 해쏴리(211.234) 15:57 47 0
7277252 딩크 그런거 존재하지도 않아 [4] ㅇㅇ(211.36) 15:56 63 4
7277251 하락기보다 더 힘들어하는 여러분을 위한 위로 buyingi(221.167) 15:56 29 0
7277250 상반기 국장 거북이 매매 결산 홍어극혐(117.111) 15:56 25 2
7277249 정부 ㅋㅋㅋ [3] ㅇㅇ(180.70) 15:55 45 0
7277247 집값은 누가 잘올림?? [1] ㅇㅇ(122.42) 15:55 22 0
7277246 사직 거제는 왜 상급지인거임?? ㅇㅇ(39.7) 15:55 15 0
7277245 독신일수록 ㅇㅇ(112.214) 15:54 25 4
7277244 하락신호 빡대가리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4] ㅇㅇ(1.224) 15:54 46 2
7277243 인천 미분양 6월 통계 장난아니게 늘듯 부갤러(106.101) 15:54 26 0
7277242 근데 나이 30넘고 무주택이면 [4] 부갤러(121.162) 15:53 43 0
7277241 내가 늦게 결혼할 이유가 때를 기다리는것임 [1] ㅇㅇ(112.161) 15:53 36 2
7277239 상속세 개편되는데 자식낳는 서민들 지능 몇임? ㅇㅇ(211.36) 15:51 27 1
7277238 하락한다는 퐁락이는 어떤 데이타를 보는거임? feat:kb, 부동산원 [6] 부갤러(210.218) 15:51 63 3
7277236 너넨 딩크 어떻게 생각하냐 [5] ㅇㅇ(116.121) 15:50 45 0
7277235 똥오줌 가리자 [5] 괴벨스(117.111) 15:50 3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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